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본 백명산 중의 하나인 군마현에 있는 타니가와다케에 다녀왔습니다.
새벽 3시에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청사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인천공항에서 나리타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고 도쿄로, 도쿄에서 신간센을 타고 조모고겐역으로, 그리고 조모고겐역에서 버스를 타고 미나카미역으로 미나카미역에서 또 버스를 타고 도아이역까지 장장 7번의 탈것을 갈아타고 오후 4시에 예약한 숙소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원래 케이블카를 타고 가볍게 산에 다녀올 생각이었지만(케이블카에서 내려서도 해발을 700미터 이상 올려야 하지만) 전날 폭설로 스키장이 문을 닫아서 케이블 카가 다니지를 않아서 온전히 처음부터 걸어서 갔습니다.
올가가는 길에 이러저리 갈팡질팡 눈밭을 얼마나 헤메고 다녔는지, 그러다가 눈에 푹푹 빠지더라도 GPS트랙을 따라서 무작정 가봅니다. 보통 무릅정도까지 눈에 빠지는데 갑자기 푸욱~ 하고 허리까지 푸욱 빠지면서 앞으로 그대로 고꾸라 졌습니다.
바둥바둥 눈 속을 헤치면서 어렵게 기어나와서 스노우 슈즈를 신었습니다.
사실 등산객들이 워낙 많이 다니는 곳이라 스노우 슈즈가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다만 사놓고 한번도 못 신어 본 스노우 슈즈 신어 볼 기회다 싶어서 가져왔는데 없었으면 그냥 돌아서 내려가야할 뻔 했습니다.
그러나 스노우 슈즈를 신어도 일단 무릅 이상으로는 푹푹 빠집니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기어올라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빨간 옷을 입은 스키장 패트롤이 나타나서 저를 막아섭니다.
그리고 "이리로 가면 안된다. 잠시 기다려라" 하더니 어디론가 무전을 계속 보내더군요. 순간 "아 끌려서 내려가는 구나. 케이블카는 태워서 보내주려나?" 생각을 하는데 저에게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느냐? 등등 이것 저것 물어보더라구요. 그리고 "여기는 스키장 코스다 이리로 가면 안된다. 잠시 기다려라" 하는데 갑자기 산 위에 능선으로 빨간 옷을 입은 패트롤 여려명이 동시에 나타나서 눈을 무너트려서 인위적으로 눈사태를 일으키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패트롤들 모두가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마지막 남은 여성 한분이 직하로 떨어지는 코스를 지그재그로 돌아서 제 옆에 멈추어서는 "로프 밖으로 나가서 로프를 따라 올라가고, 여기서 맨 아래까지 걸어 내려가는 것도 2시간 가까이 걸리니 산을 올라가다가 오후 2시가 넘으면 돌아서 내려오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쓩~~ 하고 둘이서 사라져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인위적으로 위험한 구간에 눈사태를 일으키면서 코스를 점검하는데 제가 올라가면 위험하니 저를 코스 점검이 끝날때까지 잡아둔 것 같았습니다.
패트롤들이 내려가고 산에는 이제 또 저 혼자만 남았습니다. 패트롤의 말대로 로프 밖으로 나가서 기어 올라가는데 경사가 무척 급해지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스노우 슈즈를 신었어도 정말 사타구니까지 푹푹 빠졌습니다.
평지라고 해도 발을 옮기기가 어려울텐데 문제는 경사가 30도가 넘은 급경사 오르막길에서 맨발도 아닌 스노우 슈즈를 신을 발을 들어서 위쪽으로 도저히 옮겨지지가 않았습니다.
이제 등산학교에서 배운? 아니 등산학교는 못가봐서 유튜브에서 배운 기술을 써먹을 때입니다. 일단 무릅으로 앞에 눈을 짓이겨 놓고 발을 들어 그 곳에 옮기로, 또 반대쪽 무릅으로 앞부분을 짓이겨 놓고 발을 들어 옮기고 그렇게 한땀한땀 예술품 수를 놓듯이 정성을 다해 걸으니 이건 뭐 10m 가는데 5분은 걸리는 느낌입니다. (트랙을 천천히 뜯어보니 정말 100m에 1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일단 정말 힘들게 첫번째 목표지점인 능선에 도착을 했습니다. 우와~ 아무도 없는 설산에 저 혼자 우뚝 서 있습니다. 눈앞에 눈으로 완전히 뒤덮힌 타니가와다케 토마노미미(1963m)가 위용을 드러냅니다.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그렇게 한참을 능선에서 놀고 있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합니다. 타니가와 다케 등산기들을 보면 등산로입구에서 첫번째 피난고야(대피소)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계속 간다고 하는데 저는 엄청난 급경사를 올라왔거든요. 그리고 제가 온 길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라면 불과 2일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녔을 텐데 스노우 슈즈를 신고도 그렇게 빠질 수 있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순토앱을 열어서 보니 하~~~ 제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직등로로 올라왔네요. 그러니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으니 허리까지 푹푹 빠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삽질은 정말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습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허기까지 빠지는 눈 속을 힘들게 헤메고 다녔지만 정말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이번 산행을 촬영한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