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Life Story

고양이가 가르쳐 준 거리

작성자술랑이|작성시간26.06.12|조회수24 목록 댓글 0


저녁 무렵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사람은 거의 없고 새 소리만 들렸다.

나무들은 저마다의 자리에 서 있었고,
바람은 잎들을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나는 오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길 고양이를 주려고 닭고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한 녀석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 곳에 갔나 보다
생각하며 일어서려는데,

그때 멀리서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ChatGPT에게서 고양이 심리를
배운대로 나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닭고기 한 조각을 길가에 내려놓고 조금 떨어진 벤치에서 모르는 척 하며
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한동안 나를 살펴보더니,
천천히 다가와 그것을 먹기시작 하였다.

꼬리를 내리고 자세를 낮추면서
나를 경계하며 급히 먹었다.


고양이는 다 먹고도 더 먹고 싶은듯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서성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닭고기 한 조각을
더 꺼내어 이번에는 내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고양이는 벤치쪽으로 가까이 오다가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물러갔다.

고양이가 돌아선 것은 내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자 위에 닭고기를 둔 채 옆에 있는 다른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멀리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고양이는 다시 조용히 벤치로 돌아와
그위에 있는 닭고기를 먹었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표시도 안하고
마치 오늘은 내가 운이 좋았다는 듯,

꼬리를 세우고
천천히 숲속으로 걸어갔다.


나는 한동안 그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람도 가까이 가는 일이
언제나 다정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준다는 것이
때로는 상대의 숨 쉴 틈을
먼저 빼앗는 일이 되기도 한다.

나는 잘해 주고 싶다는 말로
다가서지만,
어떤 사람들은 도움보다 거리를
통해 비로소 안심한다.


고양이는 내가 없는 자리로 와서
먹고 떠났다.

붙잡을 수도 없었고,
붙잡을 이유도 없었다.
이상하게도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쪽이
조용히 놓이는 듯했다.


인간 관계도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곁에 두는 일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남겨 두는 일.

다가감보다 물러남이
더 깊은 배려가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

억지로 좁힌 거리는
끝내 틈이 되지만,

지켜 준 거리는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것.


오늘 나는 고양이에게
닭고기를 준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훈을
배운 것 같았다.

가까워지고 싶을수록
조금 물러서는 일.

내 마음보다 먼저
상대의 평안을 생각하는 일.

그리고 끝내 내 것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일.


고양이는 닭고기를 먹고 떠났다.
내 곁에 남지 않았는데도,
오늘 저녁은 따뜻했다.

관계는 붙잡는 마음에서
자라지 않는다.

떠날 수 있는 자유가
남아 있는 자리에서,

비로소 천천히 자란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