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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만 도와주십니다[ 꼴찌에서 전교 1등 까지 ]

작성자우주창조|작성시간23.02.19|조회수64 목록 댓글 1
제 고등학교 3년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혹여나 공부를 하고 계신 분들,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자녀를 키우시는 분들에게
어쩌면 작은 도움이나 될지 몰라 조심스럽게 제가 겪은 3년의 시간을 글로 남겨봅니다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이 문장이 저의 고등학교 3년 내내 어느 책이든, 공책이든 적혀 있었고 
이 글이 저를 항상 응원해주는 응원가 이기도 했습니다


제 아버지가 제 나이 9살이 돌아가셨기에, 우리 집은 많이, 조금 많이 가난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하셨던 어머니 혼자서 저와 제 누나를 키우셨습니다
더더군다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주신 재산이 많지 않았기에 어머니는 저희 둘을 키우시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항상 일을 하셔야만 했지요.


일찍 철든 누나는 항상 중학교 부터 전교 1등을 독차지한 지독한 공부 벌레였으나,
저는 될데로 되어라 어짜피 이렇게 가난한 집안에서 나를 대학이나 보내주시겠나 싶어
공부에는 전혀 관심 조차 없었습니다.
어머니 조차 별로 공부에 소질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절 나무라신 적도 별로 없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항상 학교에서 전교 1, 2 등을 독차지 한 누나가 고 3 이 되고,
전 고 1이 되었습니다


수능 이전의 학력고사 세대였기에, 고 1이 되고 한달 후에
처음으로 모의고사 라는 걸 치루게  되었습니다. 
그 모의고사는 국 영 수 이렇게 3 과목만 보았습니다 
역시나 시험은 어려웠고, 얼마후에 반 전체가 성적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날이 전 지금도 또렷하게 잘 기억이 나는데,
제 성적표에 51 / 52 라고 적혀있더군요


그때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52명중에 51명이 시험을 보았나부다 ! 


근데 옆에 제 짝꿍이 제 성적표를 보더니
큰소리로 " 야 ~ 이 새끼가 우리 반에서 꼴찌네 " 하고 절 비웃는 겁니다
당황해서 제 짝의 성적표를 보니, 6 / 52 라고 적혀있더라구요
그날로 반에서 제 별명이 " 꼴찌 " 가 되었습니다.


정작 문제는 이게 아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이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도장을 받아와야 한다는 하시더라구요.


그날 학교에서 돌아와 성적표를 보여드렸는데, 제 예상과 달리 어머니는 제게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냥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 공부를 못해도 이 세상을 잘 사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러니 절대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엄마는 우리 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단다 "


크게 화를 내실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으셔서 그게 더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
제가 잠을 자다 쉬가 마려워 한 밤중에 잠에서 깼고 화장실을 갔다 오다


불꺼진 어머니의 방에서 어머니가 소리죽여 혼자 울고 계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가 공부를 못하는게 가난한 형편 탓이라고, 당신이 절 잘 키우지 못해서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얼마나 우시던지 ....


그제서야 알게 되었죠.
제 어머니는 저보다 몇배 더  상심이 크셨으나, 차마 제게는 내색하지 못하시다
저를 재우시고 나서야 소리죽여 우시고 계셨던 겁니다.


그날 밤 저 또한 혹여나 어머니가 눈치 채실까봐 제 방에 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밤새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 다음날 부터였나 봅니다.
이미 시작한 고등학교 1힉년, 대학 입시까지 남은 시간 2년 8개월 ....
한번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기초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 그동안 안한 공부부터, 가장 밑바닥 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생인 제가 중학생용 초급 영문법 책인 성문기초 영문법을 보기 시작했네요
반에서 공부 쫌 한다는 제 짝꿍은 또 그걸로 절 많이 놀렸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하루에도 몇번씩 "꼴찌" 새끼가 공부하는 척도 한다는 놀림을 무시하고
전 매일 매일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모르는게 있으면 그 기초가 되는 중학교 서적들을 보며 처음부터 기초를 쌓았습니다.


처음 3, 4일은 정말 힘들더니 한 일주일 지나니 모든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는 제 모습에 어머니는 많이 어리둥절 하셨답니다.
그렇게, 남들이 뭐라건 처음 기초부터 다진다는 각오로 꾸준히 조금씩 기본을 다졌습니다.
생활 습관도 싹 뜯어 고쳤습니다


평일 5일 동안은 아침 7시에 기상해서 새벽 1시에 취침하기 시작했습니다.
토요일에만 일찍 밤 9시에 취침해서 일요일 아침 8시에 기상,
일요일은 무조건 도시락 2개 싸서 아침 9시에 독서실에 도착해서 밤 10시까지 공부했습니다.
가난한 저희 집 형편때문에 방학때도 학원은 단 한번도 다녀본적 없네요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고 3 수험생이 었던 누나도 많이 바쁘셨기에 누나에게 도움을 받는것도 염치가 없는 짓이었지요.


사람들은 엄청 쉽게 이야기 합니다
내가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막상 하면 얼마든지 1등을 할 수 있어 ....


제가 해봐서 아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눈에 띄게 제 실력이, 제 성적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누나가 드디어 대학 원서를 쓸 시기가 되자,
누나가 저와 어머니를 불러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엄마, 우리 형편에 나도 대학보내고, 아들 까지 또 대학까지 공부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엄마 알아보니까 교대 는 입학금도 등록금도 거의 없는 학교래
엄마 내가 교대 갈께, 내 동생은 4년제 보내주라 


서울 대학교 까지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명문대학의
최고의 학과에도 얼마든지 합격할 성적이었던 제 누나는 그렇게 집과
가까운 지방의 교대에 진학 하셨고,
전체 차석으로 입학하셔서 4년 전액 장학금까지 받으며 다니시게 되었습니다.


정작 본인이 많이 아쉬우셨을텐데도 제 누이는 단 한번도 절 원망하지 않으셨습니다.
" 미안해 하지 말고, 그저 최선을 다해 공부 하면 된다. 
  원래 내게는 이 길이 정해져 있던 거 같아
  누나는 괜찮아 그러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공부 해 "
 그렇게 누나는 누나의 길을 걷기 시작하셨으니,
 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시 잡고 더 열심히 노력했네요.


2학년이 되고 학년이 바뀌고 담임 선생님도 바뀌었으나
같은 반 친구들은 여전히 절 공부를 못하는 꼴찌 정도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담임 선생님 만은 가끔 절 부르셔서 절 많이 칭찬해주셨습니다.
우연찮게 제 책에, 제 노트들에 적혀있는 문구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를 보셨다고
우리반에서 네가 제일 공부를 열심히 하니 네 성적은 분명 한걸음씩 좋아질 거라고 ....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습니다. 무척 행복했지요 ....


여름방학 전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제가 반에서 10등을 했으나,
정작 이 사실은 어머니에게도 누나에게도 제가 비밀로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더 좋은 성적을 받으면 그때 어머니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라고 ...
고 2 여름방학, 그 무더운 날씨에도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첫 모의고사를 저도 놀랄 정도로 잘 보았습니다.
심지어 항상 시간이 촉박했던 수학 시험도 무난히 잘 치렀지요.
어라 .... 음... 이번 모의고사가 좀 쉽게 출제 되었나 보네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얼마후 모의고사 성적표가 도착했고 저희 반이,
그리고 온 학교가 발칵 뒤집혀 졌습니다.
이번 전교 1등이 누구라고 ????
항상 1등 했던 ㅇㅇ 가 아니라 저 새끼가 1등이라고 ????
사실 성적표를 보시고 가장 놀라셨던건 제가 아니라 제 담임 선생님이셨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담임 선생님 또한 제 성적에 크게 놀라셨다 하셨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동안, 고등학교 수석 입학 을 시작으로,
모든 시험에 항상 1등이었던 전교 1등이  저와 같은 방이었고
그 전교 1등의 점수보다 제가 2점이 더 높아서 제가 전교 1등이 되었다는겁니다
세 과목중 국어, 수학 점수는 같고 영어 점수가 전 98점, 그 친구는 96점 이었던 거죠 ....
그날 이후로 제 고등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제 이름 3글자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 인생 처음으로 1등 이라는걸 .. 그것도 전교 1등이라는 걸 했으니 ...
점심시간때 엄마에게 전화로 자랑했습니다


엄마 나 전교 1등했어. 오늘은 허락맞고 일찍 집에 갈때
엄마 나 맛있는거 해주라 .... 
엄마가 처음에는 거짓말 하는 줄 아시다가 나중에 진짜인걸 아시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


정신 모르게 오후가 가고, 집에 가보니 대학교 1학년 생활을 하시던 누나가 집에 와 계셨습니다.


엄마가 삼겹살을 구워주셨고,
엄마, 누나, 저는 전교 1등이 적힌 제 성적표를 보며 행복하게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졸업할 때까지, 그리고 대입에서도 제가 전교 1등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고 3 여름 방학 이후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마지막에 고생을 많이 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무식하게 공부는 계속 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본 영화는 딱 5편, 쉬는 날 없이 거의 매일 공부만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쓰려져서 버스가 끊겨 1시간을 걸어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집까지 온 적도 있었습니다
- 돈이 없어 택시를 탈 수가 없었어요 -


그 길고 길었던 3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대입 원서를 쓸 시간이 왔습니다
제가 제 누이에게 물었습니다. 
누나, 제가 어느 과를 지원할까요 ? 전 의대는 도저히 적성이 안맞어서 못 가겠습니다 ...


그때 누님이 그럼 너는 약대 좋겠다 하셔서 제가 서울의 약대 지원했고
그렇게 꽤 높은 지원율을 뚫고 한번에 약대에 합격했습니다
합격 발표 소식을 듣고 처음 누나를 만나니 그제서야
그때 제게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아 주어서 고맙다 라고 참 많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누이에게 빚진 걸 다 갚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난해서, 가진게 없어서, 배운게 없어서 남들의 비웃움을 사며
고등학교의 그 3년동안 공부하느라 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수 많은 이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며 얼마나 괴로웠는지,
공부를 하고 하고 또 하고, 그래도 부족해서 또 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에 제가 얼마나 좌절했는지는 오직 신만 아실겁니다


또한 새학기만 되면 항상 헌 책방에 가야만 했고 심지어 학교 쓰레기장에 버려진 참고서를
주워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그걸 보신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여러 선생님들이 제게 귀중한 문제집들을 많이 
무상으로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전 그 3년 동안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 살았기에 많은 분들이 제가 더 잘살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제 제 나이 50을 바라 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간동안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내 인생에 정말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은 저의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인 것 같아요.


공부에 힘들어하는 수많은 회원님들께, 이름 모를 조카님들께 이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 
쓴 글입니다. 진짜루 ....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만
   도와주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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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강유정 | 작성시간 23.02.20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오히려 저는 고3보다 임용고시때 최고로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든 목표에 대한 절실함이 스스로 돕게 하고 하늘이 도와주는 것인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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