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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滸誌 (372) ■ 제9권 (24) / 제9-8장 비릉군의 싸움 (3)

작성자정기진|작성시간26.06.22|조회수0 목록 댓글 0

 

 

수호지(水滸誌), 혼돈의 시대를 이끌다 (372)

■ 9권 피흘려 닦아가는 충의의 길 (24)

 

제9-8장 비릉군의 싸움 (3)

 

왕경은 동전을 받아들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기도를 올렸다.

통증 때문에 굽힌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마치 8~90세 노인처럼 어정쩡한 자세로 기도를 올렸다.

이조가 그걸 보고 전노인에게 말했다.

“선생의 고약을 쓰면 빨리 낫겠는데. 맞아서 다친 모양이오.”

전노인이 말했다.

“걸상이 걷는 괴이한 모습을 보고 발로 차다가 옆구리가 결리게 됐다는군요. 좀 전에 올 때는 숨을 헐떡였는데, 내가 고약을 두 개 붙여 줬더니 지금은 허리가 조금 펴지기는 하네요.”

이조가 말했다.

“허리가 결리는 것 같네요.”

 

왕경은 기도를 올리고 나서 동전을 이조에게 돌려주었다.

이조는 왕경의 성명을 묻고서 점통을 흔들면서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좋은 날에 천지가 열리니, 성인이 역(易)을 지어 신명(神明)을 몰래 돕는다. 삼라만상을 감싸는 도(道)는 건곤(乾坤)에 합치한다.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고,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을 합한다.

지금 동경 개봉부의 왕씨 군자가 하늘을 우러러 점괘를 얻고자 합니다. 갑인(甲寅) 순중(旬中) 을묘일(乙卯日)에 주역(周易)을 받들어 청하오니, 지극히 신성하시며 영험하신 문왕선사(文王先師), 귀곡선사(鬼谷先師), 원천강선사(袁天綱先師)께서는 의심과 미혹을 떨치고 응보(應報)를 밝혀 주시옵소서!”

 

이조는 점통을 두 번 흔들고 점괘를 하나 얻었다.

‘수뢰둔(水雷屯)’ 괘였는데, 육효(六爻)를 보고 왕경에게 물었다.

“나리는 무슨 일을 점쳐 보려 하십니까?”

왕경이 말했다.

“집안일을 묻고 싶습니다.”

이조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나리는 제가 직언을 드리더라도 화내지 마십시오. ‘둔(屯)’이란 어려움입니다. 곧 재난이 일어날 것입니다. 몇 말씀 드릴 테니, 잘 기억하십시오.”

이조는 기름종이를 붙인 대나무 부채를 흔들며 읊었다.

“집안이 어지러워지고, 온갖 괴이한 일과 재난이 일어나 집안이 평온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래된 사당이 아니면 위태로운 다리에서 백호가 나타나, 관아에 흉한 일이 생기고 몸에 병이 날 것입니다.

머리는 있으나 꼬리가 없어 구제하기 어렵고, 귀인을 만나지만 흉한 송사가 일어나 감옥에 갇힐 것입니다. 사람이 불안하여 넘어질 것이며, 사지는 힘이 없어 꼬임에 넘어갈 것입니다.

고쳐서 바꾸지 않으면 액운이 소멸되지 않을 것입니다. 호랑이·용·닭·개의 날에 허다한 번뇌와 근심이 생겨날 것입니다.”

 

왕경은 이조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는데, 기름종이를 붙인 부채에서 나는 감물 냄새가 지독해서 적삼 소매로 코를 막고 듣고 있었다.

이조가 다시 왕경에게 말했다.

“제가 이치에 따라 직언을 드리자면, 집안에 괴이한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반드시 거처를 옮겨야만 비로소 무사할 것입니다. 내일은 병진일(丙辰日)이니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왕경은 이조가 흉한 얘기를 하여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돈을 꺼내 이조에게 복채를 주었다.

이조는 약방을 나가자 양산을 펼쳐 들고 동쪽으로 가 버렸다.

 

그때 대여섯 명의 공인이 와서 왕경을 보고 말했다.

“어찌하여 여기서 한가하게 얘기나 나누고 있습니까?”

왕경이 괴이한 일을 만나 옆구리가 결리게 된 일을 얘기하자, 모두 웃었다.

왕경이 말했다.

“만약 부윤상공께서 물어 보시면, 형제들이 잘 말씀드려 주시오.”

공인들이 말했다.

“알았습니다.”

얘기가 끝나자, 공인들은 각자 흩어져 갔다.

왕경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약을 달이게 하였다.

왕경은 병이 빨리 나으라고 두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약 두 첩을 다 달여 마셔 버렸다. 그리고 약기운이 빨리 퍼지라고 술도 몇 잔 마셨다. 그런데 상처를 낫게 하고 피가 잘 돌게 하는 약은 열을 내게 하기 때문에 밤늦게야 잠이 들었다.

아내는 왕경 곁에 누워서 몸을 쓰다듬으며 불을 지펴 보려고 했는데, 왕경은 요통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왕경이 교수와 밀통하느라 집에 제대로 들어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는 생과부가 된 지 오래였다.

그런 남편이 오랜만에 곁에 있게 되자, 욕정이 불타올라 남편 위로 기어 올라가 버들가지 같은 가는 허리를 놀려댔다.

두 사람은 다음 날 아침 늦게야 비로소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나자, 왕경은 뱃속이 허전하여 술을 데워 마시고 아침밥을 먹었다.

식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바깥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배군(都排軍)! 집에 계십니까?”

아내가 봉창으로 내다보더니 말했다.

“관아에서 두 사람이 왔습니다.”

왕경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밥상을 물리고 입을 닦고서 밖으로 나갔다.

왕경이 두 손을 모아 인사하고 공인들에게 물었다.

“두 분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두 공인이 말했다.

“도배군은 진짜 세월 좋으신 모양입니다. 아침부터 얼굴에 춘색(春色)이 가득합니다 그려! 그런데 오늘 아침 영감이 점고를 하다가 도배군이 출근하지 않은 것을 보고 크게 노하셨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도배군을 대신해서 괴이한 일을 당해 허리를 다쳤다고 말했지만, 도무지 믿지를 않습니다. 이렇게 쪽지를 써서 주면서 우리더러 불러오라고 했습니다.”

 

왕경은 공인이 건넨 쪽지를 보고 나서 말했다.

“내가 지금 얼굴이 붉어서 영감을 어찌 볼 수 있겠습니까? 좀 있다가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공인이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영감이 서서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 만약 늦었다간 우리도 매를 맞게 될 것입니다. 빨리 갑시다! 빨리!”

두 공인은 왕경을 부축하여 바삐 걸어갔다.

왕경의 아내가 황망히 달려 나와 물어보려고 했는데, 남편은 이미 문을 나가 버리고 없었다.

두 공인이 왕경을 부축하여 개봉부로 들어가니, 부윤은 대청 가운데 호피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공인이 왕경을 앞으로 데리고 가서 아뢰었다.

“상공의 명을 받들어 왕경을 붙잡아 왔습니다.”

왕경은 억지로 허리를 굽혀 네 번 절을 했다.

부윤이 꾸짖었다.

“왕경! 너는 군졸로서 어찌하여 태만하였느냐! 점고를 받지 않은 까닭이 무엇이냐?”

왕경은 괴이한 사건 때문에 허리를 다친 일을 자세히 얘기하고 말했다.

“진짜로 허리가 아파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어도 편치 못하고 걷거나 달릴 수가 없습니다.

감히 태만한 것이 아니오니, 상공께서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부윤은 왕경의 말을 듣고, 다시 왕경의 얼굴이 붉은 것을 보고는 크게 노하여 꾸짖었다.

“네놈은 오로지 술이나 퍼마시고 못된 짓이나 하는 놈이다. 바르지 못한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 놓고서고 오늘 또 요사한 말을 날조하여 감히 상관을 속이려 드느냐!”

부윤은 왕경을 끌어내어 매를 때리라고 명하였다.

왕경은 변명할 수가 없었다.

왕경은 매를 맞고 살갗이 터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부윤은 요사한 말을 날조하고 어리석은 백성을 선동하여 바르지 못한 일을 도모하려고 한 죄를 인정하라고 다그쳤다.

왕경은 어젯밤에 아내에게 시달렸는데 오늘 또 상관에게 매를 맞게 되었으니, 참으로 쌍도끼가 나무를 찍어대는 꼴이었다.

두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더 이상 매를 견딜 수 없어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윤은 왕경의 말을 기록하고, 옥졸을 불러 왕경에게 칼을 씌워 사형수 감옥에 가두게 하였다.

요사한 말을 날조하여 모반을 꾀한 죄로 사형에 처할 작정이었다.

옥졸은 왕경을 끌고 가서 감옥에 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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