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랑은 결혼식을 앞두고 눈 앞에 서 있는 신부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하나하나 세밀하게 살피며... 감격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입니다. 너울 속에 감추어진 비둘기같은 눈에 이어... 신부의 머리털에 대하여 칭찬합니다.
... 네 머리털은 길르앗 산 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같구나 (아4:1)
신부의 머리털을 길르앗 산 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같다고 칭찬합니다.
길르앗 산 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이 평범하고 짧은 구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납니다.
'길르앗 산'은 야곱이 얍복강에서 씨름할 때 주변을 두르고 있었던 산입니다. 하나님의 사자와 만나 씨름하여 구원의 응답을 얻은 바로 그 장소가 길르앗 산이었습니다. 또한 길르앗 산은 향료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아가서에서 몰약과 향료는 일관성있게 예수그리스도의 죽으심을 통한 죄사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길르앗은 다윗이 압살롬의 추격을 피하여 거주하던 곳으로 압살롬이 죽임을 당함으로 고난이 종지부가 찍어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길르앗 산은 예수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통한 구원의 산, 거듭남의 장소, 우리의 옛자아가 죽어 죄와 허물로 얼룩진 과거의 삶에 종지부가 찍어진 장소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신부의 머리털이 길르앗 산 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같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보통 성경에서 염소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가축입니다.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분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분별하는 것같이 하여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 ... 또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라 (마25:32-33,41)
마지막 백보좌 심판날에 모든 민족을 양과 염소로 구분하여 양은 우편에 염소는 좌편에 두어 왼편에 있는 염소들에게 영영한 불못에 들어가리라는 무시무시한 심판을 선언을 합니다. 염소는 이런 존재입니다. 영원한 지옥 불못에 들어가야 마땅한 사망의 몸...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시한부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죄인들을 의미합니다. 신부의 머리털을, 길르앗 산 '중앙'에 당당히 서서 풀을 뜯는 구원받아 마땅한 '우편 무리 양들'이 아니라... 길르앗 산 '기슭(주변)'에 가만히 누워 두렵고 떨림으로 긍휼만을 바라는 가련한 '좌편 무리 염소들'로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랑 앞에 고개를 떨구고 겸손히 자신의 어쩔 수 없는 본질을 바라보며 긍휼을 구하는 신부의 겸손한 신앙고백입니다. 예수님이 나의 신랑이 되어주지 않으셨다면, 진정 무리 염소로 영원히 멸망당할 수 밖에 없었던 절망적인 운명에 처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이런 나를 구원하여 주신, 고맙고 감사한 신랑의 긍휼과 사랑 안에서 세리처럼 가슴을 두드리며 감히 신랑을 우러러 고개를 들지 못하며 흐느끼는 신부의 모습이 바로 길르앗 산 기슭에 누운 무리염소인 것입니다.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눅18:13)
무리 염소는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고 이리저리 제 멋대로 날뛰는 대책없는 가축들입니다. 한 마리 염소도 길들이기 힘든데, 하물며 무리 염소라면 더더욱 답이 안 나오는 아수라장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런데... 무리 염소가 이리저리 날뛰어야 정상인데... 산 기슭에 누워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이전에 제 멋대로 욕심을 따라 살아가던 죄인이 이제는 회개하고 돌아와 구원의 산 기슭에라도 누워서 주님의 긍휼을 바라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구절입니다. 마치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예수님 잡수시던 밥상 주변의 떡 부스러기라도 주워먹고자 개취급 당하면서도 긍휼을 구하는 겸손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여자가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의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막7:27-28)
이토록 겸손히 자신을 낮추고 신랑의 조건없는 사랑과 은혜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신부를 바라보는 신랑의 눈에도 눈물이 고입니다. 이 눈물은 '긍휼'의 눈물입니다.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요11:35)
죽음이라는 장벽 앞에 어쩔 수 없는 가련한 사람들을 향하여 흘리시는 예수님의 눈물... 죽은 나사로로 인하여 슬피 울고 있는 불쌍한 인생들을 향하여 그들의 한계를 끌어안고 불쌍히 여기시는 신랑되신 예수님의 눈물입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하시며 완전하게 동일시해주시는 예수님의 전적인 은혜와 사랑 안에서 한갓 무리 염소 중의 하나로 서 있는 신부의 겸손한 신앙고백을 기쁘게 받으시는 것입니다.
이토록 겸손한 신부가 신랑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신부, 신랑이 데려갈 수 밖에 없는 신부, 신랑이 반드시 끌어안을 수 밖에 없는 신부인 것입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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