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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빡센 도보] ●서울 지하철 2호선 한 바퀴 따라 걷기 완보 (반시계 방향)

작성자세움스타일|작성시간26.05.04|조회수213 목록 댓글 12

"비에 젖고, 땀에 젖고, 추억에 젖고..."

 

우연치 않게 보게 되었다.

지하철 역마다 인증 사진을 찍으며 노선을 따라 종착역까지 걷는 게 있다는 것을.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랍기도 했지만

꼭 완보를 못 하더라도 걷기 자체를 즐기며 놀이처럼 하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왔다.

걸어보겠다고 마음먹은 날은 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 소식 뿐이다.

고민이 길어진다.

거기에 더해 게으른 심보까지 날 좋을 때 하자. 라고 자꾸만 부추기는데,

이미 내 손은 우비를 배낭에 넣고 있었다..ㅎㅎ

다니고 있는 교회가 신림역 바로 옆에 있어서 우선은 2호선(43개역)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정했다.

아침 일찍 1부 예배를 드리고 오전 8시 55분에 신림역을 찍고 봉천역으로 향했다. Let's go~

그 당시(76년) 봉천역 앞에 있던 '관악국민학교'를 2학년에서 4학년 때까지 다녔다.

3학년 때는 반지하층 교실에서 생활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친구들한테 그런 교실이 있었다고 하면 다들 거짓말이라고 하겠지.

이름은 '서울대입구'이지만 여기서 서울대까지 걸어가려면 멀어도 엄~~청 멀다.

소풍 때마다 관악구청 앞 비포장 길을 걸어서 낙성대 공원까지 왔었다.

요즘 초등 2,3학년 아이들한테 그렇게 걸어서 소풍을 가라고 하면 부모들이 난리들을 피겠지만...

오전 09:44분에 사당역 도착. 비는 여전히 우비를 타고 흘러 내딛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이팝나무 꽃을 볼 때마다 유년 시절에 먹었던 쑥버무리가 생각난다.

활짝 핀 벚꽃을 보면 아나고 회가 생각나고, 가을 단풍을 보면 닭발이 생각나고...

30년 전에 일했던 곳이 방배역 앞에 있던 문구센터였는데, 그 자리는 대형 교단에서 운영하는 학교와 교회가 캠퍼스를 이루고 있다.

세월은 흘러 모든 것이 노쇠해 가는데 종교는...

방배역에서 서초역까지는 역 사이의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다. 이후로는 짧게 짧게 삼성역까지 수월하게 간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사랑과 전쟁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곳이다. 서로서로 이해하고 그냥 삽시다~

강남역으로 향하는 길에 예쁜 올드카(로버 미니) 한 대를 만났다.

이 낡은 차처럼 세월이 오히려 값어치가 되는 삶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영~

95년도에 나래이동통신 삐삐를 개통하러 왔는데,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을 정도로 그때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아플 새도 없이 미쳐서 일했던 시절에는 여기 코엑스에 와서 가구 전시회도 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비를 맞아가며 허리와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그곳을 걸어가고 있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굴렁쇠를 굴리던 곳이다. 

자취방에 모여서 88올림픽을 보던 친구들은 모두 잘 살고 있겠지~

내가 아는 '신천역' 잠실새내역까지 왔다. 개명한 이름이 참 예쁘네요.

제 고향 춘천이 '봄내'라는 것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편의점에서 산 삼각 김밥을 뜯어 먹으며 잠실역으로 가는데 좀 창피하긴 하더라고요. 

입안 가득 김밥을 오물거리며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롯데타워 앞에서 한 컷 찰칵~ 

여기도 내가 아는 '성내역'이다. 잠실나루역, 이름 예쁘게 잘 바꿨네.

2024년 나길도 추계 울트라 도보를 마치고 밥을 먹던 곳인데, 그때 함께 했던 분들은 지금 다 어디에 계신가요?

집 나간 나길도 울트라 회원님들을 찾습니다. 보신 분은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BTS 보유국이기도 하지만 한강이라는 어마어마한 자산을 품은 것에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

울트라 도보, 한강 나이트 워크, 3.1절 120km 등등... 언제 걸어도 정말 좋다~

그 시절, 강원도에서 금강고속을 타고 서울에 오자면 상봉터미널 보다 강변터미널로 오는 게 요금이 조금 더 비쌌다.

상봉터미널은 없어지고 동서울 터미널도 예전 같지가 않네. 너도 나이를 많이 먹긴 했구나~~ㅠㅠ

현재 시각 : 낮 12시 46분. 대략 4시간 정도 걸었다~

내가 아는 화양리 '건대입구'다. 신사리(신림사거리) 만큼이나 많이 와서 술 마시던 곳.

87년~88년 그때는 진짜 술 엄청나게 마셨는데...

요즘 제일 핫하다는 성수동이다. 외국 관광객도 많이 보이고 외국인처럼 꾸민 젊은 친구들도 많고.

그래도 문신을 한 친구들을 볼 때면 아직까지 난 보기가 불편하다. 꼰대라서 그렇다고?  

첫째를 여기 한양대병원에서 낳았다. 제왕절개를 하고 병실에 있을 때 100원짜리 동전을 잔뜩 바꾸고는

돈을 넣어야 TV가 나왔다는... 한양대학교 안에 건물이 많아진 이유가 혹시... 

가수 김흥국 씨는 그렇게 나대더니 불러 주는 곳이 없어서 노래를 못 한다고 하소연을 하던데,

그러게 왜 그쪽에 줄을 서서 말년을 힘들게 사는지...  

DJ 박스에 신청곡을 적어서 주면 듣고 싶은 노래가 나왔다. 떡볶이도 맛있었지만 친구들과 그렇게 노는 게 더 좋았다.

그리고 명동까지 걸어와서는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명동성당 한 바퀴 돌아보고 종로서적 뒷골목에 가서 또 술 마시고...

내가 아는 '동대문운동장역'이다. 지난 2월 말 3.1절 기념 120km 무박 걷기 대회 때에 전철타고 왔던 곳이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대회를 겨우겨우 마치고, 나길도의 뜬구름처럼 선생님과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데

밥을 먹는 도중에 졸았던 일이 생각난다.

말이 120km지 잠도 안 자고 밤새 걷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쯧쯧

3.1절 기념 120km 무박 걷기 대회의 행사장었던 훈련원공원을 지난다. (내년에 또 참가해야지~)

을지로를 따라 시청역까지 단숨에 왔다.

사진을 찍는데 덕수궁 수문장 교대를 위해 조선 무관 복장을 하고 가는 두 분이 찬조 출연을 해 주셨다~~ (감솨합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철길 건널목을 건너는 일은 걸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우비를 벗은 뒤로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이 느껴진다~ 

85년 고2 때 조금 날티나는 옷을 사러 이대 앞에 왔었는데 이쁜 누나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이 다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래서 자주 갔다. 그때는 그냥 그랬었다고...

성수역을 지날 때도 관광객들이 꽤나 많은 편이었는데, 여기는 거기에 비해 몇 배는 더 사람들이 많았다.

헌팅의 성지라지만 여기든 거기든 내가 와서 놀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비집고 잽싸게 지나가기에 바쁘다~

3주 전에도 오밤중에 건넜던 다리다. 다른 카페에서 열렸던 한강변 울트라 100km 걷기 대회. 

나길도에서도 열리면 당연히 나가야쥬~~~

쇠 자르는 냄새, 탕탕대던 소리, 철공소가 밀집했던 문래동 골목은 특유의 기름 냄새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단짝이었던 친구의 부모님께서 문래동에서 공장들에 점심을 대주던 밥집을 하셨는데,

그때 놀러 가서 먹었던 비빔밥은 아직도 맛이 기억날 정도다.

식당 한켠 친구의 골방에서 들었던 Foreigner의 I Want to Know What Love Is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니 내 누군지 아니?" 

구디역까지 왔다. 다 왔다. 지금 시간은 저녁 6시 30분.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쉬지 않고 9시간 반을 걸었다~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고 아침에 출발했던 신림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걸으면 뭔 큰 깨달음이라도 얻을 것 같지만 실상은 피곤한 몸과 아픈 다리만 얻는다.

그리고 나만의 추억 하나가 또 발바닥에 생긴 굳은살처럼 쌓인다.

다음에는 몇 호선을 걸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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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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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세움스타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5 new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한이 있어도 바닷가에 가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마음 한가득인데,
    그렇게 될 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가끔씩 바닷내를 맡는 일 조차도 쉽지가 않네요..ㅠㅠ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하나 되는 곳에서 인애 님의 하루가 가든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작성자ah-song | 작성시간 26.05.05 new ㅎㅎㅎ
    비오는날!
    터덜터덜 옛추억 소환하며 걷는 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때론 함께 때론 혼자!!!
    화이팅하고 응원합니다.

    올만에 나도 혼자 빡세게 걸으러 나갈깡? ㅎ
  • 답댓글 작성자세움스타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5 new 안녕하세요? 아송 님,
    걷기에 더없이 좋은 휴일입니다.
    끝도 없이 즐겁고, 대책 없이 행복하고, 사정없이 아름다운 봄날 보내십시오~~
  • 작성자야간비행 | 작성시간 26.05.05 new 재치있는 상상력과 호기심
    응원보냅니다 ~^^
  • 답댓글 작성자세움스타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5 new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비행하듯 밤샘 야간 도보를 한번 계획해 보아야겠습니다.
    이처럼 좋은 봄날이 꽃처럼, 향기처럼 온전히 채워지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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