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빛명상세상돋보기

[사회][한마당] 공중목욕탕의 부활(국민일보) / [빛명상] 목욕탕에서 / 사랑의 향기가 있는 목욕탕

작성자운.영.진|작성시간26.06.14|조회수109 목록 댓글 26

[한마당]

공중목욕탕의 부활

출처 국민일보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81237541&code=11171211&cp=nv

김찬희 논설위원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토요일 오후는 목욕의 시간이었다. 음료수 하나 사 먹을 돈까지 챙긴 날에는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동네 아저씨와 서로 등을 밀어주던 장면은 마치 사진을 찍어둔 것처럼 선명하다.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이 동네, 저 동네 공중목욕탕을 순례하는 재미는 쏠쏠했었다. 빙글빙글 도는 기계에 때수건을 씌운 등밀이기계는 감탄을 자아내는 신문물이기도 했다.

이제 공중목욕탕은 주위에서 쉽게 보기 힘들게 됐다. 그나마 몇 개 남아 있던 곳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하나둘 문을 닫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00년 1만곳에 이르던 전국 목욕장 업소(목욕탕·사우나·찜질방)는 지난해 5600여곳으로 급감했다.

영원히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할 공간이 되는 걸까 했는데, 최근 공중목욕탕이 부활하고 있다.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이나 찾을 법한 ‘아날로그 공간’이 MZ세대의 이색경험 장소로 재탄생하는 중이다. 러닝을 마치고 사우나를 즐기는가 하면, 목욕탕에서 명상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동행을 구해 함께 목욕을 즐기는 모임도 등장했다. 서로 신상정보를 최소한으로만 교환하면서 오롯이 목욕을 즐긴다고 한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디톡스’인 동시에 느슨한 교류와 만남을 통해 감정 소비는 줄이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경험 소비’인 셈이다. SNS에선 사우나 런, 사우나 모임, 동행 목욕 등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무엇이 청년들을 목욕탕으로 이끄는 걸까. 미래에 대한 불안, 팍팍한 세상이 주는 피로감으로부터 분리된 시공간을 얻으려는 걸 수 있다. 혹은 사람 냄새가 그리워서일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알몸으로 같이 욕탕에 몸을 담그고, 가끔 서로에게 등을 내어주기도 하는 행위는 혼자 몸을 씻고 닦는 좁은 욕실에서의 목욕(또는 샤워)과는 사뭇 다른 감정을 줄 것이다. 공중목욕탕의 변신을 응원한다.

김찬희 논설위원

빛명상

목욕탕에서

욕탕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발가벗은 몸입니다.

가끔 어깨나 등판에 멋진 또는

어설픈 문신을 한 이도 있습니다.

젊은이는 당당하게

탕 안을 주름잡아 보지만

가끔 연세 드신 분은

그 문신을 감추고자 합니다.

일부 지워낸 자리에는

얼룩이 남아

과거의 흔적을

기억케 하나 봅니다.

육체의 문신이야 필요에 따라

새길 수도 지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육체 안에 있는

내 마음에 새겨진 상처들은

살아생전 해결하지 못하면

육체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영원히

남게 됩니다.

목욕탕에서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34

목욕탕에서

목욕탕에 앉아

가만히 보면

앉은 자리의 비누거품이랑

쓰다 남은 비누나 면도기 등

모두 처음처럼

정리정돈하고

깔끔히 앉은 자리를

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비누거품이랑

밀었던 때랑 타월이랑 샤워대랑

온 사방으로 흩어놓고

몸만 빠져 나갑니다.

다음 날 우연히

또 보게 됩니다.

그는 또 다른 이가

어질러 놓은 자리를 보고

중얼거리며 다른 곳을

찾아 앉습니다.

그리고 떠날 때는

어제와 같습니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서

고요히 생각해 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요······.

출처 : 향기와 빛VIIT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P. 38~39

사랑의 향기가 있는 목욕탕

푸르르던 잎새마다

어느새 울긋불긋 가을 빛 아름다움이 묻어나고

조석으로 찬바람이 실려 옵니다.

오늘 간 목욕탕에서

최상의 아름다움을 만납니다.

육십이 조금 넘어 보이는 흰머리 아들과

팔십이 한참 넘어 보이는 엉성해진 백발의 아버지가

요즘 보기 드문 정겨움 한 바구니를

맑은 비누향 속에 풀어 놓습니다.

아들은 겨우겨우 걷는 아버지를 부축하여

긴 세월이 검게 묻어난 발가락 끝까지 비누칠 하고는

아버지의 온몸 구석구석을 따스한 손길로 씻겨냅니다.

그 모습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뭅니다.

목욕 후에는 아버지의 마른 얼굴과

뼈가 툭툭 도드라진 손가락 한마디 한마디까지

스킨과 로션을 골고루 발라

살포시 토독 두드려주는 아들

화목한 부자지간에서

인성과 사랑의 향기가 피어오름을 봅니다.

두 분의 모습이 온 세상 곳곳에서

가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어가길 바람해 봅니다.

출처 : 甲辰年 그림찻방3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3

2024년 6월 22일 초판 1쇄 P. 106-107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 일 호(풍요회1기) | 작성시간 26.06.14 대중목욕탕의 추억...빛책속의 귀한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유창명(풍요17기) | 작성시간 26.06.14 감사합니다.
  • 작성자신연걸(풍요18기) | 작성시간 26.06.14 귀한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박은조 | 작성시간 26.06.15 귀한 빛 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작성자이나경41 | 작성시간 26.06.16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