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 발 들여놓은 지도 어느덧 십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주변에 남은 사람도, 이뤄낸 성과도, 소중한 추억도 무엇 하나 남은 게 없어 도대체 그동안 뭐 하고 산 건가 싶은 회한이 가끔 몰려옵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트랜지션은 가족이니 직장이니 돈이니 온갖 핑계를 대느라 아까운 세월만 허비하며 시작도 못 했고, 이제는 될 대로 되라 생각하며 포기하고 사는 중입니다.
그래도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엔 아직 그 시절 그 소녀가 수줍게 숨어 있는 까닭에, 따로 여장을 하진 않아도 머리를 길러 묶고 BB며 틴트며 소심하게 바르고 다니다 보니 "여자인 줄 알았다." "여자처럼 생겼다." "여성스럽다."라는 말은 종종 듣습니다. 물론 40대로 접어든 제 나이와 우람한 덩치를 고려하면, 그들이 말하는 '여자처럼'의 의미가 '아가씨'가 아닌 '아줌마'에 준한다는 건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은근히 기분 좋은 걸 보면 타고난 성향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비너스도 참 많이 바뀌었네요. 십여 년 전엔 독보적인 커뮤니티답게 다양한 주제의 게시물들과 그것을 중심으로 소통 또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다른 접촉 루트가 많이 생겨난 까닭인지 비너스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하긴 막상 저만해도 예전보다 훨씬 뜸하게 들르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순 없나 봅니다. 문득 떠오르는 그 시절의 익숙한 닉네임들~ 장꼭도 님, 주월 님, 글라시스 님, 농구소녀 님, 리리스 님 같은 분들은 다들 잘 살고 계시겠죠?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의 압박에 다시금 새록새록 외로움을 느끼지만, 팔자에 없는 애인은 엄두도 못 내고 방바닥이며 허벅지며 하릴없이 벅벅 긁다가 똥글 하나 남기고 갑니다. 추운 겨울 잘 버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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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똘레랑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2.03 그러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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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똘레랑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2.0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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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나오션 작성시간 25.12.23 너무 마음 아프다 세월 앞에 유연한 모습이란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고 아직 젊고 글도 잘 쓰시고 뭐 하나 좋지 않은 점은 없어 보이네요 내년에는 꼭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의 희망이 미루어 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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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똘레랑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2.24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