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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바이크

유월 속으로 페달을 밟다

작성자약천|작성시간26.06.22|조회수19 목록 댓글 0


어제 하루 종일 대지를 적시던 비가 물러간 자리로 유월의 선물 같은 휴일 아침이 찾아왔다. 창문을 열자 선선하고 싱그러운 공기가 뺨을 스쳤다. 라이딩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오랫동안 베란다에 세워 두었던 자전거를 꺼내며 오늘의 코스를 구상했다.

탄천을 따라 한강으로 향하다가 장지천 상류인 위례호수공원까지 올라간 뒤, 위례신도시를 가로질러 성내천으로 내려와 다시 한강과 탄천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였다.

탄천 자전거도로에 들어서자 주말 아침 특유의 활기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왼편으로는 탄천의 물길과 서울공항의 넓은 풍경이 펼쳐졌고, 오른편에는 짙푸른 녹지와 체육시설이 이어졌다. 비가 그친 뒤라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멀리 북한산 능선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세곡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빛 필드 위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장·노년층의 모습은 건강한 노후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은 참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장지천을 통해 위례로 들어가려 했지만 어느새 창곡천을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길을 잘못 들었지만 예상치 못한 우회는 라이딩에 또 다른 묘미이다.
창곡천을 지나 위례신도시 중심부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중앙의 트램 노선을 중심으로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고, 세련된 건물들과 다양한 조형물이 도시의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었다. 유럽 도시의 광장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공간이었다. 도시 설계자의 철학과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위례호수공원에 도착하니 잔잔한 수면과 푸른 녹지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다. 공원 한편에는 연분홍 수국이 만개해 유월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꽃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위례는 성남·하남·서울 송파구에 걸쳐 조성된 신도시다. 위례숲공원에 세워진 안내문을 읽어보니 과거 이 일대는 군부대가 자리했던 곳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군사 공간이 오늘날 시민들의 휴식처로 변모한 사실이 새삼 의미 있게 다가왔다.

거여동 주택가 골목을 지나 마침내 성내천에 닿았다. 회색빛 도심 속을 흐르는 맑은 물길은 그 자체로 작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마천교를 건너 하류 방향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능소화가 송파소방서 붉은 담장을 넘어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성내천 양옆으로는 잘 정비된 보행로와 자전거길이 이어졌다. 수양버들 그늘 아래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순간 '지상낙원이 따로 없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올림픽공원 인근에 이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쪽에서는 민주주의와 주권을 외치는 시민들의 집회가 두 주가 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그런데 체조경기장 부근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음악 축제와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젊은이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권리와 정의를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악과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치고 있다. 서로 상반된 풍경이 같은 공간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어쩌면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유린된 권리를 되찾고자 외치는 사람들과, 민주주권의 자유를 마음껏 향유하는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는 사회 말이다.

올림픽공원을 지나 한국체육대학교 교정을 둘러보았다. 방금 전의 열기와는 달리 캠퍼스는 고요했다. 텅 빈 운동장과 강의동 사이를 천천히 지나며 잠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
다시 성내천을 따라 한강 방향으로 달렸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늘길은 마치 숲속 오솔길 같았다.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지금까지 지나온 길들이 상당 부분 송파둘레길과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자전거가 아니라 두 발로 이 길 전체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으로 들어서기 전 창고형 서점인 서울책보고에 잠시 들렀다. 수많은 컨테이너를 연결해서 만든 듯한 독특한 공간 안에는 수많은 책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 노트북 앞에 앉아 작업하는 사람들, 조용히 독서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지적 호기심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서점을 나와 드디어 한강변에 닿았다. 강변은 이미 여름 축제의 현장이었다. 마침 한강 건너기 수영대회 리허설이 진행 중이었는데,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행사 진행에 따라 몸을 풀고 있었다.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표정들이 인상적이었다.
조금 더 지나자 야외수영장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분주했다. 유월 한가운데의 행복한 풍경이었다.

잠실지구를 지나 다시 탄천 하구로 접어들었다. 계기판을 보니 어느새 30km를 훌쩍 넘겼다. 아침의 선선함은 사라지고 한낮의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다리 근육도 서서히 피로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수진습지생태원 부근 편의점에 들러 차가운 음료 한 병을 단숨에 비웠다. 갈증이 가시자 다시 힘이 솟는 듯했다. 이제부터는 평소 산책하던 익숙한 길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란 창공 위로 뭉게구름이 장대한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탄천 위 동방삭교를 건너며 오늘의 여정을 되돌아보았다. 총 주행거리 47km, 다섯 시간에 걸친 느긋한 라이딩이었다.

돌아보면 오늘 라이딩은 물길과 숲길, 도시와 사람들, 시위와 축제 등 초여름 휴일의 일상을 통과한 흥미진진한 궤적이었다. ​유월의 눈부신 햇살 아래 탄천에는 여전히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가슴으로 밀려오고 있다.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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