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을 기억하는 앙뚜
“저는 전생에 티베트의 캄이라는 곳에서
살았습니다. 지금도 그 마을이 생생히
기억나요. 캄의 가와라는 곳에서 왔어요.
그곳은 큰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제가 몸 담았던 사원과 제자들이 기억납니다.”
“꿈에 티베트에 있는 사원과 제자들이 훤히 보여요.”
태어나서 한번도 라다크 지역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삭티 마을 밖에 나간 적 없는 앙뚜의
말에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히말라야 끝자락
해발고도 3900미터 고산지대 구릉에 위치한
티베트 동부 캄(Kham)은 승려들의 수행처가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캄은 예전부터 법력이 높은 고승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모여든 1만여 명의 수행자들이
마을을 형성했다. 외부와 단절된 지구촌의
오지 중 하나로, 승려들이 수도나 전기같은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수행만을 목적으로 살고 있는 곳이다.
엄마는 앙뚜가 태어나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몸에 탯줄이 염주처럼
감겨 있어 의사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낙태시키려했지만,
엄마는 자기가 죽으면 죽었지 아기를 지울
수는 없다고 출산을 감행했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출가해 스님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앙뚜는 다른 아기들과 달랐다.
다른 아이들처럼 장남감에 관심이 없었고
목탁, 법고같은 불교용품을 가지고 놀았다.
엄마는 아기를 목욕시키다가 등에 티베트어로
‘옴’이라는 글자가 점점 선명히 나타나는 것도
보았다. 또 불교의 주문, ‘옴 마니 반메 훔’을
어려서부터 읊조리곤 했다. ‘옴-마-옴-마’
앙두가 2009년 5살 때 어린 아들과 함께
우르간을 찾았다. “이 아이는 장차 큰 스님이
될 게 분명하니, 정성껏 양육해야 합니다.”
다른 스님들도 같은 말을 했다.
2010년 8월, 6살 때 린포체로 인증 받아
즉위식을 올렸다. 앙뚜의 전생이었던
린포체의 이름은 ‘족첸 귤멧 나톤 왕보.’
앙뚜는 자신이 쓰던 은컵을 자세히 묘사
하는가 하면, 직접 그림을 그려 보였다.
그곳에서 50여명의 제자들이 가르침을
받았으며, 계절마다 비구니들이 찾아와
자신의 지도 아래 수행정진을 했다면서
자세히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앙뚜는 전생에 몸 담았던 사원을 꿈에서
본 대로 그렸다. 언덕 위로 여러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큼지막한 깃발들이 줄지어
꽂힌 초르텐이 우뚝한 가운데 작은 성과
같은 사원이 장중하게 버티고 있는 그림.
앙뚜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지만, 그곳은
전생에 살았던 사원이고, 이제 다시
찾아가야 할 사원이었다.
앙뚜는 그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제일 행복했다. 또 플라스틱 상자와
돌멩이 따위를 긁어모아 진흙을
뭉쳐서 작은 사원을 만들기도 했다.
어느 날 티베트에서 스님이 앙뚜를 찾았다.
“제가 족첸 스님의 직계 제자는 아니지만,
법력 높으신 고승으로 명성 높았던 그 분께서
입적하신 이후에 어디서 환생하셨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이제야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티베트로 돌아가 그곳 사원에 소식을
꼭 전하겠습니다.”
문창용 <다시 태어나도 우리> (홍익출판사, 2017년)
24-25, 44-52, 58-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