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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렌즈

작성자술랑이|작성시간26.06.22|조회수18 목록 댓글 0


사람을 돕는다는 일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누군가를 도울 때,
그것이 그저 선한 마음의
발로라고 여겼다.



어려움 앞에 선 사람을 보면
쉬이 지나치지 못했고,

내게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면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적어도 그 마음만은
진실하다고 믿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따뜻해 보였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고마움을 표했고,
나 역시 조용한 기쁨을 맛보았다.

그 온기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되곤 했다.




가까워졌다고 믿었던 사람이
어느 날 뜻밖의 오해를 품었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오래 마음을 할퀴었다.

어떤 이는 내가 건넨 손길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오히려
나를 경계하는 듯했다.



처음에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나는 당신을 위해 한 일이었는데.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그 문장이
마음속에서
오래 맴돌았다.




서운함은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았고,

선의는 때때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을 향해 있던 시선이
조용히 내 안으로 돌아왔다.


나 또한 누군가의 도움 속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문득 떠올렸다.

부모의 보살핌,
형제와 여러 선생님들의 배려,

이제는 얼굴조차 흐릿해진
어떤 이의 작은 친절까지.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는
수많은 손길이 지나간 자리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은혜를 얼마나
오래 기억하며 살았을까.


곰곰이 돌아보니,
감사보다 익숙함이 더 빨리
내 안에 들어와 앉았던
날들이 있었다.


받은 것은 금세 일상이 되었고,
받지 못한 것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느 순간에는
도움을 은혜로 누리기보다

당연한 몫처럼 여긴 적도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이해할 수 없던
타인의 얼굴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람은 어쩌면
감사와 부담을 함께 품고
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도움을 받는 일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마음 한쪽을
무겁게 할 수도 있다.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
자신의 연약함을
들킨 듯한 불편함,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위축감이
그 기쁨의 그림자처럼
따라붙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삶에서 나는
그런 순간들을 여러 번 지나왔다.

그래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도움을 주는 일이
선한 것이라는 사실과,

선한 의도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 무렵,

마태복음의 한 구절이

다시 마음에 들어왔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예전에는 이 말씀이
삶의 우선순위에 대한

명령으로만 들렸다.

무엇을 먼저 택하고,
어디에 삶의 중심을
둘 것인가를
묻는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이 구절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말씀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자주 사람만 바라보며

관계를 맺어 온 것은 아니었을까.

상대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내 마음을 알아주는지,

왜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나는 그런 작은 물결에 자주 흔들렸다.



기뻐할 일에도 쉽게 들뜨고,

서운한 기색 하나에도
오래 마음을 빼앗겼다.



그러는 동안 하나님은 관계의
중심이 아니라,

어느새 주변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었다.


만일 처음부터 하나님을 먼저
바라보았더라면 어땠을까.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서둘러 결정하기 전에,

지금 이 사람에게 참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오래 물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충고보다 기다림이,

손을 내미는 일보다
곁에 머물러 주는 일이

더 깊은 사랑일 수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배웠을지도 모른다.


문득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다.

가까이에서는 파도 하나하나가
거칠게 일렁였지만,

멀리서 보면 그 수많은 물결은
결국 하나의 바다였다.

나는 늘 눈앞의 파도에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 사람의 반응에 위로를 받고,
또 다른 사람의 말에 낙심하며,

작은 물결 하나에 내 마음의 방향을
맡겨 버리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하나님은 언제나

바다 전체를 보고 계신다.
나는 그 넓이를 다 헤아릴 수 없다.



왜 어떤 도움은 열매를 맺고,

어떤 선의는 오해로 남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내가 건넨 손길이
누군가에게 위로였는지,

아니면 부담이었는지
끝내 알 수 없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조금씩
배워 가는 것이 있다.

사람의 반응보다
하나님의 시선을 먼저 묻는 일이,

내 마음을 더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를 도울 때면
나는 잠시 멈추어 묻게 된다.



이 손길이 정말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내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

하나님 앞에 그 질문을
조용히 올려놓는다.


답은 여전히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 물음과 함께
살아가는 동안,

사람을 바라보는
내 눈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쩌면 먼저 그의 나라를
구한다는 것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볼 때마다
하나님의 렌즈를
잠시
빌려 쓰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렌즈를 통해
바라볼 때,

사람은 더 이상
내 기대를 채워 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한 사람으로 다시 보인다.


그리고 그때에야 비로소,

나의 도움도,

나의 기다림도,
조금 더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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