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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의 non경제학~!

[포기하는 2030]대기업 신입보다 적은 中企 부장 월급… 황금티켓 집착사회 낳았다

작성자우주창조|작성시간23.06.20|조회수95 목록 댓글 0

중소기업 50대 月291만원 벌 때 대기업 20대는 321만원
임금 격차 원인은 생산성 차이...고급 인력 유치 못해
현 20~30대, 이전 세대보다 금전 보상 중요하게 여겨
대기업은 ‘인재난’...대졸자 50%는 전공과 무관한 업무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2030 세대가 6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니트(NEET·교육을 받거나 직업 훈련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족(族)이 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취업난,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늘어나는 임금 격차...이런 여러 요인들이 한창 일해야 할 젊은이들을 ‘그냥 놀게’ 만들어 버린다. 젊은이들이 도전하지 않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새로운 인력이 수혈되지 않는 노동시장은 생산과 소비가 멈춰 경제 전체의 조로(早老)화를 부른다.

경제활동인구로의 편입을 포기한 2030 세대가 급증한 원인과 영향, 그 대책을  살펴본다.

한국의 황금티켓 증후군(golden ticket syndrom)은 낮은 청년 고용률을 이끈다. 동시에 가족 형성을 늦추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며 잠재적으로 장기적인 상흔효과(scarring effect)를 남긴다.
OECD 2022 한국 경제 보고서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발표한 ‘2022 한국 경제 보고서’에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낮은 청년 고용률을 꼽으면서 그 원인으로 한국에 만연한 ‘황금티켓 증후군’을 지목했다. 황금티켓 증후군이란 사람들이 손에 넣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결될 것으로 보는 만능열쇠를 열망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황금티켓은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이다.

 

황금티켓을 손을 쥐기 위해 초·중·고등학생들을 둔 가구가 한해 사교육비로 쓰는 돈이 26조원에 달하고, 대학에 가서도 외국어를 비롯한 각종 자격증 취득에 한해 1인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쓰는 이유는 그래야 ‘남는 장사’ 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을 비롯한 근무여건 격차가 워낙 커서다.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경력을 쌓느니 그 시간에 대기업용 스펙을 더 쌓거나 구직 포기를 해 실직자로 낙인 찍히는 것을 피하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원자가 넘쳐나는 대기업도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의 적성이나 흥미를 후순위로 둔 채 오직 ‘간판’에 집착하는 사회 풍조로 구직자의 전공과 직무 간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졸 중심의 인재 육성 정책에서 과감하게 탈피하는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 50대 중소기업 부장 월급, 대기업 신입보다 적어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563만원으로 전년 대비 6.6% 오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266만원으로 2.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 근로자의 소득 증가율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높았고 중소기업은 가장 낮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은 47%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 비율이 60~70%대에 달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연령별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소득 격차는 더욱 극명하다. 20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이 321만원일 때 같은 연령대 중소기업 근로자는 201만원에 그쳤다. 30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이 각각 531만원과 282만원, 40대는 698만원과 311만원으로 격차가 벌어지다가 50대에 이르러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각각 729만원과 291만원으로, 무려 2.5배 차이가 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40~50대 월급이 대기업 20대 신입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노동생산성 격차다. OECD는 2018년 보고서에서 노동자 1인당 부가가치 창출 규모를 기준으로 대기업의 생산성을 100으로 볼 때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2015년 32.5라고 분석했다. 아일랜드(10.7), 그리스(26.9), 멕시코(29.5)에 이어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낮다.

 

노동생산성은 근로자 규모와 작업환경, 숙련도, 자본 규모,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통상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가 많을수록, 연구개발(R&D) 등에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본 규모가 충분할 수록,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뤄질수록, 정부 정책이 기업 경영에 우호적일 수록 노동생산성이 올라간다.

 

김영준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업력이 오래된 기업에게 유리한 경영 환경이 조성돼 왔다”며 “중소기업의 기능은 대기업의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돼 상대적으로 고숙련 노동자들이 대기업에, 저숙련 노동자들이 중소기업에 고용되는 관행이 고착화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주로 대기업의 하청업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기술 혁신에 나설 동기와 기회가 적었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고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고, 이 때문에 고급 인력 유치에 실패해 생산성 향상 기회를 놓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금전적 보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김현우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이 한국고용정보원의 2008~2019년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 자료를 활용해 대졸자 10만4511명이 일자리를 지원할 때 어떤 요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순위를 비교했더니 지난 12년 사이 근로소득과 근로시간의 중요도는 올라가고 직장 안정성, 개인 발전 가능성은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2008년 대졸자가 일자리를 지원할 때 고려하는 제1요소가 ‘개인 발전 가능성’이었으나 2019년에는 순위가 6위로 떨어졌다. 반면 근로소득은 3위에서 1위로, 근로시간은 6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대졸자가 직장을 고를 때 자기계발이나 직장에서의 성취에 대한 중요도는 낮아졌지만, 금전적 보상이나 일과 여가의 균형에서 중요한 근로시간에 대한 중요도는 올라갔다는 의미다.

 

◇ 급여가 전부는 아냐... 20~30대, 평판·복지·교육 기회 등 따져

 

그러나 청년들은 월급이 적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판, 복리후생 제도, 직무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 등 기업이 제공하는 급여 이외의 것들을 따져보고 다닐 만한 회사인지 선택한다는 것이다.

 

김나영(27)씨는 2020년 입사한 중소기업에 2년 정도 다니다 작년 대기업 계열사로 이직했다. 회사 사무실이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어 출퇴근에만 2시간 넘게 써야 하고 연차를 내고도 일을 해야 하거나 노래방에서 자주 회식을 하는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발전 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직장 상사들과 끊임없이 이직, 퇴사하는 동료들을 보며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대기업 계열사로 이직하자 본인과 가족들의 만족도 모두 높아졌다. 회사 사옥이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구내식당이 있어 밥값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원 개인에게 법인카드가 지급돼 영업을 나가 따로 돈 쓸 일도 없었다. 유급휴가는 당연히 보장됐고 지인이나 거래처에 회사 이름을 이야기하면 단박에 알아듣는 등 회사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그는 “코로나 기간 이직한 직원들 대부분 중고 신입”이라며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사람들은 대부분 대기업 이직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지원자 넘쳐나는 대기업도 ‘풍요 속 빈곤’

 

구직자가 넘쳐나는 대기업도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전문적인 직무 역량을 갖춘 인재가 부족해 수시 경력 채용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힘들게 사람을 뽑아도 대학 전공과 직무 미스매치로 인한 업무 적응 실패,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시 되는 대기업 특유의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금방 퇴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작년 조사를 보면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 10명 중 3명이 첫 직장에서 퇴사했고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년6개월에 불과했다.

 

칠레 법률·컨설팅 자문회사 몽트그룹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대졸자의 50%가 전공과 상관없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비교대상 22개국 중 1위였다. 독일은 26.4%, 캐나다는 37.4%, 미국은 45%, 일본은 45.3%다. 일단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뒤 진로를 찾는 한국 특유의 구직 관행이 반영된 통계다.

 

OECD 한국·일본 담당관을 역임한 렌달 존스 미국 워싱턴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KEI) 선임 연구원은 “중등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이 표준화된 대학 시험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재능과 흥미를 기반으로 진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진로 상담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교육 시스템과 노동 시장 간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도록 대학들은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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