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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8

‘띠다’와 ‘띄다’

작성자조성식|작성시간16.04.29|조회수490 목록 댓글 0

우리말 편지

다른 말틀린 말’ 60

 

띠다띄다

 

 

계절의 표준이 되는 절기(節氣)들 가운데는 그 이름만 들어도 어쩐지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지는 절기가 있으니, 한로(寒露), 상강(霜降), 입동(立冬)과 같은 이즈음의 절기들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찬 이슬과 서리가 내리고,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에 이르렀음을 가리키는 시기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절기들이 가슴 설레는 기대를 안겨 주기도 하니, 그것은 바로 단풍 때문이라고 할 것입니다. 푸르던 잎들이 혹은 노랗고 혹은 붉게 물들어 만산에 홍엽(紅葉)’을 연출하게 될 터, 기상청이 전해 주는 단풍의 절정기에 눈과 귀를 열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푸르던 나뭇잎이 노란빛 혹은 붉은빛을, 더 나아가 형형색색의 오색빛깔을 가지게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두고, 우리말에서는 띠다라는 동사를 사용합니다. 다음이 그 예입니다.

⑴ㄱ. 설악산의 단풍은 붉은빛을 자랑하는 단풍나무와 벚나무, 주황빛을 띠는 옻나무와 신갈나무, 잎이 노랗게 물드는 물푸레나무, 피나무, 은행나무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 아오리는 골든 딜리셔스홍옥을 교배해 만들어진 조생종 사과로, 일반적으로 초록빛을 띠다 제대로 익으면 붉은 빛깔로 변한다.

이러한 문장에서 사용된 띠다빛깔이나 색채 따위를 가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띠다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아서 다음과 같이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그 특징입니다.

의미

용례

띠나 끈 따위를 두르다.

. 그러므로 여러분은 진리의 허리띠를 띠고 정의의 가슴막이로 가슴을 가리고 버티어 서십시오.

물건을 몸에 지니다.

. 추천서를 띠고 회사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용무나, 직책, 사명 따위를 지니다.

. 두 사람은 심각한 사명을 띠고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거침이 없다.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다.

. 대화는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어떤 성질을 가지다.

. 섬유 산업은 노동집약적 성격을 띠다 보니 그 무게 중심이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로 옮겨갔다.

 

이러한 사전의 정의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띠다는 일종의 다의어(多義語)로서 무려 여섯 가지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어 화자들 가운데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띠다대신 띄다를 씀으로써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⑵ㄱ. 파덕나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원산지며 처음에는 신비로운 빨간색을 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따뜻한 갈색 톤으로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 한껏 성숙한 모습의 설리가 설리 특유의 환한 미소를 띄고 있다.

여기에서 쓰인 띄다, 띄고는 의미상 각각 띠다, 띠고로 적어야 올바른 표기입니다. 그렇다면, ‘띠다에 대응되는 우리말 띄다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단어일까요? ‘띄다뜨이다혹은 띄우다의 준말로서 띠다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지면의 제약상 띄다의 의미는 다음번 편지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첨부파일 다른말과 틀린말 60(띠다와 띄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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