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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고, 평화를 생각하고, 사색을 담다 ➔2코스

작성자時雨|작성시간26.06.22|조회수43 목록 댓글 1

역사를 품고, 평화를 생각하고, 사색을 담다

역사의 성벽을 적시는 빗물, 예술의 숲에서 피어나는 통일의 염원

[여정의 기록]
코스 구간 : 문수산성 남문 ➔ 문수산 장대 ➔ 김포조각공원 ➔ 통진성당 (김포 2코스)
거리 및 시간 : 약 9.5km / 4시간 소요 (우천 산행 포함)

1. 빗속의 문수산성 : 역사의 성벽 위에 내리는 사색의 비

강화를 떠나 김포의 첫 관문인 문수산(文殊山)에 들어서는 길,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마침내 묵직한 빗줄기를 뿌리기 시작한다. 우산 위로 토닥토닥 떨어지는 빗소리는 마치 이 길의 오랜 지키미가 건네는 나직한 환영 인사처럼 들린다.
한강 하구와 서해, 그리고 염하강을 굽어보는 문수산성은 예로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조선 숙종 때 축성된 이 산성은 병인양요 당시 한성근 장군과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역사의 현장이다. 비에 젖은 검은 성돌 하나하나에 그들의 숨결이 스며 있는 듯하다.
가파른 성곽길을 따라 빗속을 오르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문득 북녘을 향해 시선을 보낸다. 오늘 내린 비와 안개 때문에 황해도 개풍군의 산하는 형체마저 흐릿하게 숨어버렸지만, 눈앞의 시야가 가려질수록 마음속의 지도는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과거에는 외세를 막아내던 단절과 투쟁의 성벽이었던 이곳이 이제는 평화를 염원하며 걷는 사람들의 길이 되었다. 비에 젖어 더욱 묵직한 빛을 띠는 성벽을 따라 걷다 보니, 역사는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도 우리의 발걸음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생물(生物)임을 깨닫게 된다.

2. 김포조각공원 : 빗물에 젖어드는 평화의 조각들

문수산의 가파른 산길을 내려와 도착한 김포조각공원은 역사적 긴장감으로 굳어 있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공간이다. 숲과 예술이 조용히 어우러진 이 길은 문수산성이 들려준 이야기의 다음 장처럼 다가온다.
비에 젖은 나뭇잎들은 짙은 청록의 빛을 머금고, 그 사이사이로 평화와 통일, 인간을 주제로 한 조각 작품들이 고요히 모습을 드러낸다. 빗방울이 조각의 표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은 마치 굳어 있던 작품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듯하다.
숲속에 서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마주하며 걷는 길은 내 안에 흩어져 있던 평화의 조각들을 맞추어 가는 과정과도 같다. 단절을 표현한 날카로운 철제 조각도, 화합을 노래하는 둥근 곡선의 조각도 오늘 내리는 비 앞에서는 모두 같은 빗물을 머금으며 하나의 풍경으로 녹아든다.
예술이 인간의 언어를 넘어 평화를 노래하듯, 나 역시 빗속을 걸으며 이 조각공원의 풍경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3. 길은 비를 맞으며 단단해진다 : 510km 대장정의 두 번째 디딤돌

빗속에서 신발은 무거워지고 옷자락은 축축하게 젖어 들었지만, 마음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가볍고 맑다.
1코스 강화의 길에서 내 안의 소음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졌다면, 2코스 김포의 길에서는 문수산성의 역사와 조각공원의 예술, 그리고 빗속의 사색을 통해 비워진 자리를 채워 넣는 경험을 한다.
거센 비가 나무를 더욱 푸르게 만들고 흙길을 단단하게 다지듯, 오늘의 우천(雨天)은 510km 대장정을 향한 나의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벼려주는 축복인지도 모른다.
어느새 최종 종착지인 통진성당에 닿는다. 촉촉하게 젖은 성당의 뜨락과 깊은 침묵은 문수산성에서 안고 온 역사의 무게와 조각공원의 서정을 포근히 감싸 안아준다.
오늘 빗속에 남긴 발자국은 언젠가 마르고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마주한 역사와 예술, 그리고 평화에 대한 다짐은 내 안에 깊은 나이테가 되어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펼치고 걸으면 된다. 안개가 짙으면 그 풍경대로 바라보고 걸으면 된다.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을 맞으며 걸으면 된다.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나는 그저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時雨의 한 줄

역사는 돌에 남고,
예술은 숲에 남고,
오늘의 사색은 내 안에 남았다.

2026년 6월 22일
時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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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時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DMZ 평화의 길 종주 (2회차)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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