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여름날....
설겆이를 하면서 무심코 부엌 창가를 내어다 보다가 아....
내가 사는 아파트 6층까지 가지를 뻗치고 올라온 한 그루 나무가 있었다.
얼마나 놀라웠었던지...그 대단한 생명력이...의지가..
여기가 어디라고.
가을이 되고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때 나는,
그게 마지막이려니 했다.
그렇게 안간힘을 쓰며 6층까지 용을 쓰고 올라 왔으니 모든 힘을 소진해버려
죽었으려니 하고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시 봄이 되고
천지를 진동하는 봄기운에 그 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새싹이 돋았다.
그리고 더 높이 더 높이 뻗어 오르고 있다.
저 아래 보이는 나무들과 같은 땅위에 뿌리박은 이 나무를 어떻게 설명할까...
큰 키를 유지하기 위해 단단히 뿌리를 지탱하려 얼마나 애를 쓰고 있을까..
어떤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할텐데..
그러고보니 작년 여름 거센 비바람에도 살아 남았었다.
유독 내 창가에 이렇게 자라나 준 나무와는 무슨 독특한 인연 맺음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사랑이 필요했음일까..
아님 내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함이었을까...
허긴 아무려면 어때.
봄이 되니 새싹이 다시 돋은 게지...
산은 푸르고 물은 흘러 가듯이.
오늘 아침엔 유난히도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다.
곧 비라도 뿌릴 것 같은 습한 바람결에 흔들리는 가지, 여린 잎새...
일요일 아침 내게 주는 작은, 아니 더 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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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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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daniel 작성시간 06.04.30 나무의 키높이도 대단해 보이지만.. 그나무 한그루를 놓고 깊게 생각하고 적어낼수 있는 Ji-in님의 작문력이 더 대단하고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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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commander 작성시간 06.05.01 늘 푸른 사람을 모든 형상이 푸름으로 그림자만 보인다 했잖아요..월요일 아침, 연초록의 생명을 보고 기쁨을 느낍니다...영화 '오아시스'가 생각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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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Lia- 작성시간 06.05.01 잘 자라준 나무에게 한 표, 따뚯하게 바라봐 주는 ji-in에게 두 표. 날마다 둘이서 나눌 대화가 궁금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