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하나의 커다란 공 위에 서 있었다
휘청거린다
양팔을 벌려 균형을 잡는다 쭉 펴지는 않고
보이지 않는 인간을 상상한다 상상되어진 인간의 어깨에
두 손을 얹는다 그러면 등과 무릎을 굽히게 되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며 나의 키는 약간 줄어드는 것인데
이로써 사람 뒤에 숨은 사람의 자세가 된다
하나의 낯선 공 위에서 홀로 균형을 잡는 방법이다
상상되어진 사람이 내 무게를 견디려면
그 또한 어딘가에 두 발을 딛고 있어야 하기에
나는 상상되어진 사람에게도 하나의 커다랗고 낯선 공을
만들어준다
공이 우리를 의아해해도
어쩔 수 없다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문학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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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