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7) 제1권 : 일본군 731 부대의 실체를 고발하다
제2 장 통나무 즉 마루타로 통칭되는 죄수들의 수감
5절. 프자덴의 소굴 작전에서 마루타를 얻다
예쁜 중국 여자의 애교라든지 댄스홀의 찬란한 분위기나 술, 그 무엇도 그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선생님, 무얼 그렇게 생각하세요?"
"뭐? 내가 생각에 잠겨 있다고 보나?"
"예."
"어떻게 알지?"
"사실이었군요."
"그래. 어떻게 알았나."
"여자의 직감이죠. 특히 좋아하는 남자에 대해서는 여자의 직감이 빨리 나타나나 봐요."
"손진영."
"예?"
"나를 몇 분 전에 만났는데 그렇게 좋아한다고 확신할 수 있나?"
"예, 우리는 직업 때문에 남자를 오래 사귀면서 좋은 감정을 키울 기회가 없어요. 몇 초면 돼요. 첫눈에 반한다는 것으로 밖에는......"
"상대하는 대부분의 남자를 좋아하는 모양이지?"
"싫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전 이 생활한 지 일 년 가까이 되지만 좋은 감정을 느껴본 남자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돼요. 그 중에 선생님도 포함해서요."
"영광이군."
만나는 남자마다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요시다로서 기분 나쁘지 않았다.
춤곡이 바뀌자 요시다와 손진영은 테이블로 돌아왔다.
요시다는 시계를 봤다. 요시다가 긴장하고 있는 탓이었다.
그는 플로어를 살펴보았다.
조명도 흐리고 춤추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이시이와 야마모토를 찾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홀 안을 둘러보아도 두 사람은 없었다.
"친구 분들을 찾으세요?"
"응."
"별궁에 갔을 거예요."
"별궁이 뭐야?"
"호호호......"
여자는 손으로 입을 막고 웃었다.
요시다는 영문을 모르고 같이 웃었다.
웃음을 그치고 여자가 말했다.
"저하고 같이 가실래요?"
눈치를 챈 요시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담배를 입에 물자 중국 여자 손진영이 불을 붙여 주었다.
"담배 피우겠나? 한 개피 줄까?"
"예."
요시다는 댄서의 입에 담배를 물려 주고 불을 붙여 주었다.
요시다가 성냥불을 켜서 붙여 주려고 하자 여자는 '후' 불어 끄고 요시다가 물고 있던 담배를 입에서 빼내어 그 담뱃불로 불을 붙였다.
"이래야지 서로 정다워진대요."
"정말 댄서의 순정이로군."
요시다는 악의 없는 그녀의 말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자네들은 손님과 꼭 별궁에 들어가나?"
"아니예요. 우린 지배인이 지시하는 사람하고만"
"그래? 어떤 손님에게 그런 봉사를 하라고 지시하지?"
"특별한 손님이에요. 우리는 잘 모르지만 하얼빈의 거물들이나 이 댄스홀과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들 같아요.
지배인이 우리보고 별궁에 갈 손님이라고 해서 ‘대단한 노인들이 왔구나’ 했는데 모두 너무 젊네요."
"젊어서 실망했나?"
"아뇨. 반대예요. 희망에 부풀었어요."
"일본말이 서툴면서도 말을 잘하는군."
"그것도 직업이니까요."
"하하하하."
요시다는 모처럼 웃음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공허하게 울렸다. 답답한 가슴은 계속 걷히지 않았다.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까?"
자정이 넘어서자 야마가케 지로(山崖二郞) 중위가 싱글벙글 웃으며 댄스 홀 요시다(吉田幸文) 대위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이시이 나가데(石井永手) 대위는 여자와 함께 플로어에 나가 춤을 추고 있었다.
"저 친구들은 계속 기분 내고 있군."
야마가케는 플로어 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 갑시다."하고 야마가케 중위는 플로어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여서 말했다.
"그냥 놔두면 밤을 새워서라도 춤을 출 기세군요 "
"떠나시나요?"
옆에 앉아 있던 손진영(孫眞英)이 취기가 어린 눈으로 요시다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가야지."
"같이 있고 싶어요. 이 밤이 새도록."
"좋겠지만 가야 해."
"어디로 가시나요? 제가 따라가면 안 되나요?"
"아마 안 될 거야."
"뭐하시는 분이에요?"
"묻지 않기로 했잖아?"
"그렇기는 해도 궁금해요."
"적당히 생각해."
"그럴께요. 다음에 언제 오실래요?"
"또 오겠지."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인가요?"
“언젠가 오겠어."
"기다릴께요."
손님을 끄는 방법도 여러가지라는 생각을 했으나 파트너였던 손진영이라는 중국 여자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듯했다.
요시다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만주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만은권(滿銀券)이 여러 장 손에 잡혔다.
"나는 이런 데가 처음이라서 자네에게 얼마를 사례해야 될지 모르겠네."
2엔을 꺼내서 여자에게 내밀자 그녀가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
"받지 않을래요. 선생님에게만은......"
"이봐. 여기서 그런 낭만을 찾아선 손해야, 받아."
"싫어요."
"자존심이 있으니 억지로는 주지 마시오."
야마가케가 다가와서 말했다.
이시이 대위와 야마모토 대위는 술에 취하여 휘청거렸다.
함께 있는 여자들도 만취가 되어 있었다.
모두 모르모토의 눈알처럼 충혈되어 있었다.
"계산은 내가 모두 할 테니 나갑시다."
야마가케가 으시대면서 지껄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어둠속 저편에 두 대의 승용차가 대기하고 서 있었다.
승용차는 엔진 시동을 걸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승용차 옆에서 이시다 나오부미(石田眞文) 대위가 담배를 피워 물고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가 피우는 담뱃불이 어둠 속에서 빨갛게 타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자정이 넘어서자 프자덴의 마약에 취한 사내가 휘청거리며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승용차 안에는 세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이시다가 타고 온 승용차 뒷좌석에 두 명의 여자가 있었고, 이시이의 승용차에 한 명이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어려 보였고, 앞쪽에 홀로 앉아 있는 여자는 한 손으로 차창을 만지며 떨고 있었다.
운전석에 있던 사내가 일행이 오자 황급히 피우던 담배를 껐다.
요시다와 이시이는 나이 어린 소녀를 가운데 앉히고 양쪽에 앉았다.
야마모토 대위가 운전석 옆에 앉았고, 야마가케와 이시다는 뒷차에 올랐다.
그들이 차에 오르자 어둠 속을 미끄러져 가는 뱀처럼 승용차는 움직였다.
담회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