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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소문이 나면 어떻다요?/15

작성자영숙이 엄마|작성시간26.06.15|조회수36 목록 댓글 0

그까짓 소문이 나면 어떻다요?/15

 

"걱정 마시요, 아저씨. 이 년은 시댁도 안 무섭고 친정집도 안 무섭소. 그까짓 소문이 나면 어떻다요? 환향녀라고 내쫓은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겠소. 이 년은 이미 죽은 몸이요.

아저씨가 살려주셔서 살아났지만, 올가미에 목을 매다는 그 순간에 이미 옥녀는 죽은 몸이요. 고맙소, 아저씨. 죽은 목숨을 살려주셔서 고맙소. 내 아저씨를 하늘 같은 지아비로 모시고 살겠소."

"고맙구먼. 경기도 안성에 있는 내 마누라가 들으면 임자가 고맙다고 절을 열번도 더 하겠구먼. 흐기사, 사람의 인연을 누가 막는단가? 사는 데까지 살아보세."

각설이가 옥녀의 어깨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그런 사내를 돌아보며 웃는 옥녀의 가슴에서 꽃바람이 불고 있었다. 열 여섯 어린 나이로 혼례상 앞에 서서 가만히 고개를 들어 사모관대를 쓴 서방님을 훔쳐보았을 때 같은 꽃바람이 불고 있었다.

"여 그구만. 여그가 내 움막이구만."
날이 번히 밝아올 무렵에 산밑 움막에 도착한 각설이 박달근이 옥녀를 돌아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일까. 움막은 조용했다.

"야이, 싹동머리 없는 놈들아. 왕초형님께서 오셨는데, 잠만 쳐 자빠져 자고 있냐?"

각설이 박달근이 움막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움막 안에서 각설이 여섯 놈이 한 달음에 쫓아 나왔다. 미처 허리띠를 못 맨 놈은 허리띠를 매면서, 저고리를 못 걸친 놈은 저고리 소매에 팔을 끼우면서, 잠결에 놀라 뛰어나오는 어떤 놈은 절반쯤 밑으로 내려간 바지를 끌어올리면서 달려 나와 박달근 앞에 넙
죽 엎드렸다.

"이놈들아, 어르신께서 귀가도 안허셨는데, 잠이나 자빠져 자?"

"옥녀 마을 물레방아간에서 미친년이라도 만나시는 줄 알았구먼요."

각설이 중에 나이가 박달근이 다음으로는 많아 보이는 놈이 고개를 넙죽거리며 말했다. 박달근이 놈의 엉덩이를 여지없이 걷어찼다.

"아이고고, 넙죽이 놈 죽소. 좀 살살 차시요, 왕초 형님."
넙죽이 놈이 엉덩이를 부여안고 데굴데굴 뒹굴었다.

"너희놈들한테 할 얘기가 있으니, 모두들 고개를 들그라. 내가 어제밤에 느그 성수님을 보았니라. 느그 성수님과 첫날밤을 치르느라 늦게 왔으니 그리 알고, 한 놈씩 나와 큰 절로 인사를 드리거라."

각설이 여섯 놈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옥녀를 올려다보았다. 얼굴이며 목덜미에 비록 때 구정물은 끼었을 망정 기운이 넘치는 모습들이었다.

제일 먼저 박달근한테 엉덩이를 채었던 놈이 양손을 가슴에 모았다
가 엎드려 땅을 짚으며 큰 절을 했다.

"이놈, 넙죽이구만유. 성수님을 아씨마님으로 모시겠구먼요."
"반갑소. 느닷없이 한 식구가 되었소. 앞으로 정 있게 잘 살아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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