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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빛역사]1995.04. 여고생 상희 이야기 / 지 딸 좀 죽이 주이소! / 아쉬움, 빛VIIT /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작성자운.영.진|작성시간25.04.03|조회수218 목록 댓글 35

[빛역사]

1995.04.00. 여고생 상희 이야기

월별빛역사

04월의 빛역사

 

1987.04.25. 수성관광호텔 솔밭예술제의 기적

1990.04.00. 혜명스님의 빛만남

1994.04.00. 김대중 대통령의 빛만남

1995.04.00. 여고생 상희 이야기

2008.04.12. 인터넷 빛명상 온라인 빛카페 개설일

2012.04.19. 사단법인 빛명상과 대구시 교육청 MOU체결

빛역사빛만평

제84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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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역사 이야기

2021.04.22 빛터 회합 상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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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주는 남자>

지 딸 좀 죽이 주이소!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돌이킬 수 없이 깊은 상처를 매만져주는 그 무한한 힘,

그 아름다운 빛VIIT의 힘을 사람들이 모두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994년, 학회 사무실을 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신문』에 초광력超光力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정말이지 언론의 공신력이란 참 놀라웠다. 그리 긴 기사도 아니었는데, 신문에 기사가 실리자마자 사무실에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초광력超光力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고 전화했던 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마는, 어쨌든 수많은 사람들이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내게 다가왔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전화로 내 일년치 스케줄이 다 짜여 질 정도였다.

 

   사실 그때 접수만 받고 내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하루가 위급했던 분들이 어찌 6개월, 일 년씩을 기다릴 수 있었겠는가. 지금도 그분들을 생각하면 몹시 죄송한 생각이 든다. 초광력超光力을 기다리다 채 만나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에게 늦게나마 이 빛VIIT을 보내고 싶다.

 

   어쨌든, 상희를 만난 것도 그 『매일신문』에 난 기사 덕택이었다. 당시 수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내가 직접 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고민 끝에 나는 사람을 하나 두어 미리 예약을 받도록 하고 나는 그 예약 순서대로 사람들을 만났다. 나를 부르는 사람은 너무도 많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이었다.

 

   나는 이 빛VIIT을 가능한 한 공평하게 나누고 싶었고, 때문에 아무리 지체가 높고 돈이 많다고 해도 결코 순서를 당겨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밖에서 예약 접수를 받던 아가씨가 집에서 전화가 왔다며 내게 전화를 건네주었다. 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수화기 속에서 뜻밖의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상님, 지 딸 좀 죽이 주이소…. 지 딸 좀 죽이 주이소.”

 

   “네?”

 

   나는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되물었다.

 

   “선상님, 지 딸 좀 죽이 주이소….”

 

   대답은 똑 같았다. 전화기 속의 목소리는 애절하다 못해 흐느끼고 있었다. 집에서 온 전화인 줄 알고 수화기를 들었던 나는 밑도 끝도 없이 딸을 죽여 달라는 애원에 잠시 멍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머니, 전화 잘못 거신 것 아닙니까?”

 

   “정광호 선상님 아잉기요?”

 

   “네, 맞습니다.”

 

   “그라몬 지가 올키 걸은기라예. 선상님, 제 딸 좀 제발 죽이 주이소.”

 

   내 이름을 정확히 대는 걸 보니 잘못 걸려온 전화는 아닌 듯했다. 그런데 대체 딸을 죽여 달라니 무슨 소리란 말인가? 지금까지 내게 살려 달라 애원한 사람은 수도 없었지만 이렇게 죽여 달라고 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는 대체 이 아주머니가 무슨 일로 이런 뜻 모를 소리를 되풀이 하는지 궁금해 졌다.

 

   “아니, 아주머니, 따릉ㄹ 죽여 달라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살려 달라는 말을 잘못 하신 겁니까?”

 

  “선상님은 조선 사람 아잉기요? 내가 언제 죽이돌랐지 살리돌라습니꺼?”

 

   아주머니는 내가 답답한 듯 되레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같은 소리만 되뇌는 아주머니가 답답하기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먼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왜, 무슨 일이 있어 그러십니까? 딸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집이라도 나가 속을 썩이나요?”

 

   “집이라도 나가면 시원키라도 하지예…. 엉엉….”

 

   아주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선상님, 지 딸은 산소 호흡기만 달고 겨우 숨만 붙이고 있어예. 숨만 쉴 뿐이제 죽은 거나 다름 없심더.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예. 산소 호흡기 확 띠부리고 편안하게 눈이나 감게 해줄라꼬 지가 몇 번이나 손을 댔는지 몰라예. 그란데 그기 아무래도 지 손으로는 도저히 몬하겠어예. 신문에 난 기사를 본께스로 선상님은 참말로 대단하신 분인 거 같은데, 선상님이 와서 지 딸 좀 죽이 주이소.”

 

   그제야 나는 아자머니의 말이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대체 사정이 얼마나 딱하기에 딸을 죽여 달라는 말이 다 나왔을까. 갑작스러운 전화이긴 했지만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딸이 어쩌다 그렇게 됐습니까? 어디가 아파서 그렇습니까?”

 

   “선상님, 참말로 그 이야기는 전화로 다 몬합니더. 지발 여기 한 번만 와주이소, 네? 선상님….”

 

   스케줄이 빽빽이 밀려 있기는 했지만 도저히 그 아주머니의 전화를 그냥 뿌리칠 수 없었다. 나는 내일 직접 그곳에 찾아가리라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나는 일찍 집을 나섰다. 아주머니가 설명해준 약도를 손에 들고 한참이나 길을 헤맨 끝에야 겨우 나는 가파른 언덕배기의 한 오래된 한옥 집 문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아이의 이름을 대자 이윽고 한 아주머니가 달려 나왔다.

 

   “아이고, 선상님 이제 오셨능교? 그래, 집 찾아오시느라 욕보셨지예?”

 

   아주머니 얼굴에 파인 주름에는 오랜 근심의 흔적이 역력했다.

 

   “뭐 길을 좀 물어보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찾았으니 됐지요. 그래 어느 방으로 가면 됩니까?”

 

   “이쪽으로 오이소.”

 

   아주머니는 다닥다닥 붙은 방 중에서도 제일 작은 문간방으로 나를 안내 했다.

 

   “우리 사는 데가 돼지우리지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예.”

 

   아주머니는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못내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나는 아주머니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두 평 남짓한 방의 한 쪽 구석에는 아주머니가 말한 딸인 듯한 아이가 누워 있었다. 사과 궤짝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침대에 눕혀진 그 아이는 마치 백짓장처럼 하얀 얼굴에 핏기라고는 없었다. 그 아래로 보이는 앙상한 어깨와 팔이 마치 말라버린 나뭇가지처럼 가느스름했고, 한 점의 생기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손으로 꼭 쥐면 바스라 질 것만 같은 그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쯧쯧,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 집이 원래는 우리 집이었어예, 야 아부지도 공무원이고예, 그때는 그런대로 제법 살았심더.”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셨습니까?”

 

   “야가 이리되고 나니 바깥양반이 집을 나가서 안 들어오는기라예. 야 밑에 딸아가 하나 더 있었는데 가도 결국 집을 나가삐리심더. 그리고 나니 하루하루 약 값에 병원비에 한 푼씩, 두 푼씩 까 묵고, 결국 이래 되고 말았심더. 맡으로 머스마가 하나 더 있어가, 이 쪼만한 방에서 셋이 지냅니더.”

 

   “이 아이가 상희인가요?”

 

   “예, 맞심니더, 그 아가 어제 말씀드린 상희라예.”

 

   “상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습니까?”

 

   “산소 호흡기 달고 식물인간처럼 산 지가 벌써 일년째라예. 잘 묵도 안 하는데 이리 목숨이 붙어 있는 것도 참말로 신기한 노릇이라예. 의사 선상님 말로는 저거만 띠뿌리면 금방 죽는다캅니다.”

 

   아주머니는 손으로 산소 호흡기를 가리켰다. 아이의 머리맡에는 커다란 쇠로 만든 산소통이 있었고, 거기서 빠져 나온 호스가 아이의 코와 입에 연결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저 산소 호흡기에 손을 댔다가 뗐다가…. 선상님은 그 심정 아마 모르실낍니더. 그래도 명색이 어미라는 년이 지새끼 죽이는 일은 참말로 못하겠습디더. 그랬다가는 분명 천벌을 받을끼라예…. 흑흑…. 근데 선상님, 쟈 함 보소. 저게 어데 사는 기라예? 아예 콱 죽어삐리는 게 낫제….”

 

   아주머니의 얼술은 이제 아예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선상님한테 이리 부탁하는 게 아님니꺼. 선상님은 보통 분이 아니라고 하니까, 저 산소 호흡기 좀 빼서 우리 상희 좋은 데나 가도록 기도나 좀 해 주이소. 쟈도 그렇고 지도 그렇고 선상님이 그라신다케도 우리는 원망 같은 거 안 할낍니더. 지도 사는 게 뭐 그리 좋겠십니꺼?”

 

   아무리 그래도 아직 살아 있는 아이를 죽여 달라니, 나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아주머니, 그래도 아직 산 아이인데 어디 그래서야 쓰겠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우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 좀 해보십시오. 그래야 살리든 죽이든 할 게 아닙니까?”

 

   “하이고 마, 그 이야기는 참말로 말로 다 몬해예. 내사 마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믄 억장이 무너진다 안합니꺼.”

 

   아주머니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상희는 당시 고등학교를 갓 입학한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잘 웃고, 잘 떠들고, 또 여리고 순한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가는 누굴 닮았는지 제 속 한 번 썩인 일이 없는 참말로 착한 아였심더.”

 

   어머니에게 상희는 그런 딸이었다. 상희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함께 학원을 다녔다. 학교와 학원에서 시달린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올 때면 이미 시간은 9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딸이 혼자 밤길을 걷는 것이 걱정되어 매일같이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을 나갔다. 특히 상희네 집은 이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에 있었던 터라, 상희가 밤에 혼자 다니기 위험한 곳이었다.

 

   “그란데 하필이믄 지가 마침 그날 마중을 못 나갔심더. 김천 사는 저그 이모가 함 댕기가라 했그든예.”

 

   어머니는 상희를 마중 나가지 못할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뭐 하룬데 괜찮겠지 하고 김천으로 가셨다.

 

   버스에서 내린 상희는 습관처럼 어머니의 얼굴을 찾았다. 그러나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상희가 찾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상희는 아침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아 참, 엄마가 오늘 이모네 간다구 그랬었지.’

 

   상희는 엄마 얼굴 찾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띄엄띄엄 켜진 가로등 불빛이 간신히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시게는 이제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인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따금 동네 개들이 캉캉 짖어대는 소리만 들려왔다.

 

   ‘빨리 집에 가야지.’

 

   상희는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아무도 지나지 않는 조용한 길에는 자박자박 하는 상희의 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자 골목 어귀에 서너 명쯤 되는 남자들이 서 있는게 보였다. 그들을 보는 순간 왠지 상희의 마음이 덜컹 내려 앉았다. 상희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골목을 다시 돌아 뛰어나갈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니야, 그냥 모른척하고 빨리 지나가면 괜찮을 거야.’

 

   상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얼른 그들 앞을 지나치려 발소리를 죽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어, 야 재 좀 봐.”

 

   남자 목소리에 상희는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 예쁘게 생겼는데?”

 

   또 한 명이 상희를 보며 말했다.

 

   사내들은 킬킬 거리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진 상희는 얼른 그들을 지나치고 싶어 걸음을 더 빨리 떼기 시작했다.

 

   “어이, 이봐, 너 어디 가? 이리 함 와봐!”

 

   상희는 불안한 생각이 잔뜩 들어 아예 힘껏 뛰기 시작했다.

 

   “야! 쟤 도망간다, 얼른 잡아!”

 

   상희가 달리기 시작하자 남자들은 우르르 상희 뒤를 쫒기 시작했다.

 

   “아악,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상희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골목을 냅다 뛰어 올랐다. 그러나 상희의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희는 점점 더 두려워졌다. 상희가 아무리 기를 쓰고 달려도 그들과의 간격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상희는 숨이 턱까지 차도록 골목을 뛰어 올라갔고, 이내 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어느새 남자들은 상희를 빙 에워싸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절 따라오는 거예요?”

 

   상희는 겁에 잔뜩 질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야, 누가 너보고 뭐라고 했어? 왜 도망은 가고 그래?”

 

   남자들은 점점 원을 좁혀 상희에게로 다가왔다.

 

   “겁낼 거 없어, 한 번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거니까 말야. 안 그래?”

 

   킬킬거리는 사내들의 웃음소리에 상희는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상희 뒤쪽에서 한 남자가 상희의 가방을 낚아챘다.

 

   “앗, 내 가방!”

 

   상희는 땅에 내동댕이쳐진 가방을 보며 소리쳤다. 두려움에 온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살려주세요, 제발.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제발 살려주세요. 흑….”

 

   상희는 울면서 빌기 시작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무섭기만 할 뿐이었다.

 

   “걱정 말라구. 우린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그는 상희 뒤쪽에 서 있는 남자에게 고갯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신호를 받은 남자가 뒤에서 곧 상희를 결박해왔다. 상희는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아무도 없어요? 살려, 윽….”

 

   누군가 상희 입을 틀어막았다. 상희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웅웅거리는 소리밖에 낼 수가 없었다. 주먹하나가 상희의 옆구리를 강하게 파고들어 왔다. 상희는 욱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잠시 후, 상희는 한 번 더 악하는 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어깨 쪽이었다. 배가 끊어질 듯 아프고 입안에서 찝찔한 맛이 났다. 기진맥진한 상희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야, 끌고 가!”

 

   누군가 명령을 하자 나머지 남자들이 상희를 들쳐 메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상희는 그 힘을 저지려 손을 휘둘러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상희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이미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교복은 온통 찢어지고 흙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심하게 아랫도리가 아파 왔다.

 

   ‘내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상희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비열한 웃음을 흘리던 남자의 얼굴, 상희의 몸부림에도 꿈쩍 않던 무거운 몸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다음…. 상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몸을 움직이려 하자 다시 한 번 허리 아래가 찌르는 듯 아팠다. 아직 날은 밝지 않았는지 어스름한 하늘이 보였다.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죠?’

 

   상희는 너무도 원망스럽고 분한 마음이 들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상희는 아예 일어서기를 포기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한편 식구들은 밤새도록 상희를 찾아 헤맸다.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상희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식구들은 상희 걱정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야가 대체 어델 간기고?”

 

   어머니는 학원이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다들 대답은 한결 같았다. 상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원이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자꾸만 밀려드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집에서 초조하게 상희를 기다리던 어머니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상희 아부지, 우리 같이 나가서 함 찾아보입시더.”

 

   식구들은 밤새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상희의 이름을 외쳐댔다. 신고를 받은 경찰도 함께 상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새 찾던 상희를 발견한 곳은 집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공터였다.

 

   상희는 그 일이 있은 후로 문을 꼭 걸어 잠근 채 학교는커녕 문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온종일 상희가 하는 일이라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는 이따금 눈물을 한 방울씩 떨구는 일 뿐이었다. 그런 상희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는 더 애간장이 탔다.

 

   “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기라. 그저 미친개한테 한 번 물렸다고 생각하믄 된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제?”

 

   차라리 엉엉 크게 울리라도 마음속 상처를 훌훌 씻어버렸으면 좋으련만 상희의 여린 성격은 그 아픔을 속으로 꽁꽁 묻어두고만 있었다. 그 상처는 차츰 상희의 몸 전체로 번져 갔고, 상희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이 계속 되면서 상희는 점점 시들어 가고 말도 잃었다.

 

   “우리 상희가 그리 될 줄 누가 알았겠심니꺼. 내가 그날 딴 데만 가지 않았어도…. 흑흑….”

 

   아주머니는 이야기 끝에 다시 한 번 눈물을 짓고 말았다.

 

   “그게 어디 아주머니 탓이겠습니까? 다 운이 나빴기 때문이지요.”

 

   나는 상희의 메마른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직도 그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을 상희를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왔다.

 

   “상희를 함 고치볼라꼬 지도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몰라예. 병원도 참 오래 다녔심니더. 근데 의사 선상님들도 야 앞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뿌는기라예. 아무리 병원을 다이면 뭐합니꺼. 통 나을 기미가 보여야 말이지예. 병원도 아무 소용없고 해서, 오만 굿에, 무당에 안 찾아가본 데가 없을 정도였심더.”

 

   나는 상희 머리맡에 매달린 북어며, 명주실 꾸러미를 쳐다보았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수십 가지나 되는 부적이며 비방들이 벽을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주머니, 저게 다 뭡니까? 그 무당들이 붙여주고 간 겁니까?”

 

   “예, 맞심니더. 우리 사정이 하도 딱하니께 동네 사람들이 용한 점쟁이나 무당을 불러주기도 하데예. 그 사람들이 와서는 굿도 하고 또 저런 것도 붙여주고 갔심니더.”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껴졌던 탁한 기운의 주범은 바로 저것들이었다.

 

   “아주머니, 저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 떼어버려야겠습니다.”

 

   “지도 확 없애뿔고 싶었는데, 그것도 겁이 나서 몬하겠더라고예. 무당들이 저런 것들을 붙이주민서 하나같이 자기가 붙인 부적을 떼면 나쁜 일이 닥칠끼라케서 말이아예. 아 맞다, 선상님이 직접 좀 떼주이소. 선상님이 떼만 아무 일 없겠지예?”

 

   나는 벽에 붙은 부적과 주렁주렁 달려있는 물건들을 모두 걷어냈다. 그리고 나니 한결 방 안이 맑아진 듯했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마당에 놓고 태워버린 후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상희는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가까스로 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토록 순수하고 착했던 상희가 이처럼 마음의 병을 안고 죽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나는 상희의 손을 잡았다. 온기라고는 없는 싸늘한 손이 마치 앙상한 나뭇가지 같았다.

 

   “상희야, 지금까지 네 이야기를 듣고나니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프구나. 너처럼 순수하고 여린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하고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니. 하지만 상희야, 예전의 상희는 이제 죽어 없어진 거다. 네가 너에게 새로운 생명의 빛VIIT을 전해줄 테니 이 빛VIIT으로 다시 태어나거라.”

 

   나는 상희의 상처입고 닫힌 마음이 다시 열리기를 바라면서 광력光力을 펼쳤다. 진실로 간곡한 마음으로 나는 우주의 마음에 청했다.

 

   “부디 이 아이가 과거의 아픔을 씻고 다시 맑게 되살아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눈앞에 주황색 빛기둥이 가득히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빛VIIT이 나의 손을 통해 상희의 몸으로 전달되어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아는 간절한 마음으로 상희가 회복되기를 빌며 초광력超光力을 펼치고 있었다.

 

   “상희야, 내 말이 들리면, 그리고 네가 방금 그 평화로운 우주의 힘을 느끼면 내게 말해줄 수 있겠니? 말하기가 힘들면 손가락이라도 조금 움직여다오.”

 

   나는 광력光力을 펼친 후 상희의 귀에 대고 가만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상희의 손가락이 아주 약하게 까딱거렸다. 분명 상희가 내 말에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기뻐 소리쳤다.

 

   “아주머니, 정말 다행입니다. 상희가 제 말이 들리는가 봐요. 어서 물 한 주전자만 떠 오세요.”

 

   “물이라꼬예?”

 

   “네, 될 수 있으면 큰 주전자에 한가득 떠 오세요. 제가 그 물에 초광력超光力을 봉입해서 광력수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주머니는 이윽고 물을 한가득 담은 주전자를 내 앞으로 가져왔다. 나는 그 물에 초광력超光力을 흠뻑 통과시켜 광력수를 만들었다.

 

   “아주머니, 이제 상희는 죽지 않습니다. 그러니 죽여 달라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우리 상희가 살아난다꼬예? 그기 참말입니까?”

 

   “네, 상희는 질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것입니다. 그 마음의 상처를 이 빛VIIT이 조금씩 치유해가고 있으니 곧 일어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확신이 듭니다.”

 

   “아이고 선상님, 그기 참말잉기요?”

 

   “그러니 아주머니는 아무 걱정 마시고, 아이가 목이 마르다고 하거든 이 물을 숟가락으로 떠 조금씩 먹이십시오. 아마 많이 좋아질 겁니다.”

 

   그렇게 상희를 만나고 돌아온 지 사흘 후 , 아주머니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선상님…. 엉엉…. 선상님, 우리 상희가 살았심니더.”

 

   “하하 그것 보십시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래 상희가 많이 좋아졌습니까?”

 

   나는 다음날 상희를 다시 찾았다. 이제 상희는 반짝 뜬 까만 눈을 깜빡 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나는 상희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나는 상희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싸늘하고 차갑던 손에 이제 따스한 온기가 돌고 있었다.

 

   “상희야, 나 알아보겠니? 나 알겠거든 눈을 한 번 깜빡거려봐.”

 

   그러자 상희는 눈을 깜빡깜빡 하며 내게 대답했다. 그런 상희의 모습이 너무 기특해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 우리 상희 이제 대답도 참 잘하는구나.”

 

   “아이고 선상님, 우리 아가 이래 금방 좋아질지 누가 알았겠심니꺼? 참말로 고맙심더.”

 

   “상희가 많이 회복돼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어머니가 그동안 얼마나 애를 태우며 마음고생이 심하셨습니까?”

 

   “말도 마이소, 야가 이리 누워 있었던 지난 이 년이 한 몇 십 년은 더 되는 거 같았심니더.”

 

   아주머니는 버릇처럼 한숨을 쉬며 대답했지만 눈가에는 밝은 웃음기가 가득했다.

 

   며칠 후 다시 찾았을 때 상희는 더 이상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지 않았다.

 

   “상희가 얼마나 그 물을 잘 먹는지 몰라예. 어제는 한 대접을 다 먹었다 안 함니꺼?”

 

   “좋은 일입니다. 상희가 원하는 만큼 맘껏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근데 산소 호흡기는 언제부터 뺐습니까?”

 

   “아, 어젯 밤에 물을 먹는 데 말입니더, 그기 실수로 탁 빠져뿌씨예. 내가 놀라가 다시 끼울라고 하니께 야가 고개를 돌리면서 필요 없다 카는 깁니더. 근데 참 신기하게도 산소 호흡기 없이도 야가 혼자서 숨을 잘 쉬는 깁니더, 참말로 선상님 덕택에 우리 상희가 살았심니더.”

 

   아주머니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내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하, 아주머니께서 제게 산소 호흡기를 빼 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주머니가 바라시던 대로 되었네요?”

 

   “아이고, 지는 그때 마 우리 아가 다 죽은 걸로 생각하고 그런 말을 했다 아입니꺼. 지가 참말로 몹쓸 말을 했어예.”

 

   “제가 아주머니의 그 심정을 왜 모르겠습니까? 이제 좋은 일만 있을 테니 옛날 일은 다 잊어버리십시오.”

 

   나는 상희에게 다시 광력光力을 펼치며 말했다.

 

   “상희야 새로운 생명으로 힘차게 일어나거라. 어서 일어나서 더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거라.”

 

   나는 한 시간 넘게 머물면서 상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걸어보기도 하고, 또 여러 차례 광력光力을 주었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 자리를 일어서며 나는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 아주머니에게 쥐어주었다.

 

   “아주머니, 상희가 기운을 좀 더 기운을 차리거든 미역국이라도 끓여서 먹이십시오. 조금 시간이 더 지나면 밥하고 음식도 좀 먹이시고요.”

 

   일어서는 내 모습을 보며 상희는 가지 말라는 듯 내 손을 잡았다. 상희의 그 자그마한 손이 마치 붕어새끼를 손안에 쥐고 있는 느낌이었다.

 

   “상희야, 내 담에 또 올게. 그러니 기운 차리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

 

   한 달 후 세 번째로 상희를 찾았을 때 상희는 이제 눈웃음도 짓고, 반쯤 일어나 앉을 수도 있게 되었다.

 

   “상희야, 너 참 몰라보게 좋아졌구나!”

 

   상희는 반가운지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주머니, 상희는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습니다.”

 

   “이기 다 선상님 덕택인기라예. 우리 상희 참말로 많이 좋아졌지예?”

 

   “그때 아주머니께서 제게 딸을 살려달라고 하셨다면 제가 상희를 안 찾아왔을 지도 모릅니다. 사실 요즘은 에약이 너무 밀려 있어서 제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판이거든요.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난데없이 딸을 죽여 달라고 하시기에 이렇게 상희를 만날 수 있게 된 게 아니겠습니까?”

 

   “아이고 마, 선상님도 농담은…. 선상님이 맘이 약해가 지 부탁을 거절 못하신기지 우째 그게 지 덕택이라예.”

 

   아주머니는 그때의 기억이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상희처럼 순수하고 맑은 아이가 얼마나 큰 충격을 입었으면 그렇게 되었겠습니까? 저는 아직은 상희처럼 맑은 아이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신문 기사나 뉴스에서 나는 것은 다들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서 나쁜 것들만 크게 부각시키지 않습니까? 우리 상희처럼 착한 아이들은 오히려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을지는 몰라도 정말 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법이지요. 그렇지 않니 상희야?”

 

   상희는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해 맑은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죽어가던 생명을 살려냈다는 감동이 밀려와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상희를 찾았을 때, 이제 상희는 일어나 조금씩 걷기도 하고 음식도 먹고 있었다. 얼굴에는 혈색이 돌아왔고 양 볼에 조금 살이 붙어 더 예뻐 보였다. 그런데 상희는 웬일인지 예전과는 달리 매우 수즙어하며 나를 만나기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선상님이 저번에 오셨을 때가지는 우리 상희가 옷을 안 입고 있었다 아임니꺼. 상희가 선상님한테 벗은 몸을 보여준 기 부끄러바가지고 저라는 거 같심니더.”

 

   “하하, 상희야 괜찮아. 이상하게 나는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단다. 그러니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

 

   나는 그런 상희의 순수한 모습이 더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이제 상희는 내가 오지 않아도 될 만큼 회복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상희야, 마지막으로 광력光力을 한 번 더 받으렴. 이제 상희는 많이 좋아져서 안심할 수 있을 정도니, 앞으로 집 나가신 아버지와 동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광력光力을 보내주마.”

 

   그렇게 상희를 마지막으로 본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통 그아이의 소식을 들 수 없었고 상희에 대한 내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희미해졌다 그러다 199년 5월, 나는 부산에서 열리는 공개 강연회를 위해 하루 전날 부산으로 내려가 강연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숙소로 한 여자가 찾아왔다. 난 내게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며 문을 열었고, 문 앞에 서 있던 그 여자는 나를 보자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정광호인데요.”

 

   “선생님, 저 모르시겠어요?”

 

   “글세…. 저는 잘 기억이 자지 않는데…. 예전에 저를 만난 적이 있으셨나 보지요? 대구에서였나요?”

 

   그리도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분명 나를 잘 아는 사람인 듯했는데, 나는 도무지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내 허튼 기억력이 못내 미안했다.

 

   “선생님, 저 못 알아보시는군요. 저 상희에요. 기억 안 나세요?”

 

   “으흥? 상희? 그럼, 그 언덕배기 한옥집 상희?”

 

   그녀가 상희라는 이름을 대자 나는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네, 맞아요. 선생님 제가 상희예요.”

 

   “하하, 상희야 이게 얼마 만이니? 정말 이제는 길에서 지나치면 못 알아보겠구나!”

 

   상희는 더 이상 내 기억 속의 연약한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건강해 보이는 얼굴과 환한 웃음이 너무도 싱그럽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되어있었다.

 

   “선생님, 저 벌써 결혼도 했어요. 남편이 부산 사람이라 부산에서 산 지도 좀 되었답니다. 길을 지나는데 선생님께서 공개 강연회를 하신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선생님이 뵙고 싶어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

 

   “하하, 그랬구나. 정말 잘했다. 내일은 바빠서 직접 만나 이야기할 여유도 없을 텐데 이렇게 하루 전날 찾길 참 잘했어.”

 

   “네, 저도 그럴 것 같아서 이렇게 하루 일찍 찾아왔어요. 그리고 선생님, 여기 제 남편도 같이 왔어요.”

 

   상희는 뒤에 꽃을 들고 서 있는 한 남자를 소개했다. 상희의 남편이었다. 상희가 모든 아픔을 깨끗이 벗어던지고 이렇게 잘 자라 결혼까지 하다니, 나는 그런 상희 모습이 너무도 대견했다.

 

   “선생님, 집사람한테 말씀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을 살려주신 은인이시라구요.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그래, 나도 정말 반가워요. 우리 상희가 벌써 결혼까지 하다니 정말 장하구나.”

 

   “다 선생님 덕택이에요. 그때 만약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제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이렇게 살아 있지도 못할 거에요. 저, 선생님이 가신 후로도 선생님 생각 참 많이 했어요.”

 

   상희는 코끝이 빨개지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랬구나, 상희야. 지금이라도 이렇게 건강한 네 모습을 보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진작에 찾아 뵙고 싶었지만, 좀 더 훌륭한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지금까지 참고 기다렸어요. 마침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 정말 다행이지 뭐에요.”

 

   “나도 가끔씩 네 생각이 나고 궁금했었단다. 그래, 어머니는 잘 계시니?”

 

   “네, 건강하게 잘 계세요. 그때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제게 했던 말 기억나세요? 집 나가신 아버지와 동생이 돌아오도록 광력光力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선생님 말씀을 꼭 믿었어요. 분명 언젠가 아버지가 돌아오실 거라구요. 그런데 정말 아버지가 몇 년 후 돌아오셨어요. 동생도 다시 찾았구요.”

 

   “그랬구나. 정말 다행이다. 이게 다 상희가 맑고 착하게 살았기 때문 아니겠니.”

 

   나 또한 상희의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살게 되었다는 소식이 참으로 반가웠다. 순간의 사고로 온 가족이 고통에 시달렸던 시간이 결국엔 끝을 맺게 되었다니.

 

   “선생님, 부산에 뭐 신고 오셨어요?”

 

   “으응? 뭘 신고 왔느냐구? 신발 말이니? 뭘 신고 오긴. 그래도 명색이 공개 강연회인데, 정장을 입어야 하지 않겠니? 그래서 구두 신고 왔지.”

 

   “아, 그러셨군요. 전 그때 선생님이 늘 운동화만 신고 다니시기에, 선생님 구두 한 켤레 선물하고 싶어서 이걸 가져 왔는데….”

 

   상희는 내게 조심스레 구두 티켓을 하나 내밀었다.

 

   “허허, 그런 것 까지 다 디억하고 있다니…. 상희 덕택에 좋은 구두 한 켤레 생기겠구나.”

 

   “선생님이 그때 주신 은혜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선물이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라 생각하시고 받아주세요.”

 

   “그래, 정말 고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선물은 이렇게 네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란다.

 

   나는 너무도 잘 자란 상희의 모습을 보며, 예전의 마음의 병을 완전하게 치유시켜 주신 우주의 마음에 깊이 감사드렸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돌이킬 수 없이 깊은 상처를 매만져준 그 무한한 힘, 그 아름다운 빛VIIT의 힘을 사람들이 모두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모든 상처 입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상희처럼 싱싱하게 되살아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새삼스레 내 어깨가 무거워져 옴을 느꼈다. 이번 공개 강연회 때는 또 상희처럼 나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터였다. 나의 가슴은 다시 한 번 새로운 기대와 책임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5권 행복을 주는 남자

초판 1쇄 인쇄일 2002년 6월 07일

초판 1쇄 발행일 2002년 6월 20일 P. 105-126

아쉬움 / 빛VIIT

아쉬움 근원根源의 빛VIIT 소문 듣고 찾아온 손님

그분의 빛VIIT이 함께하기에 이 빛VIIT을 나누고 전한다.

그러나 나 또한 사람인지라 아쉬움을 남기면서 살아가나 보다.

가끔 앞산의 바뀌어가는 계절의 모습 속에서

나 자신의 사시사철을 바라본다.

오직 `근원의 빛VIIT’이라는 힘의 소문을 듣고

힘들게 여기까지 찾아온 분들.

한결같은 빛VIIT과 달리 나도 인간인지라 내 마음의 변화에 따라

만족을 드리지 못한 분들이 떠오른다.

아파서 찾아온 길

희망과 기쁨을 찾아온 길

행여나 실망과 고독의 귀갓길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면 때늦게나마

두 손을 모아본다.

그래도 빛VIIT 한 아름 실어

그분들의 꿈속으로 보낸다.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2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296-297(아쉬움)

그림찻방3 308~309쪽(빛VIIT)

<"빛명상"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행복순환의 법칙>

안전과 예방의 힘, 빛VIIT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길을 건널까 말까, 이 물건을 살까 말까, 그 직장에 다닐까 말까, 이 남자 혹은 이 여자와 결혼을 할까 말까 등등. 그런데 그러한 선택이 겉으로는 우리 내면의 자유의지에 따른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보이지않는 큰 흐름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흐름은 '나'라는 존재가 생기기 이전에 무수한 인과관계의 연결고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누구나 좋든 싫든 그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흔히 운명 혹은 숙명이라 부르는 이 흐름이 좋은 방향으로 풀려 나갈 때는 괜찮지만 그러지 않을 때에는 직접적인 실수나 잘못 없이도 실패나 불운으로 다가온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이러한 운명 앞에 후회, 좌절하고 남을 원망하며 때로는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채 더욱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간다.

   지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이 운명의 흐름이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아왔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재능이 있어도 단 한 순간,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뒤엉켜 버리는 것이다. 윤정이의 경우도 그러했다.

 

   매년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면 제일 먼저 새해 첫인사를 하는 예쁜 아이, 하지만 이 아이와 처음 만났던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쪽이 짠해온다. 자신의 운명이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어린 마음이 절망 속에 갇혀 있었다.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공부에 재능이 있었던 윤정이의 꿈을 단 한 순간에 날린 것은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에 합격해 2년이 지난 어느 날, 집을 나선 아이의 걸음이 질주해 온 트럭에 부딪혀 허공으로 튕겨나간 것이다. 고이 키워 올린 아이의 꿈 그리고 온 가족의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윤정이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아이는 물론 가족 모두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은 절망에 빠졌고 특히 윤정이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자리를 비운 틈에 자꾸만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몸을 굴렸던 것이다.

   “이런 몸으로 대체 뭘 하겠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하반신이 마비된 윤정이는 그렇게 해서라도 현실을 회피하고 싶었다.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그러한 행동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침대 밑으로 몸을 굴린 윤정이의 눈에 구석에 틀어박힌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내팽개쳤던 그 책이 그날따라 윤정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아이는 사고 이후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밝은 얼굴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이 책에 나오는 선생님을 좀 만나게 해줘."

   그렇게 해서 나와 윤정이의 만남이 이루어 졌다.

   "저도 ‘빛VIIT’ 을 받으면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될 수 있겠지요? 병원에서는 제 다리를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제발 다리를 자르지 않게 해주세요."

   아이는 나를 보자 기다렸다는 듯 말문을 열고 가슴속 이야기를 뱉어냈다.

   “최대한 좋은 결과가 있도록 우주마음에 간절히 청해보자.”

   그날은 무엇보다도 다친 다리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입은 아이의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라며 빛VIIT을 주었다.

   몇 개월 후 윤정이를 다시 만났다. 늘 누워만 있던 아이가 이제 휠체어를 타고 웃고 있었다.

 

   “빛viit 덕택에 다리를 자르지 않게 되고 이렇게 휠체어도 탈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용기를 내어 더 열심히 살아갈께요.”

   미소 띤 윤정이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상희 역시 윤정이 만큼이나 안타까운 사정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선생님, 제 딸 좀 죽이주이소!"

   어느날 다짜고짜 딸부터 죽여 달라는 전화에 고개가 갸웃했다. 살려달라, 도와 달라는 소리는 많이 들어도 죽여 달라는 말은 난생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주소를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한 산동네 문간방이었다. 겨우 발을 뻗고 누울 정도의 작고 옹색한 방에 딸을 죽여 달라던 어머니와 딸 상희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상희를 보니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과연 저 몸으로 숨이 붙어있을까 싶게 뼈만 남은 앙상한 몸이 커다란 산소통에 의존해 겨우 숨이 붙어있는 정도였다.

   “저 산소호흡기만 떼면 상희도 저도 편해집니더, 제발 좀 도와주시소.”

   어머니는 딸이 저 지경이 된 것은 하필 그날 자신이 집을 비운 탓이라며 다시 눈물을 쏟았다.

   “상희가 늦게까지 학원에 갔다가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평소에는 늘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제가 볼일이 있어 마중을 못 나갔지예.”

   아이는 밤새 돌아오지 않았고, 날이 밝고 나서야 골목 한 구석에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아이를 겨우 찾아냈다. 이 일이 있은 후 아이는 물론 가족 전체가 풍비박산이 났다. 상희는 아무리 치료를 해도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몇 년이 지나는 사이 병원비로 생계가 막막해진 남편은 돈을 벌어 오겠다며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고, 상희의 동생들도 결국 가출을 해 연락이 끊어져버렸다. 어머니 역시 지칠 대로 지쳐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은 상태였지만 차마 딸아이를 포기할 수 없어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일단은 온 방안에 주렁주렁 붙어있는 각종 부적이며 비방을 떼어냈다. 그리고 물에 빛VIIT을 봉입해 초광력수를 만든 후 그 물로 아이의 입술을 적셔주게 했다.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산소 호흡기를 달고 겨우 숨만 쉬는 아이이게 ‘빛VIIT’ 을 주었다. 이 힘을 통해 그날의 모든 아픈 상처, 기억들을 씻어내고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했다.

   "상희야, 이제 빛VIIT을 받고 일어나가라. 지난 기억은 모두 잊고 새롭게 태어나라."

   그렇게 상희를 만나고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지난번 딸을 죽여 달라던 애절한 목소리가 이제는 기쁨으로 들떠 있었다.

   “아이가 눈을 떴습니더!”

   두어 번 아이를 더 찾아가 빛VIIT을 주는 가운데 상희는 더 이상 산소 호흡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호전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겠니?’ 하고 물으니 상희가 눈을 한 번 깜박하고 가느다란 손으로 내 손가락을 약하게 쥐었다. 아이가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상희가 몸을 일으켜 세울 정도가 되자 나에게 말했다.

   "아주 어둡고 몽롱한 구름에 싸여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밝은 빛VIIT이 저를 감싸더니 '깨어나라'고 했어요. 빛VIIT선생님 목소리였어요."

   몇 년 후.

   부산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공개강연회가 끝나고 한 젊은 부부가 찾아왔다.

   "저 상희에요. 알아보시겠어요?"

   너무도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도저히 내 기억속의 상희라고 볼 수 없는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빛VIIT선생님께서 부산에 오신다기에 반가워 이렇게 달려왔어요. 덕분에 이렇게 건강해지고 얼마 전 결혼도 했답니다.”

   이윽고 상희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항상 성모님을 좋아하셨잖아요. 여기 작은 성모님요! 그리고 운동화만 신고 다니시던 모습이 맘에 걸려 구두 한 켤레 사드리는 것이 제 바람이었어요.”

   종교적 의미 이전에 세상의 모든 생명을 창조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서의 우주마음, 모든 것을 품는 여성성을 지닌 근원의 존재로서 성모님을 무척 좋아했다. 상희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작은 성모상과 함께 구두 티켓 하나를 내밀었다. 아름다운 부부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다시금 빛VIIT을 가득 불어넣어주었다.

출처 : "빛명상"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행복순환의 법칙

2009/09/14초판 1쇄 발행

2021/06/01초판 45쇄 중 P. 196-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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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 작성자신연걸(풍요18기) | 작성시간 25.04.04 귀한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 작성자프랑스 김지연 | 작성시간 25.04.05 귀한 빛이야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치유의 기적을 이루시는 우주마음과 학회장님께
    무한한 감사와 공경의 마음 가득 올립니다~
  • 작성자조은선(풍요10기) | 작성시간 25.04.05 감동적인 빛역사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대구/경주)손지우 | 작성시간 25.04.06 빛역사 이야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박은희(지연)(풍요17기) | 작성시간 25.04.10 무한의 빛명상 빛과 함께 해주심의 특은의 무궁한 공경과 감사마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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