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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시 감상실♩

곱사등이의 둥근 뼈 - 이제니

작성자태양건전지|작성시간12.07.09|조회수59 목록 댓글 2

곱사등이의 둥근

 

 

                                이제니

 

 

 

 

  나무의 피를 가진 사람아

  나무의 피를 가진 사람아

 

  물음을 울음으로 발음하는 밤이 있었다. 내 몸에서 둥글고 딱딱한 것이 자라나는 것을 느꼈지. 나는 구부렸어. 점점 더 구부렸어. 이러다 둥글고 흰 공이 되겠구나. 나는 벌을 받고 있는 거구나. 그럴 만도 하지. 나는 나 자신을 짐짝처럼 끌고 다녔으니까.

 

  몇 개의 트렁크

  몇 개의 회피

  몇 개의 거짓말

 

  내가 끌고 온 긴 얼룩들이 어쩌지 못하는 사물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구부리다 나아가고 구부리다 나아가는 벌레들처럼. 마른 나뭇가지가 자라나는 몸. 가지 끝이 갈라지는 걸 보고 있었어. 그것은 녹색. 녹색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지. 내가 잡은 난간은 매번 녹슬어 있었으니까. 나의 것이 아니길 바랐던 녹슨 들이.

 

  녹물이 묻은 손을 가진 사람아

  녹물이 묻은 손을 가진 사람아

 

  오물이 되고자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나는 이미 오물인 것을.

 

  물음을 울음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아

  울음을 물음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아

 

   나의 머리는 점점 더 내 심장 쪽으로 기울어진다. 심장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위치로. 우리는 너무 가까워졌다. 죽이고 싶을 만큼 가까워졌어. 반성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반성할 것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

 

  벌레 같은 사람아

  벌레 같은 사람아

 

  숨기고 싶은 것은 드러내고, 드러내고 싶은 것은 부끄러움 없이. 이제는 너의 노래를 들어보아라. 네 몸속에 새겨진 숫자의 색깔을 읽어보아라. 이미 춤추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심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는 왜. 너는 왜 무엇 때문에.

 

  둥글고 흰 공은 울었습니다

  둥글고 흰 공은 참았던 울음을 내뱉었습니다

 

  얼굴을 파묻고 우는 나뭇가지야

  부러지고 다시 돋는 나뭇가지야

 

  너의 영혼은 찌르고. 너의 영혼은 한없이 너를 찌르고. 마른 나뭇가지가 돋아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있었다. 너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시들기 직전의 음들이 너의 둥근 를 두드리고 있었다. 죽은 나뭇가지 위에 작고 둥근 공 하나가 갈래갈래 열리고 있었다.

 

  둥글게 구부러진 꽃 같은 사람아

  둥글게 구부러진 꽃 같은 사람아

 

  너의 등이 구부러져 점점 구부러져

  작고 투명한 흰 공이 될 때

 

  피어라 피어라 꽃 피어라

 

  나무의 피는 조금 울고

  어쩐지 자라나던 그것이 문득 작아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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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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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엄마한테일러 | 작성시간 12.07.09 우와~ 이 시도 느낌이 팍 오네요 ^^
  • 답댓글 작성자태양건전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7.10 ㅋㅋ 확~ 오신다니 좋은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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