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미성 김필로
유월은 탐스러운 수국의 언어가
물려온다
물빛 열여덟 내 모습 같아
대책 없이 설렌다
얼굴보다 더 큰 보랏빛 수국
그앨 처음 붓끝에 머물게 한 날
서툰 물감 사이에서 상처만 입혔다
눈에서 몽글락몽글락
꿈처럼 피어오르는데
팔색조 같은 그 애 모양
좀처럼 나타낼 수 없다
알맞은 재료 바탕 삼아
블루색으로
혹은 핑크색으로 의상을
만들어 입혀도
어울리지 않아 수선하기 일쑤
어쩐다
벌써 몇 주째 헛 붓질만 하다가
자세히 그 애 눈과 마주한다
포기할까 낙심한 마음
다시 해보라고 용기 준다
열 번
그 이상이 되더라도 해보자
예쁠 것 없는 색색의 수국이
웃는다, 거실에서 예쁘게
친구 왈: 안 질려?
필로 왈: 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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