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착심에 대하여
이 청 하
중국 어느 산중에 조그마한 절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전 주지승으로 말하면 불법에 대한 공부심은 없고 오직 재물에 대한 욕심만이 있어서 언제든지 돈 모으는 데에만 정신을 팔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상좌 하나가 있었는데 그는 어려서부터 그 절에 와서 중노릇을 하였으나, 도무지 공부는 안 가르치고 심부름만 시키는지라, 어려서는 부득이 그대로 지내 왔지만 이제는 상당한 연령도 차고 따라서 명예심도 생기매, 하루는 그 주지승을 보고 “제가 이 절에 온지 10여 년에 공부는 하나도 못하고 부질없는 일만하여 아까운 세월을 허송하였으니까 이제는 다른 선방으로 가서 공부를 조금 하겠사온즉 스님께서 비용을 대어주십시오. 그리하여야 저도 남과 같이 대우를 받아 보지 않겠습니까?”라고 애원을 하여 보았다. 그러나 스님은 학비 줄 일이 아까워서 그런 말은 들은 체도 않고, 대답도 않는지라, 상좌는 그만 분 끝에 악심이 발하여 저 욕심쟁이 스님이 돈이 아까워서 나의 애원도 들어주지 않는구나. 자기가 그런다면 나도 더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스님 돈 있는 곳도 내가 아는 터이니, 살짝 그 돈을 훔쳐가지고 어느 선방으로 가서 공부만 잘하면 나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 아닌가 하고 중심에 생각한 후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 어느 가을날 비 오는 밤에 스님의 동정을 살피는 중 마침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지라 곧 일어나 스님 방으로 들어가서 돈 주머니를 집어내었다. 그 순간에 잠든 스님은 잠을 깨어 눈을 떠 본즉 자기 생명 보담도 귀중히 여기는 돈 주머니를 상좌란 놈이 훔치는지라 그만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서 ‘네 이 도적놈’ 하더니 그 돈 주머니를 빼앗는다. 훔쳤던 돈 주머니를 빼앗긴 상좌는 전후사 생각할 틈도 없이 그만 스님의 호신용으로 두었던 칼을 빼어 스님의 목을 찌른 즉 스님은 비명을 치며 그만 꺼꾸러졌다. 그 찰나에 돈 주머니를 뺏어가지고 뛰어나와서 즉시 무주 호덕사라는 절로 도망을 하여 입선하기로 하고, 또 요행히 수좌라는 직명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자 결제일이 돌아옴에 사방에서 선객이 운집하여 설법을 듣고 있다가 수좌가 우연히 문을 열고나가니 자기가 죽이고 온 스님이 황망히 들어온다. 수좌는 그만 놀라서 수미단 뒤로 들어가 가사를 머리에 둘러쓰고 벌벌 떨면서 어느 틈으로 내다본즉 그 스님은 눈을 둥글둥글 굴리면서 찾더니, 그만 입맛을 다시고 돌아나가는 지라, 수좌는 가만히 나와서 가사를 벗고 막 자리에 앉으려 한즉 뒤를 돌아보던 스님의 눈에 띄어 그만 질풍같이 다시 쫒아들어 오더니 “너 이놈 여기 있었구나.” 하며 그만 상좌의 목덜미를 눌러 그 즉석에 절명 시키고 말았다.
그는 곧 상좌에게 칼을 맞고 죽은 욕심쟁이 주지승의 망혼인데, 너무 원통이 죽어 원귀가 되어가지고, 그와 같이 쫒아 와서 그 상좌를 죽이게 된 것이다. 이 어찌 두렵지 아니한가.
그 후, 또 한 가지 이상한 일은 호덕사에서 그 수좌가 죽은 후에도 매년 2차씩 입선 공부를 하는데 결제날에 수좌를 정하여 수좌석에 앉힌즉 눈에는 보이지 아니하나, 바로 그 자리에서 “수좌는 누구냐.”하며, 참말 수좌는 떠둥구쳐 내었다. 일동은 이상히 생각하고, 그 자리를 비워 놓았던 바, 그 후에도 번번이 그러는지라, 나중에는 하는 수 없어서 목상을 깎아 「상주불단수좌위(常住不斷首座位)」라 써서 제 일석에 안치하고 참말 수좌는 제 이석에 앉혀서 공부를 하는 것이 준례가 되었었다.
그런데 어느 해에는 진룡대사라는 아주 영걸스런 화상이 그 호덕사에 법사로 와 있게 되었다. 그래 제1석 수좌의 내력을 듣고 무엇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하되 “내가 그 요망한 유령을 퇴치시키리라.”하였다. 그 후 과연 결제날이 당도함에 진룡화상은 법복을 입고 정중히 제일석에 안치한 목상을 집어 사정없이 내동이를 치고, 자기가 그 자리에 앉더니, 눈을 척 내리 감고 좌선을 시작하였다. 그런즉 또 어디에서인지 “수좌는 누구냐.”한다.
좌선하던 진룡화상은 그만 눈을 크게 뜨고,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며 “수좌는 진룡이다.”하였더니, 그 다음부터는 다시 그런 일이 없었다 한다.
그는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스님을 죽이고 까지 나와서 겨우 소망의 선객이 되었으며, 겸하여 수좌라는 직명까지 얻게 되었는데 인과보응이라는 자연의 명령에는 항거치 못하여 불의의 학살을 당함에 역시 원귀를 면치 못하고 사신이 되어 호덕사 선방 수좌석을 떠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이라 할까 불행이라 할까 마침내 진룡화상을 만나 그와같이 호령을 듣고 쫒겨나서는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하니, 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우리 보통 사람이란 욕심이나 착심이나 원심 갖는 것을 예사시 한다. 그러나 만일 그 욕심 착심 원심을 때지 못한 즉 생전사후에 무진고가 충생첩출하여 삼악도 면할 날이 없나니, 보라, 그 욕심쟁이 화상도 자기 상좌의 학비를 아끼다가 전 재산과 귀중한 생명을 뺏겼고, 따라서 자기를 죽인 상좌에게 원심이 독하게 맺힘에 원귀 악신이 되어가지고 그와 같은 악행을 또한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상좌는 선방 수좌에 착이 붙어서 수라보를 받아 가지고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다가 진룡화상에게 쫓겨나서 또 어느 곳으로가 약행을 할는지 그 어쩌다 추측이나 할 바이랴?
과연 삼가고 조심할 바는 욕심 착심 원심이라 하노라. 그러나 우리는 탐진치를 제거하고 계정혜 삼학을 가진 수도자이다.
부지런히 수도 정진하여 원만대도만 성취한다면 저 모든 악심잡념은 저절로 소멸되고 따라서 우리의 앞에는 무궁한 극락이 전개될진저.
<회보 제51호 感想, 원기24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