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6) 제1권 : 일본군 731 부대의 실체를 고발하다
제2 장 통나무 즉 마루타로 통칭되는 죄수들의 수감
4절. 프자덴의 범죄 소굴 작전?
그러자 이시이가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어느 족속이든 여자는 다 그게 그거 아니오? 지난 날 골고루 맛을 보았지만 별거 없더군. 난 말이오, 아주 풋내기는 싫고, 좀 완숙한 아가씨를 붙여주오. 춤도 잘추고, 자빠져서 흔들기도 잘하는 여자 있잖아."
"아, 하이 하이. 지난번에 짝이었던 하야코상을 데려 올까요?"
"하야코? 그래 그래. 그 여자 자빠져서 잘 흔들더군."
다른 장교들은 이시이 대위의 말에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나 요시다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자신의 음탕한 말에 일동이 웃음을 터뜨리자 기분이 좋아진 이시이 대위가 계속 수다를 떨었다.
"이분은 점잖은 분이요. 그러니 계집을 너무 요란한 여자로 데려오면 안 돼요. 특히 우리 요시다 군은 순진한 여자를 좋아해. 눈물이나 짜는 여자 있잖아. 손목만 잡혀도 '어머, 안돼요. 난 아다라시인데, 이를 어쩐담.'하는 여자 있잖소.
뒤에서는 혀를 낼름하고 호박씨를 깔망정 내숭 떠는 여자 말이오. 하하하."
일동은 다시 웃었다.
그러나 요시다는 웃지 않았다.
지배인이 자리를 떠나고 술잔이 오고 갈 때 요시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무슨 일로 왔지요?"
"허어. 요시다군. 성급해 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요. 술을 마시고 기분내고 있는 동안 일은 잘될 거요."
이시다는 술을 두어 잔 비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정 무렵에 만납시다."
이시다 대위가 이시이 대위에게 말했다.
이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일 때 이시이의 눈이 광채를 내었다.
세 사람이 댄스홀에서 술을 마시며 여자와 춤을 추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어느 특정한 곳으로 가서 작전을 수행한다는 뜻이었다.
그 작전 완료시간이 자정이었다. 요시다는 시계를 보았다. 10시 27분이니까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것이다.
무슨 작전일까 프자덴의 범죄 소굴에서 하얼빈의 특무기관 장교와 헌병장교가 펼 수 있는 작전은 무엇일까.
두 사람이 테이블에서 물러나면서 곧 세 여자를 직접 데리고 와서 인사시켰다.
하야코라는 일본여자는 이시이와 구면인 듯 헤죽헤죽 웃으며 그의 무릎 위에 가서 앉았다. 그녀는 소매가 드러난 팔로 이시이의 목을 칭칭 휘감더니 키스를 하였다.
다른 두 여자는 모두 중국 여자였다. 자기를 소개하는 어투로 보아 일본말이 서툰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여자는 모두 키가 작았고 앙징스럽도록 자그마한 체구였다. 일본군 장교들은 자신이 키가 작아서 키가 큰 여자를 싫어했다. 그것을 지배인이 알기 때문에 키가 작고 아담한 여자를 데려온 것이다
요시다의 짝은 손진영(孫眞英)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경(南京) 출신 아가씨라고 소개했다.
"남경이라면 양자강(揚子江) 하류 쪽에"
"예. 동지나해에 있는 상해(上海)와도 가깝습니다."
손진영은 더듬거리는 일본말로 설명을 하였다.
요시다는 이시이의 천박스런 태도에 언짢아졌던 기분을 풀기 위해 그 중국 여자와 어울리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녀와 어울린다는 것은 옆자리의 이시이 대위와 하야코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일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일이었다.
"춤을 잘 추나?"
"조금 춥니다."
"양자강이 경치가 좋다지?"
"예. 어렸을 때 그곳에서 자랐어요. 그후 아버지를 따라 봉천에 왔는데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그래서 댄서로 풀렸다는 말 같군. 마시겠나?"
"예, 주신다면......"
요시다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에게 술을 따라 권했다.
여자가 두 손으로 술잔을 바쳐 들었을 때 여자의 한쪽 손등의 담뱃불로 지진 화상이 눈길을 끌었다.
"그 오른 손등은 담뱃불로 입은 화상인가?"
"어머 --."
여자가 황급히 손을 감추느라고 술을 약간 쏟았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닦으며 당황해 했다.
"술을 쏟아서 죄송해요, 선생님."
"괜찮아, 손등은 왜 그랬나?"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어느 건달이"
"여자가 혼자 이 황량한 마주 땅에서 살기 힘들겠네."
요시다는 자신이 생각해도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는 듯했다.
순진한 것은 여자보다 오히려 요시다 쪽이었다.
그녀들은 수많은 건달들을 만나면서 잡초처럼 왕성하게 크는 입장이었다. 프자덴의 암흑가 댄스 홀 여자에게 황량한 만주 땅에서 살기 힘들겠구나 하고 걱정해 주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앉아서 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옆자리에 있던 이시이 대위와 키가 크고 얼굴이 핼쑥한 야마모토 대위는 자기 짝과 함께 나가서 춤을 추고 있었다.
"선생님, 춤을 추실 수 있으세요?"
"추긴 하지만 서툴러.“
“저도 서투른 편이에요”
"같이 서툴러서 대행이군 한 번 추어볼까. 지금 저게 블루스인가?"
"예."
요시다와 손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플로어로 나갔다.
걸어가면서 손진영이 옆에서 걷는 요시다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요시다가 찔끔하는 표정을 지었다.
"수줍음도 타시고 너무 순진하신 것 같아요, 선생님."
춤을 추면서 손진영이 요시다의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였다.
"그렇게 보이나?"
"예."
잠시 침묵하다가 손진영이 다시 말했다.
"선생님은 일본군 장교이시죠?"
"......"
프자덴에서는 절대 아무에게나 신분을 노출시키지 말라고 했던 이시이 대위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요시다는 시침을 떼고 둘러대었다.
"아니야. 나는 군인이 아니야."
"그럼 형사예요?"
"왜 자꾸 그런 생각을 하지?"
"선생님의 품에 권총이 느껴져요."
춤을 출 때 그녀가 요시다의 품에 안기면서 느낀 것이었다.
달리 둘러댈 말을 생각할 때 여자가 속삭였다.
"선생님, 아무 말씀 마세요. 아무려면 어때요? 전 짧은 순간이지만 선생님이 좋아요. 말씀하시기 곤란하면 말씀 마세요. 프자덴의 카투사 댄스 홀 손진영이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해서 명예하고 관계가 있나요."
‘이 여자가 사람을 홀리는군.’ 요시다는 정보장교다운 경계심을 품으며 생각했다.
만주에는 댄서의 순정이란 일본 노래가 유명하고 있었다.
노래처럼 이 댄서에게도 순정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호스티스로서 직업적인 몸짓일까.
그러나 요시다 대위는 그러한 일에 몰두할 수 없었다.
좀 전부터 신경 쓰이는 일본 마루타에 대한 도덕적 감정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동료 장교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수행하고 있는데 자신만이 거북해 하는데 대해 당혹하고 있었다.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것일까.
요시다는 그렇게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라도 조국을 위해서 죽어야 한다면 기꺼이 생명을 바칠 각오는 되어 있었다.
담회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