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그는 기적을 많이 행한 사람도 아니었고, 나라를 세운 왕도 아니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를 가리켜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는 바로 메시아의 길을 준비한 마지막 예언자, 세례자 요한이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은 처음부터 특별했다. 그의 부모는 사제인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이었다. 두 사람은 하느님을 경외하며 살았지만 오랫동안 자녀가 없었다. 이미 나이가 많아 인간적으로는 아이를 가질 희망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즈카르야가 성전에서 분향하고 있을 때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났다. 천사는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것이며 그의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고 전하였다. 즈카르야는 이를 믿지 못했고, 그 결과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엘리사벳이 임신한 지 여섯 달 되었을 때 성모 마리아가 찾아왔다. 마리아의 인사말을 듣자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요한은 기쁨으로 뛰놀았다. 교회는 이 순간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요한은 이미 예수님을 알아보고 기뻐한 것이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태중에서부터 메시아를 증언한 최초의 증인이라고 불린다.
요한은 성장한 뒤 광야로 들어갔다. 그는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살았다. 세상의 부와 권력을 멀리하고 오직 하느님의 말씀에만 귀를 기울였다. 이 모습은 구약의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요한을 엘리야가 다시 온 인물로 생각하였다.
광야에서 요한은 힘차게 외쳤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그의 설교는 단순한 도덕 강의가 아니었다. 그는 메시아의 도래를 선포하였다. 사람들이 몰려와 죄를 고백하면 요르단 강에서 물로 세례를 주었다. 그러나 요한은 자신을 결코 중심에 두지 않았다. 그는 늘 자신보다 더 크신 분이 오신다고 말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분이시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으로 오셨다. 요한은 처음에는 자신이 오히려 예수님께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사양하였다. 그러나 예수님의 뜻에 따라 세례를 베풀었다. 그 순간 하늘이 열리고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내려오셨으며 성부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이 사건은 예수님의 공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자 세례자 요한의 사명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요한은 마침내 자신이 평생 기다려 온 메시아를 세상에 소개하였다.
다음 날 요한은 예수님을 보며 이렇게 외쳤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이 한마디는 오늘날 미사 중에도 반복되는 중요한 신앙고백이 되었다. 요한은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서 예수님께로 돌렸다. 그의 제자들 가운데 일부도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때 요한은 유명한 말을 남긴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이 말은 세례자 요한의 생애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씀이다. 그는 자신을 높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비우고 예수님을 드러내는 데 모든 삶을 바쳤다.
그러나 진리를 선포하는 삶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요한은 갈릴래아의 분봉왕 헤로데 안티파스가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취한 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였다. 그 결과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감옥 안에서도 그는 끝까지 하느님의 진리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헤로데의 연회에서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춤을 추었고, 그녀는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였다. 헤로데는 맹세 때문에 이를 거절하지 못했고, 요한은 참수당하여 순교하였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비극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의 생애는 실패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전히 이루었다. 그는 메시아를 세상에 알렸고, 자신의 모든 영광을 예수님께 돌렸다. 그래서 그는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이면서 동시에 신약의 첫 증인으로 불린다.
세례자 요한의 삶은 오늘날 신앙인들에게도 깊은 가르침을 준다. 그는 사람들의 박수와 인정을 구하지 않았다. 오직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데 집중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았다. 언제나 예수님을 가리키며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외쳤다.
광야에서 울려 퍼진 그의 목소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서 울리고 있다. "회개하여라." 그리고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세례자 요한의 생애는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계획에 온전히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아름다운 신앙의 모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