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이현천
기차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생기고 매끈한 KTX 보다
산과 들길을 소리를 내며 달리는 무궁화 열차를 타야겠다.철길따라 놓인 역마다 서고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에도 서서 한 두사람을 만나고 떠나는 열차를...숨을 몰아쉬며 산고갯길을 오르고 강변 마을길을 지나며는 기적을 울려 세월 안부를 묻고 지나는 무궁화 열차..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는 KTX보다 하얀 연기를 내 뿜으며 느리게 달리는 기차는 어쩌면 내 삶과 닮아서 일지도 모른다.
어디쯤 달려 어두워져 한번도 와 보지 않은 작은 역에 멈추면 난 기차에서 내려 식당을 찾아 들고 무엇을 먹을까..잠시 고민하다가 된장찌개를 주문하겠지. 혼자 먹는 식사는 늘 외로움이 같이 했고
그걸 떨치려 내 곁의 사람들과 이 도시의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다.
밥을 먹으며 주모에게 몸 뉘일
곳을 묻고는 알려준 곳을 찾아
갈 것이다. 주모는 여인숙이라 했다. 아!..여인숙.. 얼마만에 들어보는 말이던가. 그러나
찾아간 곳은 여인숙이 아닌 현대식 모텔이겠지. 주모가 아는 건 여인숙이 전부였으리라. 오래전 자신을 내어줬던 그 밤의 기억을 지우지 못했을 것이기에...
낮선 도시에서 아침을 맞고
난 역으로 나가 표를 사고 내가 타고 떠날 기차를 기다리며 어제 미처 보지 못한 대합실을 천천히 둘러 보겠지. 빛바랜 대합실은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말이 없어도 괜찮을 것이다. 나처럼 타고 갈 기차를 기다리며 창밖을 응시하는 너댓명의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도시는 열차의 기적소리로 저물고 깨어나고 일어 섰으리라.
여행은 떠날때보다 돌아올때가
더 설레여야 한다고 했다.다시
떠날 것이기에..나도 그리 될
것으로 믿으며 가보지 않은 도시를 눈으로 그려보는 맘은 이미 설레 임에 들것이기에 또 길에 나설 것이다.
어릴때 난 기차를 보지 못했다.
내가 사는 고향으로는 기차가
다니지 않아 중학교를 도시로
나와서야 기차를 보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친구를
만나러 가곤 했다. 누군가가 항상
역 대합실에서 나를 마중했고 그 만남은 지금도 따뜻하다. 기차를 타고 집을 떠난 건 군에 갈 때였다. 역까지 배웅나온 친구는 눈물을 보였고 나도 울며떠났다. 세월이 흐르고 삶이 발전하고 기차보다 내 차를 타는 일이 많아 기차역을 가는 일이 드물어지며 세월이 들었다.
기적이 울리며 아침 기차가
들어오리라. 이 열차가 첫차인지는
모르지만 도시는 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분주해지는
것을 보게 될테고 내가 가야할 목적지는정해지지 않았다. 기차가 가는 길을 따라 나도 갈 것이다. 어디쯤에서 어두워지면 내려서 밤을 채우고또 기차를 탈 것이다. 여행이 끝나는 곳은 아마도 떠났던 자리가 될 것이기에 불안감도 쓸쓸함도 가져지지 않을 것을 난 안다.며칠 새 보고픔과 가득 커진 그리운 마음을 안고 내가 쉬임할 집으로 돌아 올 것이다.
너댓날쯤, 분주한 걸음을 멈추고
숨 고르기 기차여행을 할 것이다
힘겹게 고갯길을 오르는
기차 소리가 저물어가는
내 삶의 호흡 처럼 들려
아련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