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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풀어지진 감자

작성자금나래|작성시간23.06.26|조회수33 목록 댓글 0

물봉숭아 쩔어붙은 골짜기

두꺼비 어정시러이 기어가는 저녁

돌 틈서리 바위굴마다엔 가재가 살고

가재굴 앞 돌멩이 밑엔 꾸구리가 살고

쇠똥 같은 초가지붕 아래 우리들이 살았습니다

가지나물에 마늘쫑다리

고추장 풀어 지진 감자 먹고

우리들이 살았습니다

호박잎 물들어 파란 밥 먹고 살았습니다

찬물구덩이 물 길어다먹고

도롱골 오박골 가릅재로 밭매러 다니며

우리들이 살았습니다

가위로 싹둑싹둑 오려놓은

할아버지 발톱 할머니 손톱

밥풀 으깨 하늘에다 붙이고

도랑물 소리 마당 가득 쟁여놓고

우리들이 살았습니다

- 송진권, 시 ‘못골 살 때’, 시집 <원근법을 배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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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와 매발톱이 지고 난 후

양귀비와 데이지가 피고,

붓꽃이 진 후 백합과 나리가 꽃망울을 준비하고,

마늘잎은 누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또 감자줄기도 말라서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감자꽃 피며 

시절을 호가하던 줄기가 

이리 시들해집니다.

해서

어른들은 

감자가 그냥 감자가 아닌 

하지 감자라 했나 봅니다.

하지가 되면 캐어내야 

했기 때문인가 봅니다.

본인이야 

그냥 사무실에서 

책이나 뒤적이는 서생이라 

감자도 심을곳도 없고 해서 심지않았지만 

감자 심은 분들은

장마를 앞두고 서둘러서 캐셨으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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