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머리오목눈이의 사랑
정군수
뻐꾸기 새끼를 제 새끼로 알아
녹차싹만한 주둥이로 먹이를 물어다
호박꽃만한 입에 넣어주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어리석다 말라
유전인자로 새끼를 확인하고 피부색깔로 인종을 구별하는 것은
사람이나 하는 일
품의 온기로 부화한 뻐꾸기는 그냥 사랑의 자식일 뿐
하늘은 어미에게 새끼 가려내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눈부신 햇살이 꽂히는 오월의 숲에서
하늘이 내려준 거룩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란꽃만한 새끼는 깃털을 벌리고 먹이 달라 보채고
버들잎만한 어미는 또 먹이를 잡아다 배고픈 입에 넣어준다
오월 뻐꾸기 울음을 보아라, 저건 제 새끼 불러내는 노래다
뻐꾸기 새끼는 뻐꾸기 노래를 부른다
그래도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슬프지 않다
오월의 숲에선 배암이 제 짝을 찾아가고
오목눈이 둥지에서는 오목눈이가 제 새끼를 낳는다
새들은 나뭇가지에서 제 어미의 말을 배우고 있다
오월의 숲에서는 오목눈이도 뻐꾸기도 한 빛이다
* 주제 접근 : 사람의 눈으로 자연의 섭리를 간섭하는 일은
개구리가 우물에서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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