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편지 Ⅱ
☑ ‘다른 말’과 ‘틀린 말’ 61
‘뜨이다/띄우다’와 ‘띄다’
시인 도종환은 <단풍 드는 날>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버려야 할 것이/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제 삶의 이유였던 것/제 몸의 전부였던 것//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라고 하였으니, 우리들 또한 “혹은 붉은빛을 혹은 노란빛을 띠는 단풍잎들”을 가리켜, “붉은빛 혹은 노란빛을 띄는 단풍잎들”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만큼은 버려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따라서 이번 편지에서는 ‘띠다’와 분명하게 구별되어야 하는 ‘띄다’의 용법을 확인을 하는 데 관심을 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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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
의미 |
용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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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 이 다 |
감았던 눈이 떠지다. |
例. 간밤에 늦게 잤더니 아침 늦게야 눈이 뜨였다/띄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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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청각이 느껴지다. |
例. 아이의 귀가 뜨이는/띄는 것은 언제쯤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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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다. |
例. 사람들이 드문드문 눈에 뜨였다/띄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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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와 함께 쓰여)) 남보다 훨씬 두드러지다. |
例. NHN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게임 사업이 눈에 뜨이게/띄게 줄어들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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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듣기 위해 청각의 신경이 긴장되다. |
例. 귀가 번쩍 뜨이는/띄는 제안이 들어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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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 우 다 |
공간적으로 거리가 멀게 하다. |
例. 책상과 의자를 좀 더 띄워라/띄어라. |
이상에서 보듯이 ‘띄다’의 본말인 ‘뜨이다’는 모두 다섯 가지 의미를 갖는 다의어입니다. 그러나 ‘띄우다’의 의미는 비교적 단순해서 한 가지 의미만을 갖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의미로 쓰이든 이러한 환경에서 ‘뜨이다’와 ‘띄우다’는 모두 ‘띄다’로 줄여 쓸 수 있으며, 당연히 ‘띠다’와는 구별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번 편지에서 제시한 ‘띠다’의 다양한 의미 가운데 어떤 것도 ‘띄다’와는 바꿔 쓸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의 편의상 ‘띠다’를 ‘띄다’로 잘못 쓴 사례를 다시 한번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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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ㄱ. 파덕나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원산지며 처음에는 신비로운 빨간색을 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따뜻한 갈색 톤으로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ㄴ. 한껏 성숙한 모습의 설리가 설리 특유의 환한 미소를 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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⑵ㄱ. 다음 문장을 맞춤법에 맞게 띄어 쓰시오. ㄴ. 우리는 부부가 더 이상 다투지 않게 남편의 자리를 아내의 자리와 적당한 간격으로 띄어서 놓았다. ㄷ. 바삐 걷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보행에 절도가 있었고 서로 간격을 띄어서 고개를 약간씩 숙인 채 묵묵히 다가오고 있었다.≪박태순, 무너지는 산≫ |
이러한 문장들에서 쓰인 ‘띄다’의 본말은 바로 ‘띄우다’입니다. 문제 해결의 단서는 바로 ‘띄우다’의 의미라는 것을 잘 이해하시겠지요? ‘띄우다’는 “공간적으로 거리가 멀게 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⑵에 쓰인 ‘띄다’는 모두 ‘띄우다’의 준말이라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