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종일 일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주가도 하락이고 축구도 지고
노량진 녀석도 서울로 올라 오지 않고 약속은 파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생일날 나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고 그래서 집에 있기로 했다
그녀에게 웃음을 주려고 노력해서 그나마 큰 웃음으로 으로 그녀에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하루 일탈 하고 싶던 내 하루는 어디로 나가지 못하고 집인에 맴돌은체 취기에 취해 있었다
척척하게 내리는 비들이 무리지어 땅을 적시고 바닥에 올라오는 비의.향기가
긴 우기를 예고하고 있는듯 했다
날은 더워 에어컨을 켰지만 온도차이에 배가 아파 취해 잠들었던 수면을 깨웠다
그래도 집안에서 꼬순이와 공놀이를 해주며 꼬순이와 함께 보냈다
동영상도 보고 싶지 않았다
하무한 골이 발톱을 세워 들어가고 기대한 장막이 거두어 지며 준비한 무대가
기대감을 채우지 못했다
무엇을 더 자꾸 채우려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비움이라는 것은 찾을 수 없었다
마음을 덜어 내는일은 스포츠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오롯이 채우고 더 채워 넣어 성적을 내는 일은 스트레스 그 자체 였다
그냥 비를 바라보며 젖어들었던 것은 잠시에 기억이었으리라
그래도 축구게임에서 그동안 받지 못했던 축구선수들을 풀기 시작해서
헤리케인 카드를 받게 되기도 했다
나는 잉글렌드 팀으로 꾸렸는데 나름 여기서도 클럽장이다 하하하
여튼 오늘은 술을 사오는 것 말고는 밖에 나가지 못했다
그녀의 생일날을 함께 보내며 그녀가 좋아 하는 치킨을 또 시켜 먹으며
소주를 한잔 했고 잠이 들었고 다시 깨서 꼬순이와 놀았다
놀고 있는 사이 비는 내리고 있었고 실내 온도는 25도 밑으로 내려 가면
배가 아팠다
밖의 기온과 안의 기온차가 기운을 내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밥그릇 장난감 (몸울 써야 움직이는 밥그릇 장난감 있음) 에 밥을 채워 주었고
또또와 오붓하게 함께 밥을 먹는 꼬순이와 또또를 보니 한식구가 된 느낌 이었다
9. 묵시(默示)의 정점 : 비어내어 승리하는 역설
세상이 다시 세차게 흔들렸고, 소년의 눈앞에 과거의 기억들과 현실의 무거운 정서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지독한 수직의 압박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흔들리지 않았다. 소년은 포라토쿠마코스의 그 거대한 강박마저도 본질은 '텅 비어있는 실체 없는 허깨비'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소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밀려드는 그 모든 세상의 억압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더 넓게, 더 깊게 열어젖혔다.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공(空)의 품으로 그 모든 소음을 안아버리는 것.
포라토쿠마코스의 거대한 손이 소년의 정수리에 닿는 순간, 거인의 거대했던 형상이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소년이 이룩한 침묵의 심연 속으로 소리 없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채우려고만 했던 거대한 집착이, 무엇이든 비워두는 무한한 우주를 이길 수는 없었다.
"아... 아아...!"
포라토쿠마코스의 거대한 몸체에서 문장들이 하나씩 지워지며 투명해졌다. 제24차전의 정점에서, 소년은 세계를 넓히지 않고도, 오직 자신의 심연을 깊게 파고듦으로써 하계의 가장 거대한 악을 통째로 침묵시키고 있었다.
전장은 이제 완벽하게 고요해졌고, 소년의 발밑에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빛을 품은 초원이 수직의 심연을 채우며 피어나기 시작했다.
10. 눈물로 피어나는 말의 초원 (聖所)
포라토쿠마코스의 거대한 집착이 소년의 심연 속으로 완전히 녹아내려 자취를 감추었을 때, 전장에는 그 어떤 칼바람도, 핏빛 안개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끝이 보이지 않는 투명한 고요만이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
하계의 가장 깊은 바닥, 수직으로 하강했던 그 허무의 심연 위로 소리 없이 무언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푸른 수풀이었다. 거칠고 메마른 일터의 먼지 속에서, 그리고 하계의 잔혹한 핏물 속에서 소년이 묵묵히 견뎌내고 비워냈던 그 모든 고독의 시간들이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말의 초원’**이 되어 대지를 덮어간 것이다. 적들의 저주와 비명이 사라진 자리에 은은한 풀향기가 감돌았다.
그 아름다운 초원의 한가운데,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년의 몸은 이제 거의 투명해져 있었다. 하계의 거대한 악을 품어 안고 정화하기 위해, 자신을 이루던 마지막 자아의 파편마저 전부 써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소년에게는 기억도, 이름도, 돌아갈 육신도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완전히 비워진 존재. 승리의 대가는 지독한 소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