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제
이수익
유등제를 한번 보고 싶다.
해 저문 강가로 나아가
머나먼 행렬을 이루면서 밝은 연등 불빛 흘러가는
그 조용한 눈물의 제의를
보고 싶다.
나도 함께 따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좋으랴.
세상의 온갖 설움을 푼 몸이 두둥실
물 위에 떠서
한 줌씩 불빛 던지며 어둠을 헤치고 흘러가면
마침내 닿을 그곳이 불귀의 하늘이어도
나는 좋으리.
길가엔
깨끗이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
멀어져 가는 점점의 등불을 바라보며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발걸음, 섰던 자리에 묶여
두 손 모아 간절히 비나니
부디 저 길이 극락에 이르소서.
유등제를 한번 보고 싶다.
해 저문 강가로 나아가
수천, 수만 개의 연꽃 등불 밤하늘 별빛인 양
물 위에 떠서
아득히 행렬을 이루면서 어둠 속으로 흘러가는
그 눈물 글썽이는 축복의 제의를
나는
보고 싶다.
작가소개: 이수익(1942~)
1942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서울대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그 이후 동인지 『현대시』에 들어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저서: 1969년 첫 시집 『우울한 샹송』을 펴내고 이어서 『야간열차』 『슬픔의 핵』 『단순한 기쁨』 『그리고 너를 위하여』 『아득한 봄』 『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처음으로 사랑을 들었다』 『천년의 강』 『침묵의 여울』 등 12권을 펴냈으며, 시선집으로는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불과 얼음의 콘서트』 등이 있다.
수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협상, 지훈문학상, 공초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부산시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작품감상: 언젠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진주 남강에 가보고 싶다. 임진왜란 당시 시퍼런 물살에 몸을 던진 논개의 충혼이 그곳에 있을 것이므로, 도도히 흐르는 남강에 꼭 가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아직 못 가 보았다.
이수익 시인의 ‘유등제’를 보고 마치 내가 유등을 띄우는 그곳에 함께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세상의 욕심을 다 내려 놓고 정갈한 마음으로 점점이 떠나가는 유등을 바라보고 싶다. 이수익 시인의 표현대로 ‘눈물 글썽이는 축복의 제의’를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