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하는 인간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에는 391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예수님 오른쪽에는 천국으로 오르는 영혼이, 왼쪽으로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이 묘사되어 있다. 아래쪽 중앙에는 여러 천사가 나팔을 불면서 ‘최후의 날’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죽었던 사람들이 부활해 의인들은 그리스도 곁으로 올라가며 죄인들은 악한 영들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 내려간다. 그런데 단 한 사람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앉아 있다.
바로 ‘절망에 빠진 남자’다.
천사와 죄인들 사이에서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는 아직 심판을 받지 않은 가운데 고뇌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오른편에 올라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도의 왼편으로 떨어져 영원히 벌 받는 곳으로 쫓겨나는 죄인이 될 것인가. 미켈란젤로는 이 ‘고뇌하는 인간’을 통해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묵시가 사라진 시대에
우리에게는 이런 고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뇌하는 인간, 어디로 갈 것인가?>
계시록의 기자 요한이 경계하고 우려한 것은 제국주의 종교 의식의 강요와 그로 인한 박해의 조짐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당대의 저급한 문화와 종교에 동화되어 영적으로 무기력해지고 나타해진 그리스도인의 삶이었다.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의로운 손길을 보기 위해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 일상과 역사의 참된 주인이심을 일깨우는 묵시적 비전을 간직해야 한다.
- 이상명『성서 인물에게서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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