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바보 (The Fool)
“하느님,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프란치스코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는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구하며 미래를 준비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돈을 모으고, 결혼하고, 안정된 삶을 이루는 것을 행복이라 말했지만, 그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무거워졌다.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종종 밤하늘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이 삶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러나 누구도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어느 주일 오후,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동네 성당에 들어갔다.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몇 번 가본 기억 외에는 신앙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그날도 그저 조용한 곳에서 잠시 쉬고 싶었을 뿐이었다. 성당 안은 고요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햇빛이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고, 십자가 위의 예수님은 묵묵히 세상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는 맨 뒤 자리에 앉았다.
마침 신부님의 강론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계획한 길만 따라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때로는 하느님께서 예비하신 길을 발견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한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 순간 프란치스코의 마음속에 작은 울림이 일어났다.
‘나는 지금까지 모든 답을 찾은 뒤에야 출발하려고 했구나.’
그는 늘 확신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실패하지 않을 길을 찾고,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삶은 점점 더 막막해졌고 마음은 더 공허해졌다. 그런데 신부님의 말은 그에게 전혀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이해한 뒤에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먼저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것이 신앙의 시작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성당을 나서는 길에 그는 한참 동안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예수님은 갈릴래아의 작은 마을에서 평범한 목수의 아들로 살아가셨다. 하지만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길을 떠나셨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다.
프란치스코는 문득 생각했다.
‘나도 한 번 걸어보자. 목적지를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 하느님께서 계신다면 나를 이끌어 주시겠지.’
그날 저녁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진심 어린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삶에 당신의 뜻이 있다면,
제가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저는 이제 한 걸음을 내딛어 보려 합니다.”
그 기도는 짧았지만 그의 인생을 바꾸는 첫 기도였다.
그날 이후 세상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고민은 많았고 미래는 불확실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혼자 길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지만 자신을 부르시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희미한 믿음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웨이트 타로의 바보(The Fool)가 절벽 끝에서 미지의 세계를 향해 첫발을 내딛듯이, 프란치스코 역시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목적지를 알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시련과 은총이 기다리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영성가 프란치스코의 긴 순례는 그렇게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하느님,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
바보(The Fool) 카드는 무모함이나 철없는 행동을 의미하는 카드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향한 순수한 신뢰와 용기 있는 출발을 상징합니다. 프란치스코의 이야기에서 바보 카드는 인생의 모든 답을 알고 난 뒤에 신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과 불확실함 속에서도 하느님을 믿고 첫걸음을 내딛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영적 성장의 출발점은 지식이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겸손히 묻는 마음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인생의 모든 길을 알 수 없지만,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고 걸어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새로운 여정이 열립니다. 따라서 바보 카드는 영성의 첫 단계인 겸손, 신뢰, 순명, 그리고 미지의 길을 향한 용기를 가르쳐 주며, 모든 영적 성장의 시작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