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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 매파를 움직이는 일본 우익ㅡ쓰리쿠션 외교의 설계자들을 직시하라

작성자상생21|작성시간26.06.08|조회수265 목록 댓글 0

[시론] 미국 매파를 움직이는 일본 우익ㅡ쓰리쿠션 외교의 설계자들을 직시하라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2026-06-08

최근 미국의 주권침해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한 가지 기묘한 패턴이 반복된다. 압박의 내용이 놀라울 만큼 일본의 이해관계와 정확히 정렬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연의 일치라 보기엔 너무 자주, 너무 정밀하다. 한국 기업을 옥죄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강제징용 판결을 무력화하는 외교 압력, '한미일 동맹'이라는 전례 없는 언어의 부상 — 이 모든 것이 워싱턴에서 발신되지만, 그 최종 수혜자는 도쿄다.

우리는 이제 동북아 당구대 위에서 벌어지는 정교한 기획, 이른바 '쓰리쿠션 외교 전략'을 직시해야 한다. 전면에는 미국의 패권적 조급증과 강경파의 군사·통상 압박이 서 있지만, 그 각도를 설계하고 명분을 공급하며 최종 실익을 챙기는 몸통은 다름 아닌 일본 우익 세력이다.
외견상 미국에 의한 주권 침해로 보이는 현상들의 본질을 파헤쳐보면, 결국 일본 우익이 파놓은 구조와 정확히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이 직접 한국을 압박하면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쿠션을 치고 들어오면 한국 사회는 동맹의 명분 하에 이를 거부하기 힘들어진다는 계산을, 그들은 이미 완벽하게 마쳤다.

워싱턴을 장악한 일본의 로비 네트워크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워싱턴의 심장부를 장악한 일본의 집요하고 천문학적인 로비력이다. 일본 외무성과 우익 성향의 민간 재단들은 오랜 세월 미국의 핵심 싱크탱크와 정계를 합법적으로 조화(調和)시켜 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허드슨 연구소 등 미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싱크탱크 뒤에는 매년 막대한 자금으로 유지되는 일본 석좌(Japan Chair)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자금이 직접적인 지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금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정책 권고가 그 방향과 일치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워싱턴 내부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재팬 핸들러(Japan Handlers)로 불리는 미 주류 외교·안보 관료들은 이 구조 안에서 길들여졌다.

그 전형적 산물이 바로 한국 피로증(Korea Fatigue) 프레임이다. 미국은 한국의 역사 논쟁에 지쳐 있다는 이 담론은 조직적으로 유포되어, 한국에 과거사를 묻고 한·미·일 군사 협력에 올인하라는 주권침해성 압박의 사전 정지작업 역할을 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이다. 그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JET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건너가 영어 교사로 시작해 5년 이상 체류하며 일본 국회의원 비서와 지방 신문 기자로 일했고, 도쿄대 유학 경험에 유창한 일본어까지 구사하는 인물이다.
이후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총괄했고, CSIS 일본실장으로 자리 잡아 오늘날까지 워싱턴 아시아 정책 프레임의 핵심 주조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인물이 미국 아시아 전략의 설계자가 되는 이 경로 — 이것이 재팬 핸들러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이다.
한편 CSIS에는 한국석좌도 존재한다. 빅터 차(Victor Cha)가 그 자리를 맡고 있는데, 이 한국석좌 자리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CSIS가 각 100만 달러, 한국 재계(무역협회·전경련·대한상의 등)가 230만 달러를 보태 총 430만 달러 규모로 조성됐다. 한국 돈으로 만든 한국석좌가 정작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제한하는 한미일 삼각동맹 논리를 생산하고 있다는 역설 — 쿠션은 안에서도 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ㅡ일본우익이 설계하고 미국매파가 집행한 판

미국 외교의 핵심 기둥이 된 인도·태평양 전략의 원조 설계자는 미국이 아니라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였다.
아베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을 포위하는 자유와 번영의 호 구상을 주창했고, 이를 정밀화해 워싱턴에 제안했다. 패권 유지에 급급했던 미국 강경파들은 이 매력적인 판을 전면 수용했다.

그 결과 한반도의 평화 공존과 독자적 외교 영역을 확보하려던 대한민국의 지전략적 자율성은 현저히 축소됐다. 미국이라는 대리인의 손을 빌려 한국을 한·미·일 하위 파트너십 구조에 종속시키고, 자신들은 전쟁 가능 국가(정상국가화)이자 지역 맹주로 복귀하려는 일본 우익의 거대한 시나리오가 그대로 관철되고 있는 셈이다.

기술/경제 주권을 노리는 두 번째 쿠션

이 쓰리쿠션 전략은 단순한 군사·외교를 넘어 오늘날 국가 주권의 핵심인 경제·기술 주권의 영역으로 전면 확장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안보를 명분으로 한국의 첨단 반도체 및 핵심 공급망 기업들을 강도 높게 통제하고 대중국 경제 절연을 요구하는 현상을 보라.
이 국면에서 가장 거대한 어부지리를 챙기는 것은 일본이다.

미국은 한국과 대만에 집중된 반도체 제조 역량을 분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의 라피더스(Rapidus) 건설과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라는 쿠션을 타고, 일본은 자국의 강점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 패권을 합법적으로 공고히 하며 기술 패권 국가로 복귀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통상·제조업 선임고문으로 활동하는 피터 나바로의 대중국 압박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고 일본 산업의 반사이익을 키우는 효과를 낳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신음하는 동안, 일본 우익과 산업계는 무혈입성으로 경제적 주권을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착지한 쿠션들 — 국내 협력 구조

쓰리쿠션은 워싱턴과 도쿄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서울 내부에 레일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레일은 정책·학문·언론의 세 층위에 걸쳐 촘촘히 놓여 있다.

정책 라인에서는 일본 우익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된 인물들이 오랫동안 외교안보의 핵심을 장악해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낸 김태효가 그 전형이다. 그의 시카고대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이었으며, 2009년에는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가 세운 세계평화연구소에서 차세대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학자 시절부터 일관되게 일본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주창했고,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서 외교부의 속도 조절론을 찍어누르며 굴욕적 방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도록 강요한 주역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일본 우익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가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핵심을 장악하는 이 구조를, 우연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학문·담론 영역에서는 식민지 지배의 긍정적 유산을 주창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 일본 우익 담론과 정확히 맞물리며 국내 역사 저항 의지를 희석시켜 왔다. 이 흐름의 주요 논객들이 생산한 담론은 일본 내에서도 일본 제국을 찬양하는 근거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학문적 이견이 아니라 쓰리쿠션의 국내 이데올로기 쿠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언론 영역에서는 구조적 친화성이 오랜 역사를 갖는다. 조선일보는 창간 이후 친일적 논조의 DNA를 이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거니와, 2019년 일본의 경제 보복 국면에서 그 본색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라는 한국어 제목의 기사가 일본어판에서는 '한국인은 얼마나 편협한가'로 바뀌어 제공됐고,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일본 측을 두둔하는 댓글까지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독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당시 청와대 대변인에 의해 공식 지적됐다. 일본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공격하는 바로 그 순간, 어느 나라 신문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주한 미대사로 착지한 마지막 쿠션

쓰리쿠션의 마지막 공은 이제 주한 미국대사관에까지 놓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명해 2026년 6월 현재 상원 외교위 인준을 통과한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일본에서 성장하며 니혼여자대학에 다녔고,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 국어를 구사한다. 그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남긴 말은 음미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 한국 간의 매우 강력한 동맹(strong alliance)이 필요하다.' 한미, 미일은 조약에 근거한 동맹이지만 한일은 동맹이 아니다. 이 발언은 한일 관계를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1년 전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방어선을 어디에 그릴 것이냐, 한국인가 일본인가 필리핀인가'라고 발언하며 대만 유사시 한국이 대중국 저지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주한미군의 이동 배치를 넘어 한국을 중국과의 전쟁에 동원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것이 의도된 설계인지, 결과적으로 일치하는 우연인지 — 그 질문 자체가 이미 쓰리쿠션의 정교함을 증명한다.
물론 그는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역사왜곡 논문에 대해 '역겹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단순한 친일 부역자의 면모는 아니다. 그러나 위안부 인식이 바르다 해도, 한반도 정책의 큰 그림이 한미일 삼각 종속 구조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면 — 그것이 이 쿠션의 핵심 기능이다.

매국적 인사들 ㅡ층위별 역할 분담

지금까지 확인한 인물들을 층위별로 배치하면, 쓰리쿠션의 전체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담론 설계 층위에서는 마이클 그린이 워싱턴 아시아 정책 프레임을 일본 친화적으로 주조하고, 빅터 차가 한국 전문가의 외양으로 한미일 종속 논리를 정당화한다.
집행 층위에서는 피터 나바로의 대중국 경제 압박이 한국 기업을 조이고 일본 산업에 반사이익을 제공하며, 미셸 박 스틸이 한미일 동맹 프레임을 서울 현장에서 완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 협력 층위에서는 나카소네 재단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가 한국 외교안보의 핵심을 장악하고, 식민지 근대화론 계열 학자들이 이데올로기 쿠션을 생산하며, 조선일보를 위시한 일본 언론과 제휴한 언론사들이 미디어 레일을 깐다.

기획자는 일본 우익, 설계자는 재팬 핸들러 네트워크, 집행자는 미국 강경파, 국내 조력자는 뉴라이트 정책·학문·언론 라인 — 그리고 최종 피해자는 대한민국의 외교·기술 주권이다.

눈앞의 공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이 정교한 구조를 직시하지 않고 눈앞에서 날아오는 미국의 거친 공만 바라보는 한, 종속과 침해의 고리를 결코 끊어낼 수 없다. 공이 어느 각도로 꺾여서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당구대 전체의 판을 읽는 혜안이 시급하다.

한 가지 오해는 미리 차단해야겠다. 이 논의는 반미나 반일 감정을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의 건전한 동맹은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동맹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수단이 목적을 잠식할 때, 그 동맹은 주권의 적이 된다. 일본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일본 우익이 미국을 통해 치는 쿠션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판을 깨뜨리는 열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워싱턴 담론을 직접 공략할 한국 주도 싱크탱크 네트워크의 강화다.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로비 인프라에 맞서려면, 한국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공공 외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둘째, 반도체·배터리·소재 분야에서 일본 소부장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 주권 로드맵이다. 경제적 취약성이 외교적 종속을 낳는다.
셋째, 한미 동맹을 맹목적 종속이 아닌 협상 가능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재정립하는 외교적 담대함이다. 우리의 안보 기여, 방위비 분담, 기술 협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대등한 협상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
넷째, 최근의 한국의 기술력을 토대로 한 지구촌 우군의 구축이다. IT나 반도체뿐 아니라 천궁-II와 같은 방어용 무기의 연대는 한국이 공공재적 안보를 구축할 자산이다. 우리의 실력을 최대화시키고 평화를 이끌어갈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젠 제대로 해야 한다.

맺음말 — 이재명 대통령의 '친일부당재산 환수' 발언에 주목한다

일본의 날씨방송을 중계하는 화면을 보면 항상 한반도가 포함된다. 일본열도가 동서로 비스듬하기 때문이다. 이를 늘 보고 있는 일본 대중은 한반도에 친밀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침략과 압제를 주도해온 일본 우익에겐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일본 우익은 역사적으로 지배층이었다. 한반도와 대륙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4년 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는 '민족반역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주제 아래 친일매국언론사의 재산 환수를 결론지은 바 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현충일을 맞아 '친일부당재산의 환수'를 언급했다. 우리는 그들의 나팔수부터 응징해야 한다.

시대의 압력 앞에서 미래를 설계한 자가 문명이 되었다. 쿠션을 인식하지 못한 자는 쿠션의 부품이 된다. 대한민국이 동북아 질서의 설계 주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설계 속에서 부품으로 소비될 것인가 — 이 선택 앞에서 우리는 지금 서 있다.

4년전 국회토론회 장면. 민족반역죄는 공소시효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조선일보를 응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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