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5) 제1권 : 일본군 731 부대의 실체를 고발하다
제2 장 통나무 즉 마루타로 통칭되는 죄수들의 수감
3절. 북만주 일대의 아편 암시장 형성 거리
요시다는 하얼빈 신시가지를 벗어나 중국인 거주지인 구하얼빈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프자덴은 중국인 거주지인 구하얼빈에 인접해 있었다.
점차 길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교통이 혼잡해졌다.
"요시다 대위, 여기에 들어서면 일단 우리 일본인 장교의 영향권을 벗어난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지금 들어가 보면 알지만 프자덴은 도로 전체가 개미 소굴과 같이 미로(迷路)로 되어 있어. 처음 온 사람은 헤매게 되지. 그러니, 혼자 다니지 마시오."
"아이 취급 마시오."
"아이 취급하려는 게 아니오. 범죄자를 쫓아서 프자덴으로 추적해 온 일본인 형사나 헌병들이 시체가 되어 있는 일이 종종 있소. 당신 혼자 들어 왔다가 일본군 장교라는 신분이 노출되면 생명을 보장을 할 수 없소."
"치외법권 지역이란 말이오?"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오. 우리 조직도 미로에 있으니까. 당신도 그들의 협조를 받을 경우가 생길 것이오.
담당은 특무기관의 아사노(淺野) 대좌요, 지금 뒤에 따라오는 야마가케 중위의 선배지. 야마가케와 선이 이어지고 있소."
"아사노 대좌가 하는 조직의 형태는 어떤 것이오?"
"프자덴 지역 내에 있는 특수한 방첩부대 기지요. 백인계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복면부대요."
"백인계 러시아인 복면부대?"
"그렇소. 앞으로 당신 담당이 될거요."
"하는 일이 방첩뿐이오?"
"그렇다니까... 한 가지 예를 들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러시아인이 왜 일본 특무기관과 결사 조직을 갖는가 하는 점이오."
"러시아인들은 모르지. 보스들만 알지요. 더구나 마약밀매를 비롯한 다른 범죄를 눈감아 주는 대신, 우리의 지령을 철저하게 완수하지요."
요시다는 더욱 궁금증이 일었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이오?"
"얼마 전에 프자덴 입구 정양가(正陽街) 길에 젊은 남자의 동사체(凍死體)가 발견되었지요. 그 자는 만주일일(滿洲日日)문 모리모토(森本) 기자였소. 경찰이 조사한 결과 죽은 원인이 그럴싸했지. 프자덴의 아편굴에서 아편을 복용하고 다니다가 동사(凍死)한 것으로 밝혀졌소."
"그게 사실이오?"
"죽은 거 말이오?"
"아니, 아편 먹고 동사했다는 것이......"
"천만에. 그는 아편 복용 습관이 없었소."
"......"
"그렇게 발표했을 뿐이오."
"모리모토 기자가 무엇을 주로 취재했지?"
"군(軍)관계 담당 취재기자였소."
"731부대를 취재하려고 했구먼?"
"맞아."
"누가 지시했소? 당신?"
"이제 요시다 당신이 담당이니까 지급부터는 당신이 지시해야 할 거요."
요시다가 금방 반발하고 나섰다.
"나는 그런 명령은 못 내려."
"조국을 위한 일이오."
"......"
"군 기밀이 드러나면 국가에 어떤 악영향이 미친다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텐데? 일개 신문기자의 생명이 중요하진 않아."
"반드시 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잖소."
"그게 가장 깨끗한 방법이지. 내 생각으로는 잡아다 마루타로 사용할까 했지만 그놈이 자기는 일본인 기자라고 나발을 불면 입장이 곤란할 것 같아 아주 재웠지."
"......"
"필요 이상으로 군의 기밀에 접근하는 것은......"
"모리모토 기자가 마루타의 비밀을 알아냈소?"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접근은 했었지. 윤곽을 잡고 타진했으니까. 그는 하얼빈 헌병대와 특무기관에서 사라지는 포로의 행방을 추적해 온 것이 꼬리를 잡힌 것이오.
사형을 시켰으면 시체를 돌려달라는 중국인 가족들의 진정이 들어오자, 이를 냄새 맡은 모리모토가 접근했던 거요. 자기 명을 재촉한 것이지."
승용차는 프자덴 거리의 한 모퉁이 카투사 댄스 홀이라는 건물 앞에 멈추었다.
이시이가 겁을 줘서 그런지 요시다는 차에서 내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붐비었고 노점상들이 등불을 켜고 음식이며 물건을 파는 모습이 보였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점이 없었다. 음악 소리가 길에까지 들려왔다.
"프자덴이 북만주 일대의 아편 암시장을 형성시켜 놓기도 했지. 여긴 북만주의 경제를 마비시킬 정도의 재력이 있는 두목들이 살고 있기도 하고 누더기를 걸친 빈민들도 있소. 폭력과 호화로움과 여자와 가난이 동시에 공존하는 곳이지."
"좋은데 구경시켜 주는군."
요시다가 빈정거리는 투로 중얼거렸다.
차에서 내린 다섯 명의 장교들은 댄스 홀 입구로 걸어갔다.
이시이의 뒤를 따라가며 요시다가 물었다.
"여긴 안전한 곳이오?"
"안전? 글쎄올시다. 프자덴에 일단 들어서면 생명보장을 못 한다니까. 당신 생명은 당신이 지키시오."
권총을 만져 보았다.
그런 요시다의 태도를 눈치채고 이시이가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여기선 권총 정도 가지고 으시댈 곳이 못 되오. 기관총을 들고 있다는 말 못 들었소?"
옆에서 걷던 특무기관원 야마가케 중위가 키득거리고 웃었다.
그는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여기 올 때는 권총을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여기는 묘한 데가 있어서 총을 먼저 꺼내지 않는 한 절대 쏘지는 않지요. 여기가 미국 서부인지 모르지만."
"미국 서부라고? 영화를 보았구료? 영화같이 상대방이 권총을 뽑아야 쏘는 것으로 생각하나?" 하고 이시다 대위가 말했다
"뒤에서 몰래 쏘는 놈이 더 많다더군."
그들은 웃으며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나비 넥타이를 매고 있던 웨이터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이층 홀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술을 청했다.
웨이터는 춤 출 여자를 데려올까를 물었다.
"지배인 왕서방 오라고 해."
야마가케 중위가 말했다.
"여기 주인은 러시아인이고 지배인은 중국인, 종업원은 만주인의 젊은이들, 여자들은 각국의 아가씨들이지요. 춤을 잘 추기는 러시아 아가씨들이 잘 추지만, 대부분 키가 큰 편이어서 일본군 장교들은 싫어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 되는 것이요?"
"그렇습니다." 하고 야마가케 중위가 대신 대답하였다.
"여긴 제 관할이니까 제가 대접하지요."
마루타 수송 작전에 참여해서 엉뚱하게도 범죄 소굴 프자덴 댄스홀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요시다는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웨이터가 맥주를 가져 와서 탁자 위에 놓을 때 신사복을 차려 입은 왕서방이 다가왔다.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긴 후, 포마드를 발랐는지 그의 머리가 불빛에 반짝거렸다.
왕서방은 이시이 일행을 보더니 반갑게 맞이했다.
"하이."
야마가케가 부르자 왕서방은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그는 일본말을 능숙하게 했다
"춤보다도 교태스런 예쁜 아가씨로 셋만 데려다 주오."
"하이, 하이."
"별궁에도 안내해 주고 --."
"하이, 하이. 여부가 있겠습니까."
왕서방이라는 중국인은 오십이 넘어 보였다. 그는 머리를 계속 굽히며 몸을 흔들었다.
"셋이면 되겠습니까......"
모두 다섯 명인데 세 아가씨만 데려 오라고 하자 왕서방이 물었다.
"아, 셋이면 좋소."
"우리 댄스 홀에는 아시는 것처럼 여러 족속 아가씨들이 있습죠. 러시아, 일본,조선, 만주, 중국, 어떤 아가씨를 데려올까요?“
담회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