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숫자 1000을 셉니다.
이미 천을 넘게 세는 아이들은 얘기합니다.
천은 시시하다고. . .
(한 꼬꼬마는 천원주면 다이소에서 살 게 많아서 시시힌지 않다고 합니다. ㅎㅎ)
그 시시한 1000이 얼마나 큰 수인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엌에서 쌀 한 컵을 퍼와서
쌀을 세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넷.
아직 100도 안 센 아이들이 호기롭게 세어갑니다.
아이들마다 다양한 수세기 방법이 나옵니다.
우직파 = 하나 둘 셋 넷. . .
짝수파 = 둘 넷 여섯 여덟. .
건너띄기파 = 오. 십, 십오, 이십. . .
교사가 뒤에 있어도 우직하게 자기 일을 하는
요 삼학년 꼬꼬마들이 얼마나 귀여운가요?
또 눈에 티만 보이는 교사가
바르게 앉자 하니 바르게 앉아 주는 저 아이들이 얼마나 고맙나요?
*
오늘 어느 부모님과 문자하다 나눈 내용인데,
어느 순간 바라보면 아이들이 쑤~욱 커있더라고...
말 안 듣는 꼬꼬마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금새 어른티 나는 애들의 모습을 보며
좀 아쉽고 서운하다는
뭐 대략 그런 이야기였던 듯.
맞아요.
하교시간,
숙제가 있어도 부모님이 부르면
쌔~앵하고 내빼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
삼학년 쯤 되니
이렇게 메모도 남기더군요.
웃으면서 울어보신 적 있으시죠?
제가 이 쪽지를 받은 날 그랬어요.
숙제 좀 모르면 어때요?
글씨 좀 틀리면 어때요?
그건 교사인 제가 가르치면 되는 일이고,
이 아이 안에는
서로에 대한 기본,
서로에 대한 진심이 있는걸요.
그게 드러나고,
그게 전해지면 되었지요.
심지어 제가 일기장에 고쳐준 띄어쓰기 표시까지 기억해서 적었네요.
나름의 예의와
나름의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는데
어찌 안 울겠어요.
이게 바로
계몽의 교육을 넘어선
관계의 교육 아닐까요?
(심지어 저 날, 두 개 가르쳐줬더니 나머지 4개 다 맞고 가던걸요? )
그런 시간이 켜켜이 쌓여
서로간의 믿음을 만들고
그 믿음의 힘으로 우리는 오늘도 1000이라는 숫자를 셉니다.
사랑해서 한 번 세 줍니다.
천을 세다보니 1시간이 더 걸렸어요.
이런 어려움을 겪고나니
그 외 모든 일들이 다 쉽고 재밌습니다.
김경민 선생님이 아이들과 고(난의) 행(군)을 다녀오신 게 이런 이유실까요?
습식 정도는 즐겁게. . .
살아가는 일이 어찌 내 마음대로만 되겠습니까만은
수학 좀 어렵고 맞춤법 좀 틀리던
이 어린이들이 커서
순간순간
그때그때
내가 할 일들을 찾아 묵묵히 하고
그 속에서 조그마한 기쁨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그 작지만 큰 수, 천을 세고 기뻐했듯이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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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10.16 시시한 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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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서현유정엄마 작성시간 24.10.16 쌀알 세는 효준이 정수리를 보고 어릴적 너~~~무 심심해서 동생이랑 둘이 방바닥에 엎드려 누워 쌀알을 세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오늘은 할 줄 모르지만 내일은 할 수 있다는 아이의 기대.
‘지금 난 부족할지라도 당신 덕에 크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있어 뭉클합니다.
애써주심에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10.17 심심해서! 쌀알 세던 경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듯요.
요 아이들에게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일상들이
체험되어야 할 교육의 영역으로 들어와 버렸네요.ㅎㅎ
교사로선, 해 줄게 많아 좋습니다. -
작성자허은정(나현엄마) 작성시간 24.10.23 예쁘고 아름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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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11.18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