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무등이네 목공방을 돌아보며..
ㅡ 박유성, 동인, 태경 아빠 박홍빈 ㅡ
무등이네 목공방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지도 벌써 만 2년이 넘어가네요.
처음 도현동욱 아버지께서 무등자유공동체에 합류하시면서 오로지 순수하게 아이들을 위해 홀로 책걸상을 만들던 것이 그 시초였지요. 그럼에도 공동체 내에서 동아리로 정착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네요. 그렇지만 식지 않는 열정으로 꿋꿋이 자리를 지켜준 도현동욱아버지 초대 목공방장님이 있었기에 이렇게 우리 공동체만의 색깔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느 자리에서나, 다른 발도르프 학교 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울만큼 아름다운 색깔을 내고 있다고 말이죠.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하고 또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 한해 무등이네 목공방에서는 코로나로 여러운 와중에도 많은 일들을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신입 회원도 모집하여, 밤 늦은 시간에 모여 이론 수업도 하구요.
그리고 초보 회원을 위한 의자 만들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의자 만들기가 초급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도 않네요.. ㅎㅎ )
그 기세를 몰아서 중급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서랍달린 책상, 서랍달린 침대 만들기까지~~
날도 덥고 힘든 과정임에도 서로 웃고 땀흘리며..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창조해낸다는 성취감으로,
피로도 잊고 즐거워하는 시간들이였습니다.
실수를 해도 다시금 고치거나 메꾸면 되고..
힘들게 고생하면서도 마지막에 떡하니 나온 작품을 보면 뭐랄까 그 희열은......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그 목공품을 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동안의 ‘힘듦’은 어디 발디딜 곳 없이 훌훌 날아가버립니다.
우리 어른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성취감.. 즉 ‘없음’이 순식간에 ‘있음’으로 돌아서는 귀한 경험을 할 일이 그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아주 작은 발견, 아주 작은 성취에도 즐겁고 밤잠을 설치던 아이들이였을텐데.. 어느새 어른이라는 굴레에 묶여 뭔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새 학사를 마련하기 위한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우리 무등이네 목공방에서도 함께 참여한 사업이 있었는데.. 바로 ‘도마 작업’이였지요. 정말 몇 년 동안 해온 것 보다 올 한해 작업한 양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힘든 작업 과정에 저희 무등이네 목공방 뿐만 아니라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해서 으쌰으쌰 힘을 내었지요. 팔, 어깨, 허리.. 온몸이 부서져라 작업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웃고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수익도 수익이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작업을 작업으로 보지 않고 그 밑바탕에 ‘순수하고도 숭고한 정신’이 깔려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주문을 해주신 학부모님들과 업체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또한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공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학교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것도 목공과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 말이죠.
목공 작업 중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샌딩 작업’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나무결을 아주 부드럽게 다듬어 나가는 것인데요.
사실 이 샌딩에는 몇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샌딩에 있어서는 규칙 아닌 규칙이 있는데..
한가지는 샌딩 페이퍼의 거칠기를 조절해서 몇 차례에 걸쳐서 샌딩을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80방 짜리 샌딩 페이퍼를 먼저 쓰면.. 그 다음에는 그 1/2인 40방을 더한 120방으로.. 그 다음에는 그 1/2인 60방을 더한 180방으로.. 그 다음은 240방.. 그 다음은 360방..
물론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지만.. 어찌되었든지 샌딩을 할 때는 처음에는 거칠게 샌딩을 하고 점차 곱게 샌딩을 한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샌딩기를 사용할 때 회전 속도도 중요하다고 하는 점입니다..
거칠게 할 때는 5~6 정도의 속도로.. 뒤로 갈수록 점차 천천히 3~4 이렇게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일을 바르고 다 마르고 나면 다시 마무리로 1000 ~2000 방으로 슥~ 밀어주면 끝나는 것이죠.
마음 급하게 먹어서 나무결이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빨리 마무리할 생각으로 400방으로 계속 한다거나.. 마무리인데도 너무 빠른 속도로 한다면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이죠. 그리고 오일을 칠하고 땡이 아니라 그 후에도 혹시 올라오는 거스름을 제거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느 것이든 그 상황에 맞는 거칠기로 다듬고.. 또 그 상황에 맞는 속도로 나아가면 결국에는 처음에는 ‘없던’ 것이 어느 순간 ‘있음’으로 나타나서 처음 시작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모습으로 멋진 작품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무리를 잊지 않아야 하는 것까지도 말이죠.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믿음과 의지를 가지고 꿋꿋하게..
어느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함께 나아가며..
실수를 해도 다시금 고치고 다듬어 가면서..
그렇게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무등이네 목공방과 무등자유 공동체가 되어나가길 소망해봅니다.
올 한해도 구성원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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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협찬과 소정의 댓가를 받은 것이 아니고 본인 스스로 직접 체험하여 쓴 체험기임을 밝힙니다~ 데헷~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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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유성동인아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12.08 선택 받은 자(!!!) 만이 소식지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것이지요??
무한한 영광을 주심에 감사드리며~~~ ^^ -
작성자진선희(유단엄마) 작성시간 21.12.09 유단이 입학 전인 8년 전에 무등이 개최한 국제강좌를 들으러 갔을 때 봤던 그 때나 지금이나 모습이 똑같은 방부제 미모의 늘 청년같은 분. 목공반도 싱그럽게 잘 이끄실 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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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유성동인아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12.09 헛.. 고인물(!!) 지대로 인증되부렀네요.. ㅋ
국제강좌 준비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되었네요..
이제 싱그러움과는 너무 멀어져 버린~~ ㅠ.ㅠ
응원 감사합니다~ ^^ -
작성자김도현&동욱아빠(김경곤) 작성시간 21.12.14 유성이 아부지! 계주 달리기 바턴을 잘 받아서 열심히 달려주시길 빕니다. ^^
제마음은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제가 너무 큰 짐을 지어준것은 아닌지... 하면서도 한편으로 너무너무 홀가분해서 날아갈것 같은!!!! ㅎㅎ
학교가 어려웠을때 어떻게든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는데, 이렇게나 규모도 커지고 부모님들이 열정적으로 활동 하실줄은 몰랐내요~ ^^
암요~ 장기적으로 봤을때 아주아주 잘된일이지요~
우리가 하는것은 언제나 아이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헝그리목공(피스 한개라도 헛투로 쓰지않고)을 추구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힘듣날 오거든, 자식들 생각함시롱 이겨내길 바라요~ 어디 도망 안가고 옆에 있을랑게, 도움 필요하시면 말씀하시고요. -
답댓글 작성자유성동인아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12.15 넵~~
바톤이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도록~!~!~!
힘든날 좋은 날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되는 요즘인 거 같습니다... ^^
앞으로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