51년의 역사를 이어온 화곡어머니클럽에는 오랜 세월 축적된 전통이 있다. 전국화곡어머니테니스대회 개최, 도시락을 나누며 함께하는 모임, 그리고 3년마다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전통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테니스를 둘러싼 환경과 문화가 달라졌고,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3년마다 떠나는 해외여행뿐이다.
전통은 흔히 과거의 유산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선택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올해 중국 샤먼으로 떠난 24명의 회원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반세기를 이어온 공동체의 역사를 함께 짊어진 사람들이었다.
관광특구로 개발된 샤먼은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도시였다. 여행 내내 예상치 못한 풍경들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냈다. 화려한 외관과 눈부신 발전상은 놀라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생활문화의 단면도 엿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도로가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보행로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손수레가 뒤섞여 다녔고,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풍경이 이어졌다.
회원들에게 단체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지만, 임원들에게는 여행 내내 긴장의 연속이다. 샤먼 공항에 도착한 후 곧바로 세계문화유산인 남보타사를 둘러보고, 중산로와 증조안을 방문한 뒤 발마사지로 첫날의 피로를 풀었다.
이튿날 이른 아침 페리를 타고 구랑위로 향했다. 유럽풍 건축물이 남아 있는 그 섬은 근대 중국이 세계와 만났던 흔적을 품고 있었다. 숙장화원과 일광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함께 걸으며 나눈 대화였다.
가장 기대했던 곳은 7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창루 토루였다. 멀리서 바라본 토루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UFO를 연상시켰다. 각 가정마다 우물을 갖추고, 5층 규모의 건물이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선조들의 지혜와 공동체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건축물 앞에서 회원들은 한동안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이어진 전라갱 투어와 장수마을 탑하촌 방문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거창한 관광지에만 있지 않았다. 오후에는 하이야트 호텔 수영장에서 편을 나누어 공 던지기 놀이를 펼쳤다. 전국대회에 출전할 때보다 더 진지한 표정으로 승부에 몰입하는 회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유쾌한 볼거리였다. 경쟁보다 관계가 중요하고, 승패보다 함께 웃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회원들이 가슴에 담아온 것은 저마다 달랐을 것이다.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십 년 동안 같은 클럽에서 함께해 온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감동을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그 자체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의미였다. 반세기를 이어온 해외여행 전통이란 세월이 흘러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의 역할을 한다. 샤먼의 풍경은 언젠가 희미해질지 모르지만,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의 웃음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기자는 화곡 회원들이 귀국한 뒤 일주일 더 샤먼에 머물며 도시 곳곳을 둘러보았다. 좌충우돌하면서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문화 차이에 놀라기도 했다. 규모가 압도적인 일월곡 온천과 공중에 예술적 감각으로 조성된 산해건강보도는 스케일 큰 중국답다. 온라인으로 예약한 테니스코트에서 뜻밖의 해프닝을 겪으며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던 일까지 더해져, 이번 샤먼 여행은 더욱 다채롭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글 사진 송선순
여기부터는 유샘과둘이 샤먼구석구석 다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