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마법사(The Magician)의 단계에서 프란치스코는 자신에게도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또 다른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하느님의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하느님의 뜻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는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했을 때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대부분 자신의 말로 가득 찬 기도였다. 원하는 것을 청하고, 고민을 털어놓고, 계획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물론 그것도 진실한 기도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이상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기도는 하고 있는데 정작 하느님의 말씀은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본당에서 진행하는 피정에 참가하게 된 프란치스코는 뜻밖의 과제를 받았다.
“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 계십시오.”
그는 당황했다.
기도라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묵주기도를 바치거나 성경을 읽거나 특별한 묵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
처음 10분은 지루했다.
20분이 지나자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다.
해야 할 일들.
잊고 있던 기억들.
후회와 걱정들.
미래에 대한 불안들.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소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세상의 소음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만들어 내는 소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조금씩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창밖의 바람 소리가 들렸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울리는 성당 종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왜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 했는지, 왜 실패를 두려워했는지, 왜 늘 바쁘게 살아왔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마치 깊은 호수의 흙탕물이 가라앉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프란치스코는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침묵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점차 그는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진실은 늘 큰 소리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의 중요한 깨달음은 번개처럼 떨어지기보다 조용히 마음속에 스며든다. 자신의 욕심과 두려움이 잠잠해질 때 비로소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느 날 그는 성당 맨 뒷자리에 앉아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별한 체험도, 신비로운 환상도 없었다. 그저 고요한 침묵뿐이었다.
그런데 문득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너는 너무 멀리서 답을 찾고 있었구나. 가장 중요한 답은 늘 네 안에 있었다.’
그는 그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평화를 느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침묵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과 진실을 만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여사제(The High Priestess)는 행동보다 먼저 필요한 내면의 지혜를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역시 이 시기에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훗날 많은 사람에게 깊은 통찰과 평화를 전하는 영성가가 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이 침묵의 시간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
여사제(The High Priestess)는 지식이나 행동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깊은 통찰을 얻는 과정을 상징하는 카드입니다. 마법사(The Magician)가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단계라면, 여사제는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는 단계입니다. 많은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정보를 찾으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답은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사제 카드는 잠시 멈추어 생각하고, 감정과 욕망, 두려움과 기대를 차분히 바라볼 때 비로소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해 줍니다. 따라서 이 카드는 행동에 앞서 필요한 성찰과 직관, 그리고 자기 이해의 중요성을 상징합니다.
또한 여사제 카드는 세상의 소음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찾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기대, 사회적 기준,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무엇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무엇이 자신의 본심인지조차 알기 어려워집니다. 여사제는 그런 혼란 속에서 잠시 멈추어 내면의 침묵을 경험하라고 조언합니다. 침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며, 직관과 지혜가 자라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여사제 카드는 단순히 ‘비밀스러운 여성’이나 ‘신비로운 존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내면의 성찰, 직관의 발견,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진정한 만남을 상징하는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