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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

아침 공원을 산책하며...

작성자술랑이|작성시간26.06.19|조회수27 목록 댓글 0


자연은 살아남는 법을 알고,
사람은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오늘 새벽,
나는 사진을 찍으러
공원에 간 것이 아니었다.
시간을 만나러 갔다.

알람이 울렸을 때,
조금 더 눕고 싶은 마음과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잠시 맞섰다.

그러나 결국 몸을 일으켜 문을 나선
그 한 걸음이 오늘의 생각들을
열어 놓았다.

공원은 고요했으나 멈춰 있지 않았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세상은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길 위로 개미들이 바쁘게 지나갔다.
누군가에게는 하찮게 스쳐 가는 1분이, 그들에게는 먹이를 옮기고 길을 잇고
하루를 지탱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 작은 움직임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시간의 길이는 같아도,
시간의 밀도는 같지 않다는 것을.

조금 더 걷자 꽃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환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비로소
그 안의 계산이 보였다.

꽃은 자신만을 위해 피지 않았다.
색을 만들고 향을 만들고 꿀을 감추어 두는 일은 아름다움을 위한 일이기보다 관계를 위한 일이었다.

벌은 꽃을 지나가고, 꽃은 벌을 붙든다.
거기에는 다툼보다 교환이,
희생보다 상호성이 있었다.


숲에서는 새들이 분주했다.
까치는 땅을 살피고, 뻐꾸기는 어딘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던지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은 숲의 빈 공간을 소리로 채우고 있었다.

그 소란은 어지러움이 아니라
생명의 리듬처럼 들렸다.

모든 것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늘을 견디고, 오늘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가장 오래 시선을 붙든 것은 허공에 매달린 작은 꽃 하나였다.


처음에는 거미줄에 걸린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식물 스스로
만든 방식이었다.

작은 것은 작아서 묻히기 쉽다.
그래서 더 가볍게 흔들리고,
더 멀리 눈에 띄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작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그 꽃의 모양이었다.

감나무 앞에서는 한동안
걸음을 늦추었다.

감꽃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열매가 맺혀 있었다.

꽃이 지나간 자리에
미래가 매달려 있었다.


문득 사람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고,
잇고,
남기고,
사라지면서도

끝내 무엇인가를
다음으로 건네는 존재.

나 또한 그 길고 느린 흐름
바깥에 있지 않았다.

오늘 산책이 내게 건넨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그다음에 왔다.

이제 은퇴한 삶.
예전처럼 사회가 나를 자주
호출하지는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다시 사람들과 이어질 수 있을까.

자연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같은 장면을
반복해 보여 주고 있었다.

꽃은 향기를 준비하고,
벌은 꿀을 모으고,
나무는 열매를 익힌다.

아무 준비도 없이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생명은 없어 보였다.

나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을 익혀야 할까.
사람들에게 어떤 향기를
건넬 수 있을까.
어떤 열매를 남길 수 있을까.

어떤 말이 위로가 되고,
어떤 침묵이 쉼이 될 수 있을까.

산책이 끝날 즈음
다시 시간 생각을 했다.

물속에서의 1분은 길다.
숨을 참고 버티는 사람에게 1분은
단순한 길이가 아니라 몸 전체로
견뎌 내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공기 속의 1분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향기가 되고,
조금의 꿀이 되고,
작은 열매 하나쯤 될 수 있도록.

오늘 자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오래 남는 것은
홀로 빛나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생명의 삶에 닿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오늘 공원을
한 바퀴 걸었을 뿐인데,
실은 하나의 거대한 교실을
돌아 나온 듯했다.

개미는 시간을 가르쳤고,
꽃은 관계를 가르쳤으며,
새들은 살아 있음의 리듬을 가르쳤다.

허공에 매달린 작은 꽃은 부족함의
다른 이름이 창의성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감나무는 지나간 꽃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로 옮겨 갔음을
보여 주었다.

자연은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이어 주고, 살리고, 건네고,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 순간의 관계 속에서 함께
버틴다.

그 질서 앞에 서 있다 보니 나의 남은
시간도 어느 쪽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특히 노년의 삶에서는 1분이
더 이상 가벼운 단위가 아니다.

이제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오늘의 다짐은 크지 않다.

누군가에게 작은 향기 하나를
건네는 일.
지식을 나누든,
따뜻한 말을 건네든,
정성을 들여 문장 하나를 쓰든,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작은 유익 하나를 남기는 일.

오늘 새벽 공원은 풍경만
보여 준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지,

조용하고도 분명한 방향 하나를
마음속에 심어 두고 나를 돌려보냈다.


https://youtu.be/_-Ade_cjV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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