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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글

소양강을 지나며

작성자정군수|작성시간23.01.24|조회수242 목록 댓글 0

소양강을 지나며

 

                                 정군수

 

내가 처음 군용트럭을 타고 지나갔던 길

인제를 지나 원통을 지나 유엔고지 넘어

양구로 이어지는 길

내 스물두 살  이야기는 어디 있을까

높은 산 낮은 언덕 하얗게 쌓인 눈

먼 산봉우리에서 날아와

내 머리 위에서 날아가는 까마귀 울음

소리대로 빛깔대로 남아 있었다

밥그릇에 얼어붙은 밥풀 수저로 긁어내면

소양강 볼시려워 딱딱 이가 맞부딫치던

강물도 나처럼 늙어 흐를까

춘천 3보충대 내무반장은 지금 무얼 할까

합강막국숫집 커피 빼주며

몇 살 먹었느냐고 묻던 할아버지 아닐까

어둠이 긴 둑에 내려앉아서

소양강도 물속에 가라앉아서 나를 생각한다

군용트럭을 타고 가던 이빨만 허연 이등병

초병의 눈에서 피던 붉은 철쭉꽃 

소양강을 지나며 차에 싣고 간다

 

+ 주제 접근 : 옛날로 가는 것은

                   나를 가장 가깝게 찾아가는 길이다

 

소양강을 지나며 (퇴고)

                                     

내가 처음 군용트럭을 타고 지나갔던 길

인제를 지나 원통을 지나 유엔고지 넘어

양구로 이어지는 길

내 스물두 살 이야기는 어디 있을까

 

높은 산 낮은 언덕 하얗게 쌓인 눈

먼 산봉우리에서 날아와

내 머리 위에서 깍깍거리는 까마귀 울음

빛대로 소리대로 남아 있었다

 

고참들 밥그릇에 얼어붙은 밥풀 긁어내면

쩍쩍 얼어 붙은 손가락 아프게 시려오던

소양강물도 나처럼 늙어 흐를까

 

벌건 분탄난로 쑤시게를 탕탕 두드리던

춘천 3보충대 내무반장은 지금 무얼 할까

합강 막국숫집에서 커피 빼주며

몇 살 먹었느냐고 묻던 할베가 그 사람 아닐까

 

옛날의 산들이 우뚝우뚝 나를 내려다 본다

소양강은 스물두 살의 나를

서럽도록 따듯하게 찬 강물 속에 밀어 넣는다

 

초병의 눈에서 피던 붉은 철쭉꽃

트럭 뒤에서 흙먼지 쓰고 낄낄대던 전우들

소양강 지나며 차에 싣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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