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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진널해벽

작성자서충진|작성시간13.06.10|조회수281 목록 댓글 0

[남조선 자연암장] #13 경남 사천 진널해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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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널전망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웃기지만 바위보다는 화장실을 먼저 찾았던 게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일이었다. 꽃이 핀 동백나무가 양 옆으로 늘어선 계단을 투덜거리며 한참을 오르고 나서야 전망대와 그 뒤의 화장실이 나타났고 그 곳에서 한 눈에 보이는 해벽과 바다는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그 곳의 공터는 꽤 넓어 제재만 없다면 바다를 내려다보며 야영을 해도 굉장히 근사할 것 같아 보였다. 

개척된 바위는 크게 3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바위를 정면으로 봤을 때 좌측 벽에는 페이스 루트 4개가 있다. 중앙에는 오버행 루트들이 5개, 그리고 바다와 닿은 벽에는 여름철 딥 워터 솔로잉도 가능한 볼더링 루트까지 포함해 6개의 루트가 있다. 좌벽과 중앙벽 사이에는 아직 개척된 루트가 없이 텅 빈 공간처럼 남아 있었는데 앞으로 재밌는 루트들이 많이 개척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한 동행인의 설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난이도는 5.8부터 5.12.a/b까지 다양한데, 특히 5.10급 루트가 적지 않아 초보자들이 하루 이틀 즐기기에 충분하고 5.11대와 5.12대의 루트도 각각 4개, 3개씩 있어서 5.12대 루트를 한창 즐겁게 등반할 수 있는 중급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그렇다고 상급자들에게 시시할 수만은 없다. 칼로 자른 듯 판판해 마찰력이 크게 작용할 것 같지 않은 암질을 접할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는 레드포인트에서 잠시 벗어나 온사이트나 플래싱 도전만으로도 하루가 금방 지나갈 것이다.

중앙벽의 오버행 루트 몇 개가 눈에 들어왔지만 나는 먼저 몸풀이 삼아 좌벽의 ‘인어공주(5.10b)’와 ‘수평선너머(5.10b)’를 했다. 오랜만에 등반하는 페이스 루트라 긴장도 되고 평소 잡아본 적 없는 바위를 잡으려니 온몸이 경직되었다. 아마도 그 날 바람만 불지 않았더라면 내리쬐는 태양 아래 긴장감이 더해져서 땀을 많이도 흘렸을 것이다. 

5.10급의 루트치고 첫 발을 내딛는 시작부분에서 쉽지는 않았다. 이 곳 바위는 전체적으로 역층으로 형성돼 있는데 안쪽으로 움푹 파고 들어간 바위 하단에서 발을 어디에 두고 첫 홀드를 잡아야 할지 잠깐 난감했으니 말이다. 루트는 등반을 많이 하지 않은 듯 초크 자국은 거의 없고 동작은 계단을 오르듯 손과 발이 차례차례 오르면 된다. 평이하게 오르다가 상단 앵커에 줄을 걸 때는 대범함이 필요할 것 같다. 좌벽 상단은 살짝 튀어나온 루프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튀어나온 곳에 앵커 고리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줄을 걸려면 몸이 뒤쪽으로 쏟아져 나와 자칫 추락이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같은 바위 한 면에 있는 루트라서 그런지 ‘파도소리(5.11a)’의 전체적인 루트의 특성은 비슷했다. 살짝 애매한 시작 부분과 공포스러운 앵커가 그러하다. 하지만 이 루트를 등반하고 내려왔을 때 빌레이어는 루트가 어떤지 물었다. 나는 단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웃겨! 한번 해봐!” 온사이트로 등반하다 보면 ‘아, 이제 뭔가 크럭스가 나오는구나. 긴장해야겠구나.’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파도소리’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긴장감을 제대로 즐겨볼 새도 없이 곧 허무하게 만들어버리는 건 닥터링 홀드였다. 

크럭스가 시작되기 직전 홀드에 매달려 숨을 고르며 고개를 빼고 다음 홀드들을 찾았다. 다음 홀드가 잘 보이지 않아 저 위에 있는 홀드만 바라보며 ‘뛰어야 하나? 아님 발을 있는 대로 높이 올려야 하나?’ 하고 잠시 고민하는 도중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잡을 것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벽면 깊숙이 패여 있는 홀드였다. 잡고 보면 ‘하하하~’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잘’ 파 놓았다. 암장 전체 루트들의 난이도를 고루 만들고 싶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 놔두었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미리 동작을 그려 놓고 홀드를 만든 꼴이라 과연 자연바위 등반의 묘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라는 의문마저 든다.

중앙벽의 ‘당신의 하늘(5.12a)’. 시원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애잔함이 엿보이는 루트명부터 맘에 들었다. 바위 하단은 마치 다른 종류의 암석을 잘라다 끼어 넣은 듯 했는데, 응집성이 덜하여 모래가 으석거리며 쉽게 부서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홀드 하나하나 잡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서 모래알들이 거칠게 잡혀 자칫 손이 빠져 버릴 것 같았다. 중단 부분부터는 시원하고 과감한 동작이 이어진다. 크럭스는 주변의 튀어나온 바위의 각도를 잘 이용해 발을 쓰는 것이 관건이다. 크럭스 부분의 바위가 맨질한 듯 발을 딛게 상당히 두렵기는 했다. 이 루트의 마지막 홀드에서도 나는 또 한 번 웃음이 빵 터졌다. 손가락 모양까지 고려해 홀드를 만들어져 있어 순간 나는 ‘하하하~ 이 홀드는 왜 이래~’!  

첫 시도에서 동작을 풀며 오버행의 부담감과 크럭스의 미묘한 발란스에서 오는 공포감만 줄이면 완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날이 저물어 가고 있던 터라 다른 루트들을 시도해 볼 여유는 없었다. 따사롭게 저물어가는 햇살을 등 뒤로 두 번째 시도에서 ‘당신의 하늘’을 시원하게 바라보고 내려왔다. 5.12급의 다른 루트를 해보지 않아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별 4개 정도의 재미있는 루트다. 

반나절 등반치고는 다양한 등반을 즐길 수 있었지만 중앙벽의 ‘Maryann(5.11c)’와 ‘까만소(5.12a)’는 그 동작과 라인이 내 눈길을 끌었는데 시도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아마도 다음 번 이곳을 찾는다면 여름이 될 것 같다. 전망대 앞 공터에서 바닷바람 쐬며 야영도 하고 밀물 때는 우측 벽 끝에서 딥 워터 솔로잉도 할 수 있어 한 번의 등반 여행으로 여러 가지 재미를 얻어 가기에 충분할 듯 싶다. 

www.climbmonster.com 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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