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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사랑하며

[스크랩] 1000은 얼마나 큰 수인가?

작성자장승규|작성시간24.10.15|조회수116 목록 댓글 6

오늘은 숫자 1000을 셉니다.

이미 천을 넘게 세는 아이들은 얘기합니다.

천은 시시하다고. . .
(한 꼬꼬마는 천원주면 다이소에서 살 게 많아서 시시힌지 않다고 합니다. ㅎㅎ)



그 시시한 1000이 얼마나 큰 수인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엌에서 쌀 한 컵을 퍼와서

쌀을 세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넷.

아직 100도 안 센 아이들이 호기롭게 세어갑니다.

v자도 나타내고. .ㅎㅎ

아이들마다 다양한 수세기 방법이 나옵니다.

우직파 = 하나 둘 셋 넷. . .

짝수파 = 둘 넷 여섯 여덟. .

건너띄기파 = 오. 십, 십오, 이십. . .


교사가 뒤에 있어도 우직하게 자기 일을 하는

요 삼학년 꼬꼬마들이 얼마나 귀여운가요?



또 눈에 티만 보이는 교사가

바르게 앉자 하니 바르게 앉아 주는 저 아이들이 얼마나 고맙나요?




*


오늘 어느 부모님과 문자하다 나눈 내용인데,

어느 순간 바라보면 아이들이 쑤~욱 커있더라고...

말 안 듣는 꼬꼬마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금새 어른티 나는 애들의 모습을 보며

좀 아쉽고 서운하다는

뭐 대략 그런 이야기였던 듯.




맞아요.


하교시간,

숙제가 있어도 부모님이 부르면

쌔~앵하고 내빼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

삼학년 쯤 되니

이렇게 메모도 남기더군요.

개를 써서 네일을 해???




웃으면서 울어보신 적 있으시죠?



제가 이 쪽지를 받은 날 그랬어요.


숙제 좀 모르면 어때요?

글씨 좀 틀리면 어때요?

그건 교사인 제가 가르치면 되는 일이고,




이 아이 안에는

서로에 대한 기본,

서로에 대한 진심이 있는걸요.

그게 드러나고,

그게 전해지면 되었지요.




심지어 제가 일기장에 고쳐준 띄어쓰기 표시까지 기억해서 적었네요.

나름의 예의와

나름의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는데

어찌 안 울겠어요.



이게 바로

계몽의 교육을 넘어선

관계의 교육 아닐까요?
(심지어 저 날, 두 개 가르쳐줬더니 나머지 4개 다 맞고 가던걸요? )


그런 시간이 켜켜이 쌓여

서로간의 믿음을 만들고

그 믿음의 힘으로 우리는 오늘도 1000이라는 숫자를 셉니다.

사랑해서 한 번 세 줍니다.



천을 세다보니 1시간이 더 걸렸어요.

천을 세고 넉다운 된 채아. 그래도 1빠!
다 되간다.... 조금만 더.






이런 어려움을 겪고나니

그 외 모든 일들이 다 쉽고 재밌습니다.


김경민 선생님이 아이들과 고(난의) 행(군)을 다녀오신 게 이런 이유실까요?


습식 정도는 즐겁게. . .

효준이의 가을나무!

살아가는 일이 어찌 내 마음대로만 되겠습니까만은



수학 좀 어렵고 맞춤법 좀 틀리던

이 어린이들이 커서

순간순간

그때그때

내가 할 일들을 찾아 묵묵히 하고

그 속에서 조그마한 기쁨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그 작지만 큰 수, 천을 세고 기뻐했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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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바보새 信天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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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0.16 시시한 시. ㅎㅎ
  • 작성자서현유정엄마 | 작성시간 24.10.16 쌀알 세는 효준이 정수리를 보고 어릴적 너~~~무 심심해서 동생이랑 둘이 방바닥에 엎드려 누워 쌀알을 세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오늘은 할 줄 모르지만 내일은 할 수 있다는 아이의 기대.
    ‘지금 난 부족할지라도 당신 덕에 크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있어 뭉클합니다.

    애써주심에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0.17 심심해서! 쌀알 세던 경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듯요.

    요 아이들에게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일상들이
    체험되어야 할 교육의 영역으로 들어와 버렸네요.ㅎㅎ

    교사로선, 해 줄게 많아 좋습니다.
  • 작성자허은정(나현엄마) | 작성시간 24.10.23 예쁘고 아름답고~~~!!!
  • 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1.18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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