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아니 전 생애를 거쳐 기억할만한 선생이 있다는 건
참으로 축복받을 일이다.
내게는 그런 선생님이 없다고,
우리 때는 선생님들이 다 이상했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나고보니
또 교사가 되고보니
모든 선생님들의 언행이 이해가 가는 건 아니지만
그 모든 선생님들이 이해가 간다.
어쨌든 내게도 인상깊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다.
무섭긴 했지만 공정하시고
박학한 데다 모든 것에 만능이신 선생님이셨다.
그래서일까?
선생님께 공부며 그림, 과학과 조소를 잘 배웠고,
행동과 농담까지도
지금까지 각인되어 있다.
독특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신 소리였는데
종이 위에 연필로 글을 쓸 때
종이 사이로 연필과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딱 딱 다딱. 딱다닥 다닥다닥.
모르스 부호같기도 하고
타자기 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를 좋아하셨다.
그때는 이상하다, 독특하단 생각보다는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단 생각에
책상에 좀 더 부딪히며 썼던 기억이다.
이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며칠 전 아이들이 곱셈 구구 문제를 푸는데
아이들이 구구단을 읖조리며 푸는 소리가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
(7×6=? 을 풀려면 7×1부터 외워야 한다. ㅎㅎ)
그러다 문득
'아! 5학년때 선생님도 그러셨겠구나' 싶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는 소리...
이것도
지금 ㅡ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소리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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