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水滸誌), 혼돈의 시대를 이끌다 (369)
■ 9권 피흘려 닦아가는 충의의 길 (21)
제9-7장 방납을 치다 (3)
장청은 후몽·나전과 인사를 한 다음, 사람을 보내 진안무와 송선봉에게 보고하였다.
진관과 송강은 장수들을 거느리고 성을 나와 영접하였다.
후몽 등은 칙서를 받들고 성으로 들어가, 용정(龍亭)과 향안(香案)을 배열하였다.
진안무와 송강 이하 여러 장수들은 질서정연하게 북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후몽은 남면하여 용정 왼편에 서서 조서를 낭독하였다.
‘짐이 하늘을 공경하고 선조를 본받아 기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오로지 탁월한 고굉지신(股肱之臣)들이 대업을 돕고 있는 덕분이다. 그런데 근래에 변경에 위급한 일이 많이 생겨 국운이 평안하지 못하였는데, 선봉사 송강 등이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난관을 뛰어넘어 먼저
오랑캐를 평정한 공을 세우고 다음에 또 역적을 토벌하는 업적을 이루었다.
짐은 참으로 기쁘고 그대들을 믿는다.
이제 특별히 참모 후몽에게 조서를 들려 보내며 안무 진관과 송강·노준의 등에게 금은·비단·
명마·갑옷·어주 등을 하사하여 그 공을 표창하노라.
이번에 또 역적 왕경이 회서에서 반란을 일으켜, 우리 성을 뒤집어엎고 인민들을 살육하며 변경을 위협하고 서경(西京)을 흔들고 있다.
이에 조칙을 내려 진관을 안무에, 송강을 평서도선봉(平西都先鋒)에, 노준의를 평서부선봉에, 후몽을 행군참모에 임명하니, 조서가 당도하는 날 즉시 군마를 거느리고 완주로 달려가 구원하도록 하라.
그대 장병들이 협력하고 충성을 다하여 역적을 평정한 공을 아뢰면, 관작을 봉하고 상을 내릴 것이다. 삼군이 내리는 상이 부족하거든, 진관은 하북의 풍요한 고을 창고에서 재물을 꺼내 더 지급하고 장부를 만들어 아뢰도록 하라.
그대들은 칙명을 받들어 행하도록 하라!
선화 5년 4월 모일. ’
전호는 친히 병력을 몰고 나아가 송군과 대치하였다.
북군이 송군의 깃발을 보니, 병울지 손립과 철적선 마린이었다.
북군의 진 앞에는 창칼과 도끼 등의 병장기들이 나열되어 있고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비룡이 새겨진 누런 양산 아래 옥고삐와 황금안장을 씌운 은빛 백마를 탄 초두대왕(草頭大王) 전호가 진 앞에 나와 친히 싸움을 감독하였다.
남군 진영의 뒤에는 송강이 오용·손신·고대수·왕영·호삼랑·손립·주동·연순과 병마를 거느리고 당도하여, 송강이 친히 싸움을 감독하였다.
전호는 송강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막 장수를 내보내 송강을 사로잡으려고 했는데, 탐마가 달려와 보고했다.
“관승 등은 유사현과 대곡현의 두 성을 연이어 깨뜨렸고, 서쪽 방면에서는 노준의의 군마가 평요현과 개휴현을 깨뜨리고 태원성에 물을 끌어들여 성중의 장병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우승상 변상은 면산에 영채를 세우고 화영 등과 대치하고 있었는데, 노준의가 태원으로부터 병력을 이끌고 와서 후면을 공격하였습니다. 변승상은 양면으로 협공을 당하여 대패하고 노준의에게 사로잡혔습니다. 노준의는 관승과 병력을 합쳐 심원현을 철통같이 포위하고 있습니다.”
전호는 보고를 듣고 크게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황망히 군사를 거두어 위승성으로 물러나 지키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하여 이천석 등은 진에 남아 송군을 막고, 설시·임흔·호영·당창은 전호를 보호하면서 먼저 떠났다.
그때 동제산 북쪽에서 포성이 울리더니, 송군이 튀어나왔다.
송강이 은밀히 노지심·유당·포욱·항충·이곤으로 하여금 용맹한 보병을 이끌고 동제산 북쪽으로 빠져나가 두 길로 나누어 공격하게 한 것이었다.
전호는 급히 어림군마를 내보내 싸우게 하였다.
그때 갑자기 마령과 손안이 병력을 이끌고 동쪽 산기슭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마령은 풍화륜을 밟고 나는 듯이 달리면서 금전을 던져 북군을 난타했고, 손안은 쌍검을 휘둘러 마구 베어 나갔다.
두 장수가 북군의 진으로 돌입하여 마치 무인지경(無人之境)에 들어온 듯 기세를 올리자 북군은 두 토막이 나고 말았다.
북군은 비록 10만이 넘었지만, 오용이 계획한 세 갈래 병마가 종횡으로 휘저으면서 마구 공격하자 대패하고 말았다.
별똥별이 떨어지듯 구름이 흩어지듯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에 급급하였다.
가짜 상서 이천석 등은 전호를 보호하면서 동쪽으로 달아났는데, 표창·방패·비도 등을 든 보병을 이끌고 전면에서 혈로를 뚫으면서 쳐들어오고 있는 노지심 등을 만났다.
이천석·정지서·설시·임흔 등의 군마는 흩어져서 서쪽으로 달아났다.
전호 수하에는 비록 가장 용맹한 자들로 구성된 어림군마가 있었지만, 그들도 지금까지 오합지졸 관군과 싸웠을 뿐 양산박처럼 흉맹한 군대와 싸워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 어떻게 당할 수 있겠는가!
당시 전호의 좌우에는 단지 도독 호영과 당창, 총관 섭청 및 금오교위(金吾較尉)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패잔병 5천을 이끌고 전호를 보호하면서 달아나고 있었다.
위급한 순간에 홀연 또 한 떼의 군마가 동쪽에서 돌진해 왔다.
전호는 그걸 보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북군이 달려오고 있는 군마를 자세히 보았더니, 앞장선 사람은 준수하고 젊은 장수였다.
머리에는 파란 두건을 쓰고, 몸에는 푸른 전포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이화쟁(梨花鎗)을 쥐고 눈처럼 하얀 말을 타고 있었는데, 깃발에는 분명하게 ‘중흥 평남선봉 군마 전우’라고 쓰여 있었다.
전호를 바짝 따르고 있던 섭청이 깃발을 보고 전호에게 아뢰었다.
전호는 군마에게 빨리 와서 어가를 구하라는 명을 내렸다.
전우가 전호 앞으로 와서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신이 대왕께 아룁니다. 갑옷을 입고 있어 땅에 엎드릴 수 없으니, 신의 죄가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전호가 말했다.
“그대는 죄가 없다”
전우가 다시 아뢰었다.
“일이 위급하니, 대왕께서는 양원성으로 가셔서 잠시 적의 예봉을 피하십시오. 신이 군주와 함께 송군을 물리친 다음, 대왕을 위승의 궁궐로 모시겠습니다. 그때 좋은 계책을 의논하셔서 기업을 회복하십시오.”
전호는 크게 기뻐하면서, 명을 내려 즉시 양원을 향해 출발했다.
전우는 뒤에서 추격해 오는 송군을 막았다.
전호 등이 양원성 아래에 당도하자, 배후에서 추격해 오는 송군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양원성을 지키는 장병들이 그걸 보고 황망히 성문을 열고 조교를 내렸다.
호영은 앞에서 병력을 이끌고 있었는데, 뒤에서 송군이 추격해 오는 함성을 들은 군사들이 대왕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한꺼번에 성 안으로 들어가려고 난리를 쳤다.
호영이 겨우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딱따기 소리가 울리면서 양쪽에서 복병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그들은 호영과 군사 3천여 명을 모두 함정으로 몰아넣고 장창으로 마구 찔렀다. 가련하게도 3천여 명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성중에서 큰소리가 났다.
“전호를 사로잡아라!”
전호는 성중에 변고가 일어난 것을 보고 비로소 계략임을 깨닫고, 급히 말을 돌려 북쪽을 향해 달아났다.
장청과 섭청이 말을 박차고 추격하였다. 하지만 전호의 말이 너무 빨라, 장청과 섭청은 전호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이미 화살이 날아갈 거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때 전호가 탄 말 앞에서 홀연 한 줄기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나 소리쳤다.
“간적 전호야! 우리 구씨 부부는 모두 너에게 살해되었다. 오늘 너는 어디로 도망치려는 것이냐?”
그 여인의 주변에서 또 한 줄기 음산한 바람이 일어나더니, 전호를 향해 덮쳐왔다. 그 순간 여인은 사라져 버렸고, 전호는 말이 울부짖으며 날뛰는 바람에 땅에 떨어졌다.
그때 추격해 온 장청과 섭청이 말에서 뛰어내려 전호를 사로잡아 버렸다.
담회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