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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편린

사이렌의 추억과 커피

작성자약천|작성시간26.06.07|조회수14 목록 댓글 0


최근 스타벅스의 이른바 '탱크 데이(Tank Day)' 홍보 행사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의도성 여부를 불문하고 과거 불행했던 역사적 사건을 연상케하는 문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그 논쟁의 중심이었다.

그 일을 접하며 문득 스타벅스의 상징인 초록색 인어 로고가 떠오르며, 십여 년 전 출장차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도 함께 되살아났다. 바르샤바 구시가지 광장 한복판에는 검과 방패를 든 인어상이 우뚝 서 있었다. 처음에는 흔히 동화에서 보던 인어, 즉 머메이드(Mermaid)로 생각했었는데, 기실 그것을 '사이렌(Syrenka)'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이렌은 경보음을 뜻하는 단어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적잖이 의아했었다.

알고 보니 바르샤바의 사이렌은 도시를 수호하는 상징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비스와강을 따라 올라온 인어가 이곳에 정착했고, 주민들을 괴롭히던 세력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바르샤바 시의 문장과 각종 공공시설에는 검과 방패를 든 사이렌이 등장한다. 아름다움과 유혹의 존재로 알려진 신화 속 사이렌이 이곳에서는 도시의 수호자이자 정체성의 상징으로 재해석된 것이다.

스타벅스의 상징 역시 머메이드가 아니라 '사이렌(Siren)'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사이렌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인어와 달리 두 갈래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스타벅스 매장을 찾을 때마다 초록색 원 안에 그려진 낯익은 인어상을 마주한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그 로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사이렌은 고대와 중세 유럽의 전설 속에서 항해자들을 노래와 아름다움으로 유혹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등장한다. 오늘날의 이미지와 달리 중세 문헌과 목판화에서는 두 개의 꼬리를 양손으로 벌리고 있는 모습(Two-Tailed Siren)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왜 굳이 꼬리가 두 갈래일까.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두 갈래 꼬리는 바다의 신비와 매혹, 탐험과 발견의 정신을 상징한다. 사람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유혹의 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사이렌을 상징으로 삼아 고객들을 향기로운 커피의 세계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사이렌의 노랫소리가 선원들을 불러 모았듯, 스타벅스의 커피 또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다는 메시지다.

스타벅스 로고의 기원은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다. 항구 도시인 시애틀은 예로부터 바다와 무역, 항해의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곳이었다. 스타벅스 창업자들은 이러한 도시의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 오래된 항해 관련 서적에서 발견한 16세기 북유럽풍 목판화 속 두 꼬리 인어를 로고로 선택했다. 당시 로고는 갈색 바탕에 인어의 상반신과 두 갈래 꼬리가 모두 드러난 보다 사실적인 모습이었다.

이후 로고는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쳤다. 1987년에는 오늘날의 상징색인 녹색을 채택했고, 1992년에는 얼굴 부분을 확대하여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2011년에는 아예 'STARBUCKS COFFEE'라는 글자까지 제거하고 사이렌만 남겼다. 이는 로고만으로도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스타벅스가 세계적인 상징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스타벅스라는 이름 자체도 바다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름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Dick)』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유래했다. 브랜드명과 로고 모두가 바다와 항해라는 공통된 주제를 품고 있는 셈이다.

스타벅스는 사이렌을 '사람들을 환영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이끄는 안내자'로 설명한다. 우리가 매장에서 마주하는 로고 속 인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항해와 탐험의 역사, 바다의 신비, 그리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작금의 논란이 감정과 진영의 언어가 아니라 이성과 상식, 그리고 합리적 토론을 통해 차분히 정리되기를 기대한다. 커피 한 잔만큼은 좌우의 정쟁이나 이념의 갈등에 오염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생각과 생각을 나누게 하는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념과 갈등의 불순물을 걷어낸 자리에서 다시금 진한 원두의 오리지널 향이 그득한 커피를 마주하고 싶은 것이다. 설령 그곳에 사이렌 로고가 걸려 있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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