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2026 성남마라톤 10km 참가기
2026년 6월 13일 토요일 새벽, 오랫동안 기다려 온 성남마라톤 10km 출전의 날이 밝았다. 전날 밤부터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설레기도 했고,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걱정도 되었다. 창밖으로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오늘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사실 이번 대회는 출전 자체가 쉽지 않았다. 참가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마감되어 처음에는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회 한 달쯤 전, 당근마켓을 통해 참가권을 양도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짧은 메시지를 보는 순간, 잊고 있던 마음속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그날 이후 달력 속 6월 13일은 조금 특별한 날짜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마음만큼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몇 달 동안 꾸준히 연습하며 몸을 만들었다. 반면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화를 제대로 신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10km는커녕 5km를 몇 번 뛰어 본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그래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함께 참가하기로 해 서로 의지가 된다는 사실이 작은 힘이 되었다.
내가 마라톤에 참가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내 삶의 작은 약속 가운데 하나가 '1년에 한 번은 마라톤에 출전하기'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탄천운동장이 있고, 특별한 준비 없이도 일상 속에서 작은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을 움직인다. 평범한 생활 속에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시험 같은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달리기와의 인연은 꽤 오래되었다. 2011년 부산 근무 시절, 직장 마라톤 동호회를 따라 다대포 국제해변마라톤 10km를 처음 뛰었다. 출발선에서 느꼈던 긴장과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의 벅찬 감정은 아직도 선명하다. 이후 인천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인천마라톤과 경인국제마라톤에 봄과 가을마다 참가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내 삶의 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이정표 같은 존재였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선수와 가족, 자원봉사자들이 뒤섞여 활기가 넘쳤고, 사회자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긴장을 풀어 주었다.
"준비되셨나요?""안전하게 다녀오십시오."
평범한 안내 방송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큰 응원처럼 들렸다. 출발 직전 모두가 손을 들어 카운트다운을 외칠 때는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같은 목표를 향해 서 있는 동료처럼 느껴졌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사람들은 물결처럼 앞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부터는 누구와의 경쟁도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호흡과 자신의 다리,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함께 달리는 시간이었다.
햇볕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그늘을 벗어나는 순간 태양이 등을 내리쳤고, 준비 부족이라는 현실도 몸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부터 욕심을 버렸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끝까지 달리는 것이 목표였다.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며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달리다 보면 묘한 순간이 찾아온다. 머릿속이 맑아질 때도 있고, 문득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한다. 몸은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결국 포기하지 않고 다음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후반으로 갈수록 다리는 무거워지고 숨도 거칠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앞과 뒤, 그리고 옆에서 함께 뛰는 러너들의 발소리와 숨소리가 마치 응원 소리처럼 위안이 되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길가에서 간간이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 또한 스스로 '파이팅'을 따라 외치게 하며 지친 몸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인간은 작은 격려와 어느 순간 피니쉬 라인이 다가올 것이라는 희망 하나만으로도 예상보다 훨씬 오래 버틸 수 있는 존재인 듯했다.
결승선이 보이자 마지막 힘을 짜냈다. 일그러지는 얼굴에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다. 운동장으로 들어서자 스피크에서 연신 응원의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숨은 턱까지 차올랐지만 마음은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아, 결국 해냈구나.'
기록은 1시간 1분대였다. 지난해보다 1분 정도 늦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숫자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부족한 훈련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부상 없이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메달을 목에 걸고 물 한 병을 천천히 마셨다. 금속으로 만든 메달은 10km의 땀과 인내를 담고 있는 듯 제법 묵직했다.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완주자들이 들어왔고,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누군가는 5km를, 누군가는 10km를, 또 누군가는 하프코스를 마쳤다. 기록도 나이도 달랐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같은 표정이 있었다. 끝까지 해냈다는 조용한 기쁨이었다.
나는 종종 마라톤이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출발해야 하고, 중간에 힘들다고 해서 멈출 수 없으며, 결국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끝까지 가야 한다. 이번 성남마라톤은 그 오래된 진리를 다시 몸으로 가르쳐 준 대회였다.
아마 내년에도 나는 또 출발선에 설지도 모르겠다. 기록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