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끈이라는 것은 확실한데...
대체 뭘로 만들었길래 이렇게 엉성하지?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제법 꼼꼼하고 정교하다.
때는 개학전 토요일,
무등의 학부모들이 모두 나와 교실과 강당을 청소하고 건물 주변의 풀을 뽑는 작업을 했는데,
청소작업을 끝내고 강당에서 일부 엄마들이 준공식 선물 포장을 하고 있었다.
1학년 김O나, 정O아, 3학년 윤O오 가 엄마들이 포장하면서 마끈을 쓰는 것을 보고,
그 비슷한 걸 만들어보고 싶었나보다.
오전에 엄마들이 뽑아놓은 풀더미에서 뿌리만 채취해 마끈이랑 얼추 비슷하게 새끼줄을 만들어 왔다.
(역시 발도르프의 어린이들이야!)
처음, 아이들이 만들어 온것은 딱 요만했다.
제법 잘 만들었길래, 우와 잘만들었는데? 하고 감탄했더니
뒤따라온 말,
"이거 사세요!"
"으..응...얼만데? *^ㅡ^*"
"만원이요!"
(아니 이것들이 세뱃돈으로 맨날 배춧잎이랑 사임당 어르신만 받았구나..)
"너무 비싸..ㅡ,ㅡ;
"(해맑게)그럼 천원이요!!"
"것두 비싸..ㅠㅠ"
"(더 해맑게) 백원이요!!"
"그래 백원이면 살게..(너무 야박하게 깎았나?.. ^.^;;) 근데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
"야호! 더 길게 할 수 있어욧!!"
하더니 쌩하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아이들 ㅎㅎ
그리고 나서 한참동안 선물포장을 하면서 나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잊어버렸다.
한참 뒤, 구학사에서 정리작업을 하던 남편이 데리러 오라는 전화를 해서 포장작업에서 먼저 일어나
남편을 데리러 구학사로 갔더니, 신학사에 예초기를 두고 왔다고 다시 신학사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신학사로 다시 돌아와서 남편을 내려주고 차를 돌리고 있는데,
밖에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
어찌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지, 뭔일인가 싶어 창문을 열었다.
"여기요! 우리가 한시간동안 이거 만들었어요. 백원 주세요~"
하면서 풀뿌리를 다듬어 만든 새끼줄(처음 것보다 10배는 더 길어진)을 내미는 거였다.
버려진 풀뿌리로 이렇게 쓸모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다니,
이 아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꼬마장인들이 분명하다.
허긴 엄마아빠와 선생님들이 항상 뭔가를 만들어내는 모습들을 보고 자랐으니..ㅎㅎ
흙은 하나도 안묻어있는 것이 뿌리만 떼어내서 물로 씻어
그 작은 손으로 새끼를 꼬았나부다.
어디서 새끼꼬는 법을 배웠지?
각자 만든것을 또 하나로 길게 엮는 것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참 기특한 어린이들 ㅎㅎ
아이들의 손에 차마 백원짜리 하나를 놓아줄수가 없어서,
차안을 뒤져 오백원을 손에 쥐어줬다.
"야호!!! 백원짜리로 바꿔달라고 해야지!"
하며, 또 신나게 어디론가 사라지는 아이들..
그렇게 차안에 저 풀뿌리 새끼줄을 며칠을 두었는데,
볼때마다 고민이 됐다.
저것을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까?
그렇게 고민하다가 마당에 활짝 핀 꽃들을 보았다.
우리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꽃들..
채송화, 샤프란, 그리고 이름을 모르겠는... OOO이들..
작은 유리병에 꽃들을 꽂은 다음 풀뿌리 새끼줄로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내일은 드디어 우리학교 새학사 준공식.
이 꽃병을 학교 안내 책상위에 놓아야겠다.
애들이 과연 알아볼까?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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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영 작성시간 22.09.02 오~ 풀뿌리 사업단, 날로 번창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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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민성아빠 작성시간 22.09.02 아하!
유나! -
작성자단오아빠 윤상정 작성시간 22.09.02 마음이 따듯해지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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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소은도연맘 작성시간 22.09.02 오마나! 마끈을 왜 찍은걸까..,,하며 읽다가 놀랬어요~~ 풀뿌리새끼줄 만드느라 얼마나 집중했을지, ^^ 너무 귀엽고사랑스런 아이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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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욱 엄마 작성시간 22.09.06 제목만 보고 광고글인줄~
오~~곁에서 아이들이 한일을
전혀 몰랐네요.
풀뿌리와 아이들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