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나라에 축구 잔치로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나도 축구는 좋아 하지만, 어디에 나가서 응원을 한 적이 없다. 지난 6월 22일, 세계 축구 대회에서 첫 승리만이라도 바랬던 나라가 스페인과 단판을 벌리던 날.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이 날도 텔레비전을 통해서 축구 경기를 보았다. 아버지께서도 축구 때문인지 이날 빨리 오신 탓에 두 부자는 소주 한 병과 튀긴 닭을 안주 삼아 축구를 봤다. 사실.. 나는 둥그런 것 들과 인연이 없는 터라, 다른 사람과 달리 결과 중심(?)이다. 하지만, 큰 대회가 있는 날은 가끔 보는데, 이 날이 그런 날이다.
축구 경기가 끝났다. 120분 동안 했음에도 승패가 결정이 나지 않아 승부차기 끝에 이뤄낸 4강 진출. 우리 나라 반응과 각 나라 반응을 잇달아 방송을 하며 들뜬 모습 감추질 않는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정훈이가 전화가 왔다.
"너 지금 뭐하니?"
"텔레비전 보고 있지."
"밖에서 응원 안 했나?"
"나가면 뭐하노? 나가면 고생이지."
"오늘 같은 날 집에서 뭐하노, 얼렁 나온나. 해운대로 온나. 원우랑 우정이도 불렀다."
지난 5월부터 뜻 맞는 고교 동기끼리 하자던 계. 정훈이는 고교 3년 동안 같은 반 친구다. 그래서 다른 친구보다 꽤 친하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회사에서 밤샘을 한 터라 몸이 많이 피곤했다.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며 안 나간다고 해보지만 지난 주부터 한 번 보자고 전화가 온 터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해운대로 향했다. 해운대 가는 차는 많은 데, 이 친구 집으로 가는 차는 몇 대 없다. 때문에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나오라고 할 요량으로 해운대 가는 차를 아무거나 탔다.
"어디에서 내리면 되는데?"
"우리집 앞으로 와."
"그럼 난 집으로 갈란다."
괜히 심통이 났다. 차에서 내려 정훈이 집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곳. 걷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중간에 내려 이 친구 집 앞에 서는 차를 갈아탔다. 정훈이는 차 안에 있는 나를 보더니 바로 차에 올라선다. 원우네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원우는 정훈이 동네와 차로 10분이면 가는 곳이다. 가는 동안, 축구 이긴다고 해서 숨 안 쉬어도 된다더냐, 스페인에 이겼다고 스페인 땅을 우리 땅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냐, 경제 활동은 안 해도 된다더냐며 핀잔을 줬다. 이 친구는 해운대에서 빨갱이 옷 - 이른바, 붉은 악마란 옷인데 가슴에 큼직하게 비 더 레즈(Be the Reds)라 적혀있다. - 을 입고 해운대에서 응원 했단다.
차에 내려 우리는 바로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려고 맥주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맥주집은 뜻밖에 한산하다. 우리가 거의 첫 손님. 하기야 지금 이 시간이면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하고 있을 테다. 일단 우리는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켰다. 텔레비전에서는 아직도 축구 이야기다. 두 시간이 흘렀나? 언제부턴가 방송에는 터키와 세네갈의 축구를 한다. 시간이 지나 네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좀 체 안 온다. 그러는 사이, 맥주집의 빈자리가 하나 둘 채워져 나와 정훈이 둘만 앉아 있기가 미안할 정도가 되었다. 여자 친구와 밥 먹고 온다던 원우도 이젠 소식이 없다. 갈까? 그래 마지막이다. 손전화를 들었다.
"못 오냐? 우리 간다."
"뭐라노? 가긴 어디간단 말이고? 이리 온나!"
벌써 취한 목소리다. 알고 보니, 원우와 여자 친구 뿐 아니라 자기네 식구와 함께 벌써 한 잔 한 상태. 좀처럼 취하지 않는 친군데, 그날은 꽤 취한 듯. 전화를 끊고 나와 정훈이는 원우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내 이 모습 보려고 네 시간 동안 기다렸단 말인가? 아~ 분하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으면 다음에 만나자고 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잡았단 말이냐?'
그래도 정훈이는 배알도 좋다. '너 오늘 많이 취했구나?'며 웃음 꽃을 피운다. 원우는 우리를 만나자마자 우정이를 찾는다. 머스마 넷이서 만나자고 하는데 오고 싶었겠는가? 나는 안 올 거라고 지레 눈치를 챘는데, 원우는 우정이에게 손전화를 걸어보란다.
"우~~~ 정. 우정을 영어로 뭐라고 하냐?"
"아~ 그거 뭐더라. 아 맞다, 프랜드십."
굳이 프랜드십을 알아야 한단 말인가? 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프랜드십이 뭐꼬? 그런말 쓰려면 우리말 공부나 먼저 하고 써라."
내 특유의 비꼬는 말, 가시 섞인 말이 이어진다. 원우가 취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 우정`을 우리말로 뭐라 하는데?"
게슴츠레 눈뜨고 묻는다. 참 가관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 놓고 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다, 술을 좀 먹은 탓도 있다. 그래서 얼렁 기억나는 낱말,
"띠앗머리. 국어사전에도 나오니 한 번 찾아봐라."
밤이 너무 늦었다. 원우 누나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자기로 했다. 물론 원우는 좀 채 정신을 못 차린다. 원우는 학원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지만, 나와 정훈이는 이 영걸이 나오는 영화 한 편을 보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나도 곧 잠이 들었다.
.. ..
아무리 생각해도 띠앗머리`는 아니다. 집에 오자마자 국어사전을 펼친다.
띠앗머리 [이] '띠앗'을 속되게 이르는 말.
띠앗 [이]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심.
흐흐.. 역시 나는 윤똑똑이다. 띠앗머리`는 아니었구나. 분명 우정`을 이르는 우리 토박이말이 있었을 텐데.. 그래, 누리그물 한말글 모임에서 찾아보자. 똑, 똑, 딸깍~! 아, 그래 이거구나.
의초 [이] 동기간의 우애. 부부 사이의 정의.
이렇게 해서 윤똑똑이, 의초`란 낱말을 가슴 속에 새겼다. 친구야~, 우리 의초 변하지 말고 함께 웃으며 살제이~. 나 그날 짜증부린 거 미안하데이.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어두워 그랬나보다. 미안하데이. 그런데 한글 학회에서 펴낸 '우리 토박이말 사전'에는 왜 의초`가 실리지 않았을까? 거참..
축구 경기가 끝났다. 120분 동안 했음에도 승패가 결정이 나지 않아 승부차기 끝에 이뤄낸 4강 진출. 우리 나라 반응과 각 나라 반응을 잇달아 방송을 하며 들뜬 모습 감추질 않는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정훈이가 전화가 왔다.
"너 지금 뭐하니?"
"텔레비전 보고 있지."
"밖에서 응원 안 했나?"
"나가면 뭐하노? 나가면 고생이지."
"오늘 같은 날 집에서 뭐하노, 얼렁 나온나. 해운대로 온나. 원우랑 우정이도 불렀다."
지난 5월부터 뜻 맞는 고교 동기끼리 하자던 계. 정훈이는 고교 3년 동안 같은 반 친구다. 그래서 다른 친구보다 꽤 친하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회사에서 밤샘을 한 터라 몸이 많이 피곤했다.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며 안 나간다고 해보지만 지난 주부터 한 번 보자고 전화가 온 터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해운대로 향했다. 해운대 가는 차는 많은 데, 이 친구 집으로 가는 차는 몇 대 없다. 때문에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나오라고 할 요량으로 해운대 가는 차를 아무거나 탔다.
"어디에서 내리면 되는데?"
"우리집 앞으로 와."
"그럼 난 집으로 갈란다."
괜히 심통이 났다. 차에서 내려 정훈이 집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곳. 걷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중간에 내려 이 친구 집 앞에 서는 차를 갈아탔다. 정훈이는 차 안에 있는 나를 보더니 바로 차에 올라선다. 원우네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원우는 정훈이 동네와 차로 10분이면 가는 곳이다. 가는 동안, 축구 이긴다고 해서 숨 안 쉬어도 된다더냐, 스페인에 이겼다고 스페인 땅을 우리 땅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냐, 경제 활동은 안 해도 된다더냐며 핀잔을 줬다. 이 친구는 해운대에서 빨갱이 옷 - 이른바, 붉은 악마란 옷인데 가슴에 큼직하게 비 더 레즈(Be the Reds)라 적혀있다. - 을 입고 해운대에서 응원 했단다.
차에 내려 우리는 바로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려고 맥주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맥주집은 뜻밖에 한산하다. 우리가 거의 첫 손님. 하기야 지금 이 시간이면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하고 있을 테다. 일단 우리는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켰다. 텔레비전에서는 아직도 축구 이야기다. 두 시간이 흘렀나? 언제부턴가 방송에는 터키와 세네갈의 축구를 한다. 시간이 지나 네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좀 체 안 온다. 그러는 사이, 맥주집의 빈자리가 하나 둘 채워져 나와 정훈이 둘만 앉아 있기가 미안할 정도가 되었다. 여자 친구와 밥 먹고 온다던 원우도 이젠 소식이 없다. 갈까? 그래 마지막이다. 손전화를 들었다.
"못 오냐? 우리 간다."
"뭐라노? 가긴 어디간단 말이고? 이리 온나!"
벌써 취한 목소리다. 알고 보니, 원우와 여자 친구 뿐 아니라 자기네 식구와 함께 벌써 한 잔 한 상태. 좀처럼 취하지 않는 친군데, 그날은 꽤 취한 듯. 전화를 끊고 나와 정훈이는 원우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내 이 모습 보려고 네 시간 동안 기다렸단 말인가? 아~ 분하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으면 다음에 만나자고 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잡았단 말이냐?'
그래도 정훈이는 배알도 좋다. '너 오늘 많이 취했구나?'며 웃음 꽃을 피운다. 원우는 우리를 만나자마자 우정이를 찾는다. 머스마 넷이서 만나자고 하는데 오고 싶었겠는가? 나는 안 올 거라고 지레 눈치를 챘는데, 원우는 우정이에게 손전화를 걸어보란다.
"우~~~ 정. 우정을 영어로 뭐라고 하냐?"
"아~ 그거 뭐더라. 아 맞다, 프랜드십."
굳이 프랜드십을 알아야 한단 말인가? 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프랜드십이 뭐꼬? 그런말 쓰려면 우리말 공부나 먼저 하고 써라."
내 특유의 비꼬는 말, 가시 섞인 말이 이어진다. 원우가 취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 우정`을 우리말로 뭐라 하는데?"
게슴츠레 눈뜨고 묻는다. 참 가관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 놓고 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다, 술을 좀 먹은 탓도 있다. 그래서 얼렁 기억나는 낱말,
"띠앗머리. 국어사전에도 나오니 한 번 찾아봐라."
밤이 너무 늦었다. 원우 누나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자기로 했다. 물론 원우는 좀 채 정신을 못 차린다. 원우는 학원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지만, 나와 정훈이는 이 영걸이 나오는 영화 한 편을 보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나도 곧 잠이 들었다.
.. ..
아무리 생각해도 띠앗머리`는 아니다. 집에 오자마자 국어사전을 펼친다.
띠앗머리 [이] '띠앗'을 속되게 이르는 말.
띠앗 [이]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심.
흐흐.. 역시 나는 윤똑똑이다. 띠앗머리`는 아니었구나. 분명 우정`을 이르는 우리 토박이말이 있었을 텐데.. 그래, 누리그물 한말글 모임에서 찾아보자. 똑, 똑, 딸깍~! 아, 그래 이거구나.
의초 [이] 동기간의 우애. 부부 사이의 정의.
이렇게 해서 윤똑똑이, 의초`란 낱말을 가슴 속에 새겼다. 친구야~, 우리 의초 변하지 말고 함께 웃으며 살제이~. 나 그날 짜증부린 거 미안하데이.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어두워 그랬나보다. 미안하데이. 그런데 한글 학회에서 펴낸 '우리 토박이말 사전'에는 왜 의초`가 실리지 않았을까?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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