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첫 토요일 오후,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저녁 햇살은 나무 사이로 길게 내려앉아 있었고,
물가에서는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걷는 산책길이었다.
그때 숲속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고양이는 울지 않았다.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며 눈을 천천히 깜박이고 있었다.
나는 문득 그 눈빛이 배고파 보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배가 고팠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순간의 나는 그렇게 느꼈다.
문제는 내게 줄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신발 끈을 다시 매며 말했다.
"고양아, 미안하다.
지금은 먹을 것이 없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다녀오마."
고양이가 그 말을 이해했을리는 없다.
어쩌면 그 말은 고양이보다 나 자신을 향한 약속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숲길을 빠져나와 공원 옆 작은 무인점포로 뛰어갔다.
무엇을 사야 할지 몰랐다.
고양이를 위해 먹이를 사 본 적도 거의 없었다.
진열대를 둘러보다가 어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2천 원.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 다시 숲길로 뛰어 돌아왔다.
하지만 고양이는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 뒤에도 없고, 풀숲에도 없고,
길 건너편에도 없었다.
혹시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 근처 벤치에 앉았다.
책을 펼쳐 들고 기다렸다.
15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고양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벤치 위에는 고양이를 위해 산 어포만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하루의 작은 모험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다른 만남이 있었다.
산책로 옆에서 누런 개 한 마리가 냄새를 맡으며 서성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개는 나를 경계했다.
몸은 긴장해 있었고,
언제든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사람에게 익숙한 개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가방 속 어포를 꺼냈다.
원래는 고양이를 위해 샀던 것이었다.
개는 처음에는 조심스러워했다.
나를 바라보고,
어포를 바라보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조금씩 다가와 먹기 시작했다.
경계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배고픔이 그보다 조금 더 컸던 모양이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양이를 위해 뛰어갔다.
하지만 어포를 먹은 것은 개였다.
처음에는 실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만나지 못했으니까.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특정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배고파 보이는 존재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떠났고,
개가 나타났다.
목적지는 달라졌지만 마음의 방향은 같았다.
사람은 종종 결과를 기준으로 하루를 평가한다.
계획한 대로 되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 보니 모든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다.
고양이를 위해 산 어포가 개에게 전달되었듯,
사람의 마음도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 도착한다.
오늘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내 행동은 착한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이기심이었을까.
아직도 답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그날 내가 뛰어간 이유는 칭찬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눈앞에 나타난 작은 생명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사라졌다.
개는 어포를 먹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저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쩌면 사람은 결과보다 방향으로 기억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날 내가 향했던 방향은,
누군가의 배고픔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