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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그리운 날은 / 송창식

작성자太虛空1|작성시간26.06.08|조회수27 목록 댓글 0

[아래 내용 / 인터넷 펌글]

 

서정주-송창식 '푸르른 날'은 무슨 뜻일까

 

송창식은 1947년생 동년배인 문정희 시인과 함께 미당 서정주를 만났다. 이날 술자리에서 송창식은 미당의 시를 노래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미당은 자신의 시 중에서 '푸르른 날'이 노래로 만들기에는 좋을 거라고 말하며 추천했다. 송창식에 이 시에 곡을 붙여 내놓았다.

이 시는 쉬워보이지만, 간단치 않은 구도를 지니고 있다. 우선 '푸르름'이란 색채를 이토록 우주 가득히 채워놓은 그 배색(配色)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핏 놓치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저 푸르름의 빛깔이 하늘빛이라는 것이 시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더뷰스 시의맛: 푸르른 날은 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하는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끝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시, 송창식 노래>

 

송창식, 문정희, 서정주

송창식은 1947년생 동년배인 문정희 시인과 함께 미당 서정주를 만났다. 이날 술자리에서 송창식은 미당의 시를 노래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미당은 자신의 시 중에서 '푸르른 날'이 노래로 만들기에는 좋을 거라고 말하며 추천했다. 송창식이 이 시에 곡을 붙여 내놓았다.

이 시는 쉬워보이지만, 간단치 않은 구도를 지니고 있다. 우선 '푸르름'이란 색채를 이토록 우주 가득히 채워놓은 그 배색(配色)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핏 놓치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저 푸르름의 빛깔이 하늘빛이라는 것이 시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하늘이란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미당은 하늘이란 말을 꺼내지도 않은 것이다. 그냥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란 구절로, 마음이 저절로 하늘로 향하고 기분이 저절로 가을가을해지는 현상이다.

하늘을 말하지 않으면서, 그 공간과 시간 전체를 하늘로 채색하는 이 화법(畵法)이야 말로 미당만이 할 수 있는 태없는 절창인지 모른다. 

이 푸르름의 색채를 말하면서, 프랑스 미술가 이브 끌랭(Yves Klein)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었다. 1957년 끌랭은 청금석에서 뽑아낸 울트라마린 안류에 투명한 합성수지를 섞어, 순도 높은 청색을 뽑아낸 사람이다.

그는 이 빛깔은 인터내셔널 끌랭 블루(IKB)라고 상표등록을 했다. 이 화가는 이 끌랭 블루를 활용하여, 15년간 푸른 색 일색의 그림 200여점을 그려 세상을 사로잡았다.

 

순도 높은 끌랭 블루의 하늘

미당이 말한 푸른 색은 깊어진 가을 하늘을 떠올리면 알 수 있는 빛깔이지만, 그것이 시 속에 들어앉아 있을 때 눈이 멍해질 만큼 눈부신 그 빛은, 아마도 저 순도 높은 끌랭 블루에 가까운 빛일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 빛깔을 천공에 칠해놓고, 그리운 사람을 부른다. '...하자'라는 청유형으로 쓴 것은, 그 하늘을 이고 사는 이들이 저 눈부신 아름다움에 대해 지니는 경배(敬拜) 감정을, 인류 보편으로 확장시켜놓는 기분이 있다.

하늘이 칠해놓은 그리움의 이미지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가만히 돋아오르는 '눈먼 연심(戀心)'같은 것이다. 눈이 먼 곳을 향하면, 가까운 것은 보이지 않고 먼 것이 뚜렷해지니, 이것이 일종의 '눈먼 마음'의 진상이 아닌가.

 

눈먼 마음의 진상

그 뒤에 나오는 미당의 반전은 그 생각의 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푸르른 하늘 아래, 가을은 끝자리로 절정인데 나무들은 초록에 지쳐 단풍이 든다.

푸르른 건, 안녕과 평화와 영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거대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사이, 계절의 안색(顔色)같은 것이다. 곧 눈이 오고 다시 또 봄이 오는 계절의 순환이 대기하고 있는 중의 푸르름이다. 그러면 이 지극한 아름다움을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눈이 오고 봄이 또 오는 건, 이것이 한 계절의 순간이며 다가오는 시간들이 이 아름다운 삶들의 존재를 밀어내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찌 하리야.

너무 아름다울 때는, 저도 모르게 먼 뒷날을 훔쳐보며

이토록 그리운 너도, 이토록 그리워 하는 나도, 저 하늘이 바뀌면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지금 이 시간 네가 그리운 건, 시간이 부추기는 절박함 때문이 아닐까.

그저 멀리 있어서 못 만나는 것쯤이야, 아직은 괜찮다. 잔망스럽게도 더 무서운 생각이 슬며시 스며드는 것이다.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그러면 무엇을 그리워할 것이며, 누가 이토록 푸르른 눈먼 감정으로 그리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나가 죽어서 하나를 그리워 하게 된다면, 저 푸르른 날이 얼마나 지독하게 시릴 것인가.

그리운 사람, 오래 그리워할 시간이 없다

너무 아름다운 날엔 그 아름다움을 통째 다 쓰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한다.

곧 그것이 지고 말아 그리워할 이도 그리워하는 이도 다 함께 휩쓸려 가버린 뒤에야 그리움이 그제서야 머리를 풀고 일어나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니, 이를 어찌 하겠는가. 사라지고 나서, 저 푸르른 하늘을 또 어찌 하겠는가.

지금 저 하늘 아래 있는 동안, 그리운 사람이 있고 그리워하는 내가 있는 동안, 저 눈부신 푸르름처럼 미치도록 그리워나 하자는 말.

시는, 노래 속에 들어가 송창식의 무심한듯 절절한 애상으로 그 메시지를 푸르른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다. 저런 말을 한 미당은 들을 귀도 없다. 잊지 못할 이즈음의 풍경 앞에서 휑하니 저 홀로 미치도록 푸르른 날.

더뷰스 시의맛 리뷰어 빈섬 이상국 isom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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