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바클레이 교수 “고린도후서 속 바울의 헌금 호소, 기복주의인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입력 : 2026.06.01 06:39
제16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
▲심포지엄 모습. ⓒ새문안교회
언더우드 자매교회 협의회 주최 제16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이 5월 30-3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담임 이상학 목사)에서 ‘은혜, 나를 넘어 세상으로: 바울에게 배우는 사랑과 연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영국 더럼대학교 라이트풋 신학 석좌교수(Lightfoot Professor of Divinity)로 재직 중인 세계적 신약학자 존 바클레이 교수(John M. G. Barclay) 교수가 이틀간 세 차례 강연을 통해 은혜를 통과한 ‘기독교 윤리’, 자선을 넘어 연대를 통한 ‘베풂의 삶’, 그리고 기독교적 ‘자기 사랑’ 등에 대해 모색했다.
은혜가 이끄는 기독교 윤리
행위구원 넘어선, 은혜와 책임
예수, 모범 전에 은혜의 원천
명령·모방 아닌 ‘참여의 윤리’로
연보, 하나님 은혜+자발적 헌신
소유하는 삶→ 존재하는 삶
첫날 오전 1강은 ‘은사 안에서 사는 삶: 기독교 윤리는 어떻게 은혜로부터 흘러나오는가(Living in the Gift: How Christian Ethics Flow from Grace)’라는 주제로 고린도후서 8-9장 속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연보 문제를 다루면서 은혜와 윤리의 관계를 살폈다.
바클레이 교수는 “개신교 전통은 오랫동안 ‘행위 구원’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성도의 윤리적 책임과 복음의 은혜와의 연결에 종종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러나 바울에게 해답은 분명했다. 그리스도를 위해 산다는 것은 이미 값없이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 안으로 점점 더 깊이 참여하며, 날마다 새로이 더해지는 은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도는 부유하셨음에도 가난해지신 것이 아니라, ‘자기 내어줌의 부유함’ 속에서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드신 것”이라며 “여기서 그리스도는 단순히 우리가 모방해야 할 사례가 아니라 우리가 나누는 은혜의 원천이고, 모든 것을 내어줌은 시간을 초월한 추상적 존재에 대한 반향이 아니라 구체적 한 사건에 대한 반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울이 요청한 선행은 명령의 윤리(an ethic of command)도 모방의 윤리(an ethic of imitation)도 아닌, ‘참여의 윤리(an ethic of participation)’이자 ‘감사와 인식의 윤리(an ethic of gratitude, recognition)’이고, 신성한 은혜의 역동성에 의해 재구성되는 윤리”라며 “그 은혜는 우리를 은혜의 흐름 안으로 휩쓸고 들어가, 그 은혜의 일부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를 변화시킨다. 근본 구조는 선물·은사의 윤리, 즉 우리가 이미 받은 것을 전달하고, 이미 받은 자원을 나누며, 하나님의 무한한 자기-내어줌으로부터 솟아나와 경계를 허무는 관대함”이라고 강조했다.
▲존 바클레이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새문안교회
바클레이 교수는 “하지만 바울이 원하는 것은 성도들 스스로가 삶 전체의 변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고, 베풂도 마찬가지”라며 “바울은 성도들의 베풂이 하나님의 은혜 덕분일 뿐 아니라, 동일한 비중으로 성도들의 진심 어린 헌신과 열심, 선택 덕분이라고도 말한다. 그들이 연보를 주는 것은 100% 하나님의 은혜이며, 동시에 100% 그들 자신이 자발적으로 베푸는 행위”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우리가 무언가를 베풀기 전부터 일하시고, 베푼 후에도 그 결과를 이끌어 내시며, 그 과정에도 함께하신다. 그렇다 해서 우리의 베푸는 행위가 무의미해지거나, 베푸는 주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하나님은 우리가 자유의지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베푸는 존재가 되도록 만들어 주시는 분”이라고 풀이했다.
또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고후 9:7)’는 구절은 일종의 기복신앙이나 번영복음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외적 보상, 즉 베푸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무엇이 아니라 자아의 내적 성취·확장·심화”라며 “베푸는 행위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것을 더 많이 받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무언가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온전한 무엇으로 성장하기 위해 심는 것”이라고 했다.
존 바클레이 교수는 “만물의 은혜와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자기-비움적 사랑에 뿌리가 있고, 이는 그리스도라는 선물을 통해 결정적으로 실행됐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라는 목적이 결국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담겨 있다”며 “기독교 윤리의 탁월함은, 상류(근원)와 하류(결과)를 동시에 조망한다는 점”이라고 정리했다.
▲심포지엄 모습. ⓒ새문안교회
더불어 “우리의 여정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get)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과 은혜를 풍성히 수용할 수 있는 인격체로 존재하기(be) 위함이다. 기독교적 삶 전체는 하나의 형태와 갈망과 목표를 지니고, 이는 현생을 넘어 죽음 이후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진다”며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타인에게 전달하며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유익을 위해 기도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이 되어가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의도하셨던 모습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구현될 온전한 인간상”이라고 전했다.
타인을 위해, 타인과 함께
이어진 2강은 ‘자선인가, 연대인가: 타인을 위해, 그리고 타인과 함께 베푸는 삶(Charity or Solidarity: Giving both for and with the Other)’이라는 제목으로 빌립보서를 통해 바울의 ‘연대(koinonia) 신학’을 탐구했다.
존 바클레이 교수는 “전통적인 자선이나 박애 모델은 흔히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베푸는 구조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수혜자를 의존적이거나 무력한 존재로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며 “하지만 바울이 말한 ‘연대’는 복음 그 자체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형성되는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호의존 모델은 초기 기독교인들의 삶의 모습을 반영할 뿐 아니라, 단지 타인을 위한 선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 공유된 ‘공동선(common good)’을 향한 헌신 속에서 그들과 함께 충만한 삶을 살기를 소망하는, 더욱 풍성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설파했다.
▲심포지엄 질의응답 모습. ⓒ새문안교회
사랑, 자기 부정 아닌 자기 성취
둘째날 오후 3강에서는 ‘사랑은 자기 희생을 필요로 하는가(Does Love Require Self-Sacrifice)?’라는 제목으로 로마서 12-15장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하나님의 사랑에 기초한 올바른 자기 사랑’을 소개했다.
바클레이 교수는 “기독교 전통의 특정 흐름들, 특히 근대 이후 전통에서는 사랑을 상실과 불가분하게 연결시켜, ‘참된 사랑’은 자아 소멸(selflessness)이나 자기 부정(self-negation)으로 이어진다고 여겨온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바울은 사랑을 이러한 틀에 가두지 않는다. 바울에게 사랑은 자신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이웃과의 연대를 통해 변화되고 성숙된 ‘자기 성취’”라는 견해를 펼쳤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에 기초한 올바른 자기 사랑이 전제될 때,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은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며 “바울은 고난과 자기희생을 무조건적으로 이상화하는 신앙을 교정하고,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사회와 국가, 더 넓은 공동선을 향한 책임 있는 역할을 감당하도록 권면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